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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어떡해....하필...이럴 때....걱정이네...."
수요일,
미사를 마치고 만난 프란자매가 김장을 도와주지 못하게 됨을 걱정합니다.
원주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아들에게 갑자기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우리집 김장날과
겹치게 되었으니 낭패다....고...
"괜찮아요....걱정말고 잘 다녀와...."
사실은 ...김장날을 잡아 놓고서도 일부러 소문내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만
일을 도와주지 못하여 안타까워 하는 그 마음만은 오롯하게 받아 들이며 간직합니다.
레지오를 조퇴하고 안과병원에 정기검진차...
집에 돌아와 꽃마에서 보쌈용 삼겹살과 오겹살을 각 500g씩, 구이용 삼겹살 500g을 주문하고.
마늘과 생강은 전날 갈아놓았으니 됐고, 골파도 갈아놓았지...
찹쌀풀도 쑤어서 냉장고에 얌전히 들어 있고,
젓갈도 이미 달여놨으니....
그런데....
초록마을매장에서 온 전화인즉,
내일 배송되어 올 무가 토요일에나 배달되어 올 것이라는....
엥? 무엇이라고요?
금요일에 절임배추 들이닥치면 곧 바로 김장 버무려야 하는데
무가 토요일에나 온다고요?
무가 바람이 들어서 산지를 바꾸는 과정에서 배송날짜가 늦어진다는 사연이라..
금요일 절임배추 도착에 앞서 목요일에 유기농 무를 3개들이 10봉지
받으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대형사고!!
에효~~ 무는 그냥 마트에서 사?
우여곡절끝에 매장에 열개 쯤 있는 무는 예정대로 목요일에 먼저 받기로 하고
나머지 무는 토요일.매장문이 열린 후 가장 빠른 시간에 배달해 주기로 합의.
목요일,
22일의 건강검진 예약하러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갓과 옥파와 미나리를 세 단씩....
자잘한 자연산 굴을 1Kg....
굴의 무게를 재던 직원이
"20g이 더 들어갔네...덤이에요~ 덤^^"
"땡쓰~~"
굴 20g은 몇 알이나 될까나.....
냉동실에 갈무리했던 생새우봉지를 꺼내 녹이고.
미나리와 갓과 파를 다듬으며 파의 매운 맛에 눈물방울이 톡톡.....
가스렌지에서는 멸치와 다시마와 표고버섯,무....등으로 육수가 끓고 있고...
무채, 파채,미나리, 갓을 씻어서 김치 냉장고에 보관.
미나리 뿌리는 항아리에...
식혀놓은 육수에 찹쌀풀과 재래종 골파 갈은 것과 마늘 생강..고추가루.
달여서 받쳐놓았던 멸치젓과 새우젓...등을 버무리는데 한 다라이가 되니
양념이 어우러지게 버무리는 것부터 어깨가 신호를 보냅니다.
조금씩 남아 있던 김치통을 비우고
김치냉장고까지 청소 끝!!!
김장 D-day 전야 마무리!
금요일, D-day 입니다.
아침부터 무채를 썰고, 파채도 썰고 미나리도 썰고 갓도 썰었네....
드디어 절임배추가 도착하고...
10kg짜리 박스가 합이 다섯이라...
흠...배추속은 노랗고. 길이도 적당히 짧으니 다행이고.
절임상태도 알맞게 된듯...
김장용절임배추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몇 년 째 '행복이 가득한 집'쇼핑몰을 통해
거창의 게비스랜드농장에서 주문하였지요.
그런데 작년에 느닷없이 그 농장의 배추를 살 수가 없게되어서
난감하다가 '행복이'에서 차선으로 내어 놓은 영덕 어느 곳의 무농약배추라는데
절임상태 뿐만 아니라 배추길이는 길다랗고...
김장을 담아놓고서도 영 마땅찮아서 후에 초록마을의 절임배추를 20kg을 더 주문하여
김장을 또 담게 된 번거로움...
올 김장에는 고심고심하다가 작년에 어느 정도 선을 본 초록마을 절임배추로 낙점을 하고도
또 영광 누리농장의 유기농배추가 눈 앞에 삼삼하여 또 20kg을 따로 주문하여
초록마을 배송날짜에 맞추어 금요일에 받기로 하였지요.
합이 장장 70kg이라...에구구..아마도 내 평생에 이리 많은 김치는 담아 본 적이 없을 터이나
김치 담는 일은 일 년에 딱 한 번!!!으로 정했기에 내년 이맘 때까지의
일년 먹거리입니다.
작년에는 티브이에서 파리나무십자가소년단의 합창단 공연을 보여주어서
아름다운 소년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김장을 버무렸는데
오늘은,
마침 이루마가 출연하여 아름다운 피아노연주를 들려줍니다.^^
김치를 버무리며 음악공연을 감상하고 있습니다.^^
아..창밖에 흰눈까지 펄펄 내리면 금상첨화인데..
딩동...택배가 왔습니다.
보쌈용 돼지고기가 도착하였습니다.
다시 장갑을 끼고서
김치를 버무리다가 누리농장에서 주문한 절임배추는 언제나 도착할까나....확인전화.
목요일에 보냈으니 금요일인 오늘은 도착할 것이라며 넉넉하게 무를 네개. 쌀까지 넣어서
거의 30kg 수준으로 보냈다는 농장 주인아저씨의 말에
"고맙습니다..." 인사.
그런데..아파트 이름 풍*을 송* 이라고 잘못 적었다네요.에효~
아침에 우체국에서 택배배달 오겠다는 문자메세지가 떴는데
혹여 그것이 절임배추인가....전화를 해 봅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송도 풍림...
혹 우리집에 올 물건이 절임배추인지 확인해 보고 싶은데요...."
우체국 택배직원인 천**씨는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먹거리의 배송으로 자주 만나게 되는데
성실, 친절한 직원으로 내 마음 속에 자리잡혀 있는 30초반 쯤의 직원입니다.
절임배추가 아니라 얼마전에 주문한 해남호박고구마랍니다.
아니 그럼.....배추는...
"사실은 절임배추 택배 올 게 있는데...
오늘 도착할 것이라는데 아직 오지 않네요....
"그러면.... 이리로 전화해서 배송과정중을 확인해 보세요..."
오호~ 친절도 하셔라...
가르쳐 준 우체국번호로 배송관련을 문의하였는데.....
"어제 영광에서 부쳤다는 절임배추가 오늘 도착예정인데 확인이 되지 않아서요..."
"그런데 아파트 이름이 잘못 기재되었다는데.....괜찮을까요?"
"전화번호가 적혀 있으면 제대로 갑니다.
아....그 물건이.... 영광에서 부천까지는 왔다는데...아직 이곳까지는 도착되었다는 게 없네요"
"에효..그런..오늘 중에는 받아 볼 수 있을까요? 김장을 해야 하는데...."
"아마 저녁에는 받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배송직원은 천**인데 전번 가르쳐 드릴게요."
"아...그분은 이따가 고구마 택배 가져 오실 거에요.. "
고구마가 도착하고.
천 **씨에게 여차저차하여 아마도 저녁에 배송되어 올텐데
두번 씩이나 오시게 되었네요...꼭 배달해 주세요..라고 부탁을 합니다.
바로 이곳으로 다시 들어오지는 못하고요..아마도 저녁 때에나 .....
곧 바로 가져다 주지 못함을 미안해 하는 표정...
택배 보내놓고서 도착이 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은 누리농장 아저씨에게서
운송장 번호 메세지가 옵니다.
다시 우체국과 통화에서
배송중 상자에서 쌀봉지가 터져서....
아마도 다시 포장하는 과정에서 늦어진듯...
에효^^
다시 김치 버무리기....
때릉..문자 메세지...
수고!! 김치 버무리는 수고를 위로하는 메세지입니다.
그 와중에 딩동..현관벨이 울립니다.
누구지? 양념 잔뜩 묻어있는 장갑을 벗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새로 개업을 한 치킨집에서 홍보차 닭날개 두 쪽을 담은 조그만 상자와 전단지를 전하고 갑니다.
시장하던 참에 맛나게 냠냠냠 먹었습니다.
내일 낮에 P랑 시켜먹을까나...
닭 두쪽을 먹는 김에 쇼파에 앉아서 잠시 휴식입니다.
몇 번 채널이었던가...영화를 하고 있습니다.
거의 끝 무렵부터 보게 되었기에 앞 부분이 궁금해집니다.
ps I love you.
인터넷에서 찾아 본 영화 리뷰에 의하면
섹시한 매력이 넘쳐나고 노래를 끝내주게 잘 부르는 아일랜드 남자 제리와
뉴욕여자 홀리,
때론 싸우고, 때로는 심하게 다투기도 하지만 화가 난 그녀를 웃게 하기 위해서는
스트립쇼까지 마다 않는, 멋진 목소리로 달콤한 노래를 불러주는 남자.
그녀와 그는 함께 있음에 세상 어 떤 것도 부럽지 않고 두려울 게 없었는데....
제리가 병에 걸리기 전까지는.....
"절대 너를 떠나지 않을거야"
라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던 제리가 뇌종양으로 죽게 된 뒤 홀리는 모든 의욕을 잃게 되고...
그의 핸드폰에 전화를 걸어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와 함깨한 집에서 그의 체취를 찾으며 그를미치도록 그리워하는 홀리.-남겨진 그녀..
그러던 어느날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이 한 홀리에게 제리로부터 온 생일선물이 도착되고
그날 이후로 그녀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데....
언제 날 잡아서 처음부터 제대로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절임배추가 어떻게 되었나...궁금한 누리농장 아저씨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양념 벌겋게 묻은 장갑을 벗는 것이 번거롭기도 합니다만....
핸드폰이 또 울어댑니다.
우체국직원인 천**씨입니다.
그 절임배추를 아직 전달받지 못하여 배달을 올 수 없다는 걱정스런 말입니다.
아....그 절임배추는..우체국에서 다른 직원이 배송올 것이라고 하였어요....
7시 쯤에는 도착할 것이이랍니다.
아..그래요...다행이네요...
고맙습니다....
전화 받은 김에 잠시 휴식....
등이 에고고!! 허리가 에고고!! 어깨는 이미 비명을 지를대로 질러대지만 어쩌겠니....
피곤함이 쌓이니 감기기운이 더 보태어져서...
테라플루데이 차를 머그컵 가득 뜨겁게 타서 홀짝이며
노곤함을 다스려봅니다.
김장을 하면서 일부러 소문을 내지 않습니다.
두어번 일손을 보태어 봤지만 오히려 더 번거롭기만 한 것이...
그저 전날 오후부터 쉬엄 쉬엄 부재료를 다듬고...
아침부터 사부작 사부작 ..썰고....
일이 고되다 싶으면 잠시 잠시 휴식도 취하면서..
유자차도 한 잔씩 마시면서....
티브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어가면서....
김치통이 하나씩 둘씩 채워가는 중에 보쌈용 오겹살을 가스불에 올리고.
그런데 낭패는
무가 부족하다는 것...
배추김치 중간 중간 툭툭 썰은 무를 박아야 하는데....
남편이 특히 그 무를 즐겨먹는데...
드디어 기다리던 나머지 절임배추가 도착하였는데...
우체국직원이 늦게 가져다 줘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합니다.
아..괜찮습니다...
자..무엇이 문제였나...
박스를 풀어 봅니다.
맨위에 유기농 쌀이라고 적힌 비닐봉지가 나옵니다.
그리고 비닐로 돌돌 말린 앶음을 풀어보니 동치미 무가 네개 들어 있고
배추는 스물 몇 쪽인가 됩니다.
절임배추 20kg주문이었는데 배추도 넉넉히..무도 덤으로...
그리고 3kg들이 쌀까지....
그 덤으로 보낸 쌀의 무게로 인해서인지...
포장에 문제가 생겨서 배송이 늦어진 것입니다.
좀 늦게 배송되었지만,
살짝 애를 태웠지만,
단골도 아닌 첫거래에 이리 덤을 보내 주신 그 마음은
그정도의 낭패함은 상쇄하고도 남습니다.
내 일인양...관심을 가져주고 걱정해준 우체국직원 천** 씨의 그 마음씀 또한
정말이지 흐믓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올 김장에는 그 마음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오롯하게 녹아들어서
더욱 맛갈진 일품김치로 익어 갈 듯합니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얼른 김치 양념이 묻어있는 다라이를 들고가서
씻어옵니다.
한 주일만에 컴백홈을 한 P를 기다렸다가 보쌈으로 늦은 저녁을 먹는 식탁에서
화기애애 대화가 정겹습니다.
토요일.
초록마을에서 나머지 무가 드디어 도착하였고,
김치통을 다시 꺼내어 툭툭 썰은 무를 중간 중간 박는 작업이
꽤나 번거롭고 시간도 제법 걸립니다.
장장 이틀에 걸친 김장프로젝트입니다.
김장 끝!!!
하고나니 몸이 찌부득합니다.
"천안이면 좋겠네....천안에 살고 있으면 좋겠네....."
티브이를 보던 P가
"왜요?"
"아..천안이면...30여분만 달리면 온천장이 나오는데...
아..온천에 가고 싶네......"
천안에 살 땐 온천에 가기가 동네 목욕탕가듯 편하였는데....
아..언젠가....눈이 내리던 날 온천장 가던 날이 추억이 됩니다.
바람에 눈꽃이 펄펄펄...
펄펄~ 눈이 옵니다..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
흥얼거리며 아침상을 차리고...
늦은 아침을 먹고 창밖을 내다 보던 남편이
눈이 왔다더니?
엥? 그새 그쳤나?
언제 눈이 왔었냐는 듯이 흔적도 없이 말짱하다.
거 참....
눈이 오기는 왔었나....
장자의 꿈을 꾼듯..
온천에나 갈까?
욕조에 물을 받는 남편에게,..
그럴까?
솔깃한듯..
그런데... 사람들이 몰려들면 어쩌나...
지난주 온천장까지 갔다가 밀려드는 차량행렬에 정작 들어가 보지도 못한채
차를 돌려 나왔었다....
이런 날 움직이지 않을걸..
그건 당신 생각이고..눈도 오는 주말이라,,온천에 몰려들지..
길도 미끄러울텐데..뭘 그리 오겠어......
아 어쨌거나 사람들이 너무 많으면 그냥 돌아 올테야..
주섬주섬 준비해서 내려가니
어머나.. 또 눈이네...언제 이렇게 쌓였지?
펄펄펄..
하늘에서 끊임없이 쏟아진다...
'국경의 긴 터널을 지나니
밤의 밑바닥이 하애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
새하얀 눈의 나라에 가고 싶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문득 떠오른다..
그래,,우리는 지금.. 설국의 무대.
유자와 마을로 가는거야..
시마우라와..요우코와 게이샤 고마코..
그 다카한 여관의 온천장으로 가는거야....
아...천안에 살면 좋겠네...좋겠네....
노래하듯 중얼중얼해봅니다만
욕조에 물을 채우는 것으로 대신...
P가 점심으로 어제 그 전단지의 치킨을 쏩니다.
토요일 저녁,
누리농장의 유기농 쌀로 밥을 했습니다.
상자가 터지도록 무언가를 더 넣어 보내고 싶어한 그 마음이 보골보골 끓어오르며
밥이 되어 저녁식탁에 차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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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축제..김장축제.. 연례행사라서가 아니고 우리 한민족의 겨우내 반찬양식을 준비하는 큰 행사의 하나라서..지금 막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돌아와 반가운 글을 접하게 되었어요 쁘레시디움 친목회..20명의 대가족이 사강성당에서 교중미사,사강의 햇굴밥에,전곡항의 요트를 배경으로 한컷,제부도,대부도를 지나 송도국제 신도시..카페지기 마이클,역삼프란,안젤로,그레고리오,펠릭스,여기가 우리카페의 연재 칼럼리스트 <멜라니>님이 사시는 동네라네..아~그래요? 이구동성..인천대교,을왕리에서 또 한잔,떨어지는 낙조에 탄성,와! 와!... 멜님은 일년양식을 장만하느라 시난고난 하시는데 저희들만..죄송합니다.
pr. 친목회를 거창하게(!!) 하셨군요...부럽습니다^^. 칼럼리스트라니요..에구구...
송도를 지나면서 '아~ 그래요?' 하셨어요? ㅎㅎ....
<수필연재 작가>로 표현해야 더 어울릴것 같죠?...
저 보쌈에 새김장 겉절이로 쇠주 한잔 아~~~최 루카 부단장님이 군침 다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