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절정 8월에 들어섰다. 작열하는 태양에 가만히 있어도 숨 막히는 더위와 습한 날씨가 심신을 축축 늘어지게 한다. 이런 때일수록 생각나는 게 있다. 먹기만 해도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든든한 보양식. 이번에는 언제나 먹던 그런 보양식이 아닌 새로운 음식을 점령해 보자. 그 이름만 들어도 온몸이 시원해지고 침이 꼴깍 넘어가는 산낙지물회가 빨판을 쭉쭉 늘이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13년 역사, 백촌
가득 찬 마을이라는 뜻의 백촌(百村)은 사람이 많이 모여 번창하라는 의미에서 지은 상호라고 한다. 이렇게 백촌이라는 이름으로 주인장 내외는 유성구 궁동에서 10년간 삼겹살 음식점을 해 왔다. 10여 년을 24시간 밤낮으로 일하다 보니, 힘에 부치기도 할뿐더러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고 싶어 유성구 신성동으로 자리를 옮겨 메뉴를 변경했다.
이전 후 주인장이 선정한 메뉴는 버섯과 소고기, 그리고 산낙지! 이것들로 바꾼 이유는 단 하나이다. 무엇보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지금, 주인장이 생각하기에는 이들만큼 사람 몸에 좋은 게 없었다. 그래서 참살이(웰빙) 시대에 맞게 몸에 좋다는 버섯, 소고기, 그리고 산낙지를 백촌의 메뉴로 전격 결정했다. 그리고 백촌이라는 이름 그대로 새로이 문을 열고 3년이 넘게 이곳에서 장사해 왔다. 웬만한 까다로운 미식가들이 많이 모인 연구단지 주변의 신성동에서 3년 이상 장사했으면 이미 그 맛을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3년이나 버텨온 뚝심을 믿고 백촌으로 향했다.
산낙지물회로 건강 챙기세요!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보니 산낙지물회가 눈에 띈다. 산낙지물회라! 물회는 대전 사람들에게는 낯설 수 있지만, 강원도나 포항 등지의 바닷가에서 주로 해먹는 별미다.
생전 처음 맛보는 산낙지물회를 먹을 생각에 들떠 있는데 맑은 미역국이 정갈한 반찬과 함께 나온다. 시원한 물회를 먹기 전 먹는 따뜻한 미역국은 속을 진정시켜준다. 그렇게 미역국으로 속을 다스릴 때쯤 산낙지물회가 커다란 그릇에 푸짐하게 담겨 나온다.
낙지라는 것이 너무 크면 질기기가 고래심줄 같고, 너무 작으면 씹는 맛이 안 난다. 그래서 먹기 좋은 적당한 크기의 낙지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 백촌 산낙지물회에는 고놈 참 힘센 낙지 한 마리가 통째로 먹기 좋게 썰어서 들어가 있다. 낙지 한 마리는 인삼의 영양분과도 맞먹는다는 설이 있듯이 산낙지물회는 그야말로 영양덩어리이다.
소면도 함께 나오는데, 낙지를 먹고 소면을 담가 먹어도 좋고, 소면을 미리 담가 놓고 함께 먹어도 좋다. 어떤 방식으로 먹든 입에 착착 달라붙는 낙지와 부드러운 소면은 찰떡궁합이다. 한참을 정신없이 먹다 보면 그 커다란 그릇에 담긴 육수를 훌훌 다 털어 마시는 자신을 발견한다. 물회 육수는 15가지의 천연재료로 맛을 낸다. 들어가는 재료는 비밀이라는 주인의 단호한 얼굴을 보니, 그 맛을 개발하고자 애썼던 주인장의 노력이 느껴진다.
이렇게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산낙지물회를 여름에만 맛볼 수 있다면 슬픈 일. 산낙지물회는 계절 음식이라기보다 언제나 먹어도 좋은 사시사철 보양식이다. 애주가들에게는 술 하고도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고 주인장이 살짝 귀띔한다. 산낙지물회는 한 수저 떠먹고 소주 한 잔 먹기에도 좋고, 술 먹은 다음 날 속풀이에도 그만이다.
명품 소고기버섯샤브샤브
산낙지물회만으로도 이미 원기충전은 됐지만, 버섯 전문점에 와서 버섯을 먹어 보지 않고 간다면 그도 섭섭한 일. 소고기버섯샤브샤브도 한 번 맛을 보자. 백촌의 샤브샤브에 나오는 버섯 종류도 여느 집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표고, 느타리, 세송이, 팽이, 황금팽이가 그것이다. 그러나 신선함과 버섯 육질의 맛은 다른 음식점과는 확실히 차별된다. 이들 버섯은 농장에서 키운 것을 직접 주인 내외가 보고 품질 좋은 것들로만 사온다.
백촌은 버섯도 좋지만, 그것보다 육수가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조개, 미더덕 등의 천연재료를 넣어 만든 명품육수. 천연재료만으로 육수를 만드니 첫맛은 개운하고, 뒷맛은 깔끔해 부담스럽지 않다. 맑고 깔끔한 육수가 자꾸만 숟가락질을 재촉한다. 그렇다고 육수만 떠먹으면 안 된다.
호주산의 청정 소고기와, 각종 버섯, 부추, 청경채, 배추와 같은 각종 부산물이 명품 육수에 몸 담그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소고기는 백촌만의 특별한 땅콩소스에 찍어 먹어야 제 맛이다. 고소한 땅콩소스와 부드러운 소고기가 어우러져 입안에서 향기롭게 감돈다. 땅콩 소스 맛이 그리워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고 한다. 살짝 익힌 소고기 한 점 땅콩 소스에 찍어 먹어보니 그 발걸음이 이해가 된다.
개운하고 풍부한 맛이 우러난 육수에 이것저것 살짝 익혀 먹다 보면 금세 샤브샤브 거리를 다 먹게 된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자. 다음 코스로는 여느 집에서나 나오는 것과는 다른 맛있는 육수에 어울리는 칼칼한 칼국수를 먹을 수 있다. 잘게 다진 고추와 고춧가루 양념을 함께 넣어 맑은 육수와 어우러진 칼칼한 맛은 확실히 명품이다. 칼국수가 맛있다고 배를 꽉 채우진 말자. 아직 한 코스가 더 남아있다. 이제까지 먹은 음식을 한 번에 깔끔하게 정리해줄 알밥.
식사를 마치고 나면 후식으로 내오는 수정과. 역시 집에서 직접 만든 수정과의 쌉싸름한 맛이 백촌의 깔끔한 음식맛을 머릿속에 향기로 남긴다.
오셔서 맛과 정을 느끼고 가세요!
백촌에 오는 고객을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는 주인장 내외. 그래서일까. 매일 아침 화전, 버섯 탕수육 등 반찬을 직접 만든다. 김치도 직접 담근 김치를 내 놓는다고 하니 밑반찬이야 오죽할까. 그래서 백촌에서 밥을 먹으면 완전 내 집 밥 같지야 않겠지만, 그것과 비슷한 맛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궁동에서 10년간 백촌이라는 삼겹살집을 했을 때 단골이었던 손님들도 자주 찾아오게 되는 이유이다. 10년 경험으로 의식 있는 영업을 하겠다는 주인장 부부의 마음처럼 백촌에 들른다면 따뜻한 정, 풍부한 맛과 영양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업체주요정보
· 전 화: 863-0345
· 주 소: 유성구 신성동 190-4
· 좌 석: 100여 석
· 주 차: 가능(약 20대)
· 영업시간: 10시~22시(연중무휴)
메 뉴
첫댓글 물회...왠지 낙지가 꿈틀꿈틀되는게....먹기 힘들거 같은데....
오~ 맛있겠다~ 근데 저 사진에 산낙지 진짜 살아있는거 마져?~~
제주도 가서 물회먹고 참 맛난다고 생각했었는데..ㅋㅋ 육지 물회도 된장 풀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함 가보께요.
바로 우리동네이네요 ...가까운데 있어도 한번 가보지를 않았는데 가족과 함게 한번 다녀와야 겠습니다
산낙지도 물회로 먹는구나...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