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쓰기, 그 지적 활동의 위대함
(2020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수필부문 심사평)
수필을 쓰면서 산다는 것은 지적인 삶의 여정이다. 수필 창작 활동은 감각적이고 경험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철학적 높이의 사유를 수행하는 삶이다. 사유 활동을 통해 생존 가치와 삶의 질은 고급스러워지기 마련이다. ‘시니어 문학상’에 응모한 분들은 작품의 문학적 완성도를 떠나서 모두 상급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평범한 일상을 예사롭지 않게, 사사로운 이야기를 위대한 이야기로 만들어낸 글들이 많았다. 작품의 형식적 완성도보다는 문학적 상상력과 해석력이, 교태로운 수사보다는 솔직담백한 언어들이 독자의 감동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 심사의 무게중심을 두었다. 공모 수필들이 그동안 굳혀 온 매너리즘을 가급적 경계하자는 심사기준도 미리 마련했다.
최종적으로 5편에 선정된 작품은 <우산>, <성>, <최고의 유희>, <바람개비>, <지우개>이다. <우산>은 임시직을 우산으로 은유하는 신선함을 보여준 작품이다. 비정규직의 불안한 삶과 심리를 들춰내어 사회적 모순을 은근히 고발함으로써 수필의 공공성을 획득했다. <성>은 사물수필이다. 문장이 다소 서툴어도 성(城)의 확산적 의미를 다양하게 통찰하는 해석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최고의 유희>는 노년의 보편적 삶을 클로즈업시키는 수완을 보여주고 발상의 전환을 이뤄낸 점이 돋보였다. <바람개비>는 외모 장애와 사회적 편견으로 고단했던 삶의 멍에를 끝내 벗어버리지 못한 소외를 완결된 구조로 형상화했다. <지우개>는 구체적인 명명법으로 독자를 작품 내적 상황에 몰입시키면서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사회적 담론으로 승화시켰다.
짧은 시간에 많은 작품을 읽고 가려내는 심사 관행 때문에 안타깝게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수작(秀作)이 숨어 있을 것 같아 심사위원들의 마음이 편하지 않다. 선정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문학을 즐기는 모든 분의 삶을 우러르고 싶다.
심사위원
글/여세주(문학평론가)
홍억선(한국수필문학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