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으로 기억된다. 신문 TV 등을 통하여 사상체질이 온 국민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사상체질 의학에 관한 단행본 책들이 단연 베스트셀러 위치에 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책의 저자는 거의 한의사가 아닌 사람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무실에서나 가정에서나 체질 이야기는 화제가 되었고 무슨 체질이니 무엇을 먹고 무엇은 먹지 말아야 하느니 하는 이야기가 유행되었다. 당시에 여러 가지 체질 테스트 방법이 유행했고 누구한데 가서 어떤 검사받고 체질을 알았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문제가 된 것은 그러한 추정으로 자신의 체질을 정한 것이었다. 한의사들도 너도나도 체질의학을 표방하기에 이르러 바야흐로 90년대 말에는 사상체질의학이 한의학의 주류인 것처럼 되고 이것을 환자들에게 청산유수처럼 쭈-욱 이야기해 주어야 실력 있는 한의사인 것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많았다. 수 년 전 공중파 TV방송에서 환자를 데리고 사상의학으로 유명하다는 한의원 몇 곳에 들른 결과 가는 곳마다 같은 환자를 두고 다른 체질로 이야기하는 것을 방영하여 큰 파문이 일어났다. 예상된 해프닝이었다. 내가 처음 사상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보다 이른 70년대 말이었다. 당시에는 사상의학에 관한 전문 서적이 드물었고 한의사들도 사상체질의학으로 진료하는 분은 별로 없었다. 원래 체질의학은 오장육부 기능의 크기로 체질을 구분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장부 생리 병리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드니까 빼버리고 지엽적인 성격이나 신체의 한열 정도만 가지고 체질을 구분하였기에 필경 사단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나는 사상체질과 8체질의학을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에게 체질을 쉽게 얘기해 주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 쉽게 얘기해 줄 수가 없다. 상당히 치료해 보아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병이 중할수록 열심히 치료하다보면 체질을 알게 되고 섭생을 지도해 줄 수 있게 된다. 체질의학은 고질병 난치병 등 어려운 질병들을 치료하는 좋은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위험성도 있다. 섣불리 자신의 체질을 단정하여 음식이나 생활을 편향적으로 하면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초래 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