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없던 일들이 가끔 우리생활을 신선하게 만들어주곤 하는데...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조금 이른 퇴근 시간을 이용하여 맨날 버벅대던 노트북을 고치러
테크노마트에 갔습니다
요즘 기업마다 AS 정말 친절하더라구요
대한민국 이 정도면 좋은 나라 아니냐고 반문하며
노트북을 맡겨놓고 수리가 되는 동안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서너시간 정도 걸린다니 영화보기에 적당할 것 같았거든요
11층으로 올라가니 거기서 부터 헤매이기 시작하는거예요
사람들은 줄을 서 있고 예매 창구도 많은데
도대체 무슨 영화를 어느 창구에 가서 사야하는지 어리둥절..
세상에..이런 촌스럽기가...
하기야 나이 들어보이고 혼자 온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으니...
가만히 눈치를 보니 은행처럼 대기표를 빼서 기다리다리는 것이었어요
태연을 가장했지만 표 한 장 끊기는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었어요
***
참 우리나라 영화 잘 만든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보았던 원빈의 그 애절한 눈빛이 자꾸 생각나서
우리형을 보러 갔던 건데...
이야기 설정이며 배우들 연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내내 콧등이 시큰해지다가 눈물이 흐르다가...
옆 자리에 앉아서 재잘대면서 팝콘 신나게 먹어대던 젊은 아가씨 들도
영화가 진행되면서는 훌쩍훌쩍거리더라구요
아들 둘을 키우는 저는 남의 얘기 같지 않아 더 실감 났구요
남자형제들의 끈끈한 정이 진하게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 누가 너희들 중 하나를 때리면 같이 때려줘..
그게 형제야!"
학교에서 싸운 두 아들땜에 교무실에서 엄청 당하고 운동장을 걸어나오는
어머니 김해숙의 말에 눈물이 나오는 이유는
그의 연기력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하나는 남편같고
하나는 신경이 많이 쓰이는 자식 같고...."
맨날 형만 위한다는 원빈의 반항을 듣고 어머니가 술을 마시면서
자조적인 말투로 뱉은 이야기입니다
항상 말썽만 부리지만 속으로 엄마를 너무나 걱정하는
작은 아들은 남편처럼 마음으로 의지하고
공부 잘 하는 모범생이지만 태어날 때부너 언챙이인 큰 아들은
그 아픔땜에 죽을 때까지 맘에 넣을 그런 아들이었나 봅니다
결국 맨날 형보다 형노릇하던 동생은 형이 저 세상으로 가 버린 후
그 마음 빈 자리를 메우지 못하고 가슴아파하면서
하늘에다가 대고 불러봅니다
" 형~~"
형이 살아 생전 그렇게 듣고 싶어하던 "형" 이라는 한 마디를...
첫댓글 나도 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