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나쁜데 왜 일자리 늘까
최근 고용시장은 지표만 보면 완연한 봄이다.
12일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최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만9000명 늘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연속 취업자 증가폭이 40만 명을 넘어섰다. 고용률(58.6%)은 1년 전보다 0.3%포인트 높아지고, 실업률(3.7%)은 0.6%포인트 줄었다. 청년 (15~29세) 고용률(40.1%)도 0.7% 포인트 올랐다. 주요 고용지표가 대부분 개선됐다.
고용 호조는 다행이지만 뭔가 이상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와 고용의 흐름이 반대로 나타나서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3%로 떨어졌지만 위업자 수는 47만6000명 늘었다. 2002년 3분기 이후 최대 증가 폭이었다. 올 1분기 역시 3% 안팎의 저조한 경제성장률이 예상되지만 취업자 수는 46만7000명에 달했다. 경기가 바닥이라는데 고용은 되레 정점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일자리 이상증가'현상을 해석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전문가가 태스크포스를 꾸려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고용지표의 설명력을 좀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고용 호조세가 고용시장의 구조적 변화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최상복 경제정책국장은 "사회구조 변화에 따라 경기 변동과 크게 상관없이 고용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그중 하나가 단시간 취업자의 증가다. 재정부에 따르면 주 36시간 미만 근로자는 지난해 454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91만7000명이나 늘었다. 전체 취업자 중 18.7%를 차지한다. 단시간 근로자는 남성보다는 여성 취업자 중에 많다. 30대의 경우 남성 취업자 중 단시간 근로자는 9.7%에 그쳤지만 여성은 23.4%에 달했다.
재정부 김범석 인력정책과장은 "남성의 외벌이 모델에서 남편은 전일제, 아내는 반일제로 일하는 '1.5인 맞벌이'모델로 바뀌고 있다. "고 해석한다. "단시간 근로자 비중이 큰 미국이나 유럽처럼 선진국형 고용구조로 변화하는 과정"이란 설명이다. 단시간 근로자가 늘면 경제 전체의 총근로시간이 증가하지 않아도 취업자 수는 늘어난다.
서비스업 일자리의 증가세도 눈에 띈다. 통계청 송성헌 고용통계과장은 "최근 취업자 수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한 업종은 사회복지서비스와 전문서비스(법무. 공인회계사, 광고 등)분야"라고 설명한다. 제조업과 달리 이러한 서비스 업종의 일자리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꾸준히 늘어났다. 3차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700만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된 것도 고용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이들이 은퇴한 뒤 자영업과 서비스업 등에 진출하면서 고령층 취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달 50대의 고용률은 71.7%로 , 30대(71.7%), 수준을 따라 잡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수석연구원은 "3% 의 경제성장률로 취업자 수 40만명을 유지한다는 건 설명하기 어렵다"며 ""취업자가 '단시간 근로, 50대 여성'에 집중되는 경향에 대한 연구가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