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욱 람사르총회준비위원장 환경부 차관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가 이제 9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유치한 대규모 국제 환경협약 당사국총회인 이번 회의는 10월28일부터 11월4일까지 경남 창원에서 개최되며, 각국 정부대표와 국제기구, NGO와 저명학자, 언론인 등 2,000여 명이 참석한다.
습지는 강과 호수, 갯벌과 늪, 심지어 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데, 이러한 습지와 수많은 습지생물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이 바로 람사르협약이다.
습지는 그 기능이 매우 다양해서 여러 가지 별명을 가지고 있다. 희귀종을 포함한 수많은 동식물의 서식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명의 보물창고'라 불리고, 태풍과 해일 같은 기상재해의 피해를 완화해주는 역할을 해 '자연의 방파제'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홍수 때는 물을 머금어 지하수를 보충하고 가뭄에는 물을 공급하기에 '자연의 스펀지'이고, 오염물질 정화 기능이 탁월해 '자연의 콩팥'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식생이 발달한 습지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지표탄소의 40%를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습지를 훼손하면 저장된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어 기후변화가 가속화된다. '온실가스 저장고' 기능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총회는 이렇게 중요한 습지를 과연 우리가 제대로 보호하고 관리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람사르총회는 우리에게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기회다.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8일간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습지와 자연환경, 우수한 문화와 역사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식탐방지인 국내 최고(最古)의 자연내륙습지 우포늪, 흑두루미와 갈대의 낙원 순천만 등은 세계적인 생태관광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다.
정부는 총회 개최를 계기로 습지보전기본계획 실행에 박차를 가하고, 습지보호지역과 람사르습지를 추가 지정하는 등 우리나라의 습지관리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자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습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일이다. 정부는 다양한 습지인식증진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습지를 보고, 느끼고, 습지보전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총회가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습지와 인류의 미래를 살리는 중요한 메시지와 비전을 다함께 창조해내는 자리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