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링을 위한 1박 2일의 여행 "
4월은 세월호의 충격으로 잔인함에다 가혹함을 더한 처참함 그 자체인 달이었다.
청솔회(靑松會)는 이를 조금이나마 치유하기 위하여 호남지역의 힐링 명소 몇군데를 택하여 여행을 떠나다.
이 모임은 아내의 학창시절 친구 6명으로 구성이 된 모임이다.
그러나 결혼으로 인하여 12명으로 회원이 늘어나다.
오래 전 2커플이 미국으로 이민 떠나고,
그 가운데 친구 한명은 천상이 좋아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4커플--- 8명이 6시에 개봉역에서 집결,
15인승 승합차를 렌트하여 서해안 고속도로에 오르다.
화성부근의 녹지공간에서 간단한 식사....
김석민부부의 합작품인 주먹밥과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조영순님께서 준비한 찬으로
그야말로 간소하게 아침을 떼우다.
회원 모두 몸에는 알뜰함의 이력이 베어져 있다.
식후 커피로 몸속 평온을 유지시키고 나서야
맥향(麥香) 일렁이는 고창의 '청보리밭축제장'으로 향하다.
축제기간은 종료 되었지만 청보리밭의 모습은 장관이다.
그 길이가 자그마치 5Km이며, 보리는 청색에서 부분적으로 황색기미를 더하고 있다.
소시절의 보리밭에 얽힌 이야기가 연상 되어지며 뇌리를 스치다.
보리타작과 도리깨질,꽁보리밥과 풋고추,보리밭 사이에서 연인들의 분탕질한 흔적----
학창시절의 도시락은 윗부분은 쌀이 조금 보이나 속은 온통 보리밥인 옛 가난시절의 추억....
그 도시락조차 준비하지 못했다는 친구의 사정을 어른이 되고 나서 알았으니 인간은 한계성을 지닌 동물인지도 모르지뭐..
우리나라 소설에 나타나는 사랑의 장소는 물레방아간, 보리밭, 이슥한 강가나 숲속등이 전부였다.
그 시대 모텔은 상상도 못하였고 인숙이네 집도 도회지 부근에서나 있었으며,
뜸하게 주막은 있었지만 그곳은 늘 떠들썩 하였기에---
장성으로 향하다.
차량운행의 책임은 김선생님과 유사장님 그리고 우사장님---난 선비(?)라서 늘 제외되는 특혜인듯 여겨지나 실은 운전에 제주가 없는 관계로 열외의 슬픔을 안고 사는 남자로 남는다.
해운대식당에서 "매운갈비찜"과 "호박찌게"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서 편백나무 숲으로 유명한
"축령산 휴양림"을 향하여 발길을 돌리다 .
2시간의 힐링타임. 편백나무가 빽빽한 숲속에서 피톤치드의 효험을 체험하다.
산나물 채취에 넋나간 아낙네들의 모습에는 아직도 부분적인 소녀 모습이 도사리고 있는 듯하다.
도회의 찌든 몸속 노폐물을 토해 내면서 질 좋은 산소를 페부 깊숙이 들이키다.
전신이 힐링이 되며 몸이 가벼워지며 상쾌함이 가득하다.
시골장에서 저녁거리와 머리통 크기 만한 수박을 장만하여 예약한 숙소로 발길을 돌리다.
1박은 남창계곡의 "사계절온천팬션"이다.
김연아가 다녀가서 유명세가 붙은 곳이며 홍보물도 김연아 일색이다.
야외에서 숯불 오겹살과 소맥 그리고 수박과 누릉지로 첫날밤의 정취에 빠져들다.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다.
청솔회에 대하여 잠시 추억에 잠겨보다.
보름간의 미주지역 여행 경험도 있으며,신문지상에 글과 사진도 게재한 바 있고,공통비로 동해 하조대에 아파트를 장기임대하여 가끔씩 즐기기도 하는 모임이다.
그리고 내가 살았던 곳(대구,구미,서울의 도처)은 빠짐 없이 다녀간 극성 회원이기도 하다.
35년이나 함께하는 모임인데 사소한 트러블도 없었던 모임의 정체에 대하여 잠시 숙고 해 보다.
우선 남자들은 대화 하면서 정치나 종교문제로 이해가 상충되는 경우가 한번도 없었다.
상대배려심이 몸에 베어서 각자 죽마고우의 본친구보다도 마음이 닿는 두터운 우정을 느끼는 사이로 가까워 진 우리들이다.
장비(?)가 간단한 수담(고스톱)을 진정으로 즐기는 여가이용의 취미도 같다.
또 안사람들은 대체로 남편의 흉이나 험담과는 거리가 멀다.
연속극 내용과는 영 딴판으로 다른 부부들과도 많이 다르기에 모임이 좋다고 나름 결론내리다.
여기서 잠깐-----회원커플의 면면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김석민,구지연커플!
우리 모임의 스케쥴담당이시다.
국어선생으로 정년을 마치고 지금은 극렬 여행가로 변신하여 국내외를 섭렵 중이시다.
고사성어를 깊이 연구 하여 현대감으로 해설- 곧 출판 예정임.
어부인 구여사님-가톨릭신자로서 늘 말씨가 고르시며 설득력 있는 언어구사에 능하시다.
마음이 둥글고 원만하신 분으로 한때 피아노 연주와 명강사로 활약 하신 백조 같으신 분.
우응환,이재분커플!
평생 제조업체 경영-최근 사업을 마무리 하고, 어부인의 귀금속운영 조력자로 변신...
부드럽고 넉넉하신 마음씨로 우리 모임의 빛을 더해 주시는 아저씨 같으신 분--
어부인 이재분여사! "동아제분"이란 닉네임을 내가 붙혀주다.
화 낼 줄 모르시는 천상 선녀의 성품을 지니셨으며, 그곳이 청솔회의 아지트이다.
늘 주지 못해 안달하는 소위 천사 같으신 여사장님이시다.
유동순,조영순커플!
이름만 봐서는 여성친구같지만 아니다.
유사장님은 산업일선에서 열중 하시는 분으로 시방도 맹 활약중---
일찍이 자녀를 혼사 시키어,손주가 많으셔 복중의 복을 누리시다.
핸드골프(고스톱)실력이 뛰어나서 바둑으로 치면 단급으로 나와 비슷한 경지(?)
어부인 조여사는 음식솜씨가 탁월 하신 분.
"궁중요리의 대가"라고 난 부르고 있다.
연밥도 손수 만들어 제공하며,처녀시절 제약회사에서 경리담당,
정말 머리 좋으신 알뜰주부의 대명사.....
마지막-본인인 나는 조선시대에 살았다면 한 가닥 했을 거란 착각속의 남자-
양반답게 순하며 평생 공부에만 정진(精進)하는 괜찮은 머슴아로 자평합니다.
물론 초특급 유머로 어느 모임에서나 환영 받으나 정작 본처(本妻)는 그게 조금은 불만인듯.....
안사람 권여사!
오로지 가족과 수행(불교)만으로 살고 있는 매력덩어리..
(나이 들어서 나도 팔불출 행세를 하네뭐.....)
3,000배도 능히 하며, 큰 사찰의 중책을 맡아 나보다 더 바쁜 생활의 소유자이다.
내평생의 동반자-내세에 또 만나고 싶다고 고백해도 아직 본인 의사는 응답을 보류하고 있는 그녀는 궁금증만 증폭 시키고 있는 상태이다.
이렇게 인생의 반환점을 훨씬 지나버린 8명의 회원은 모두가 청솔회의 귀한 보석이고 보물이다.
식사후 1시까지 핸드골프(고스톱)로 정을 나뉘다.
윈너는 우사장,그 다음이 나이고 두분은 고리축적에 오로지 기여하신 분들(고맙기 짝이 없다)
새벽공기는 상쾌 그 자체--
산속 새소리가 새벽을 가른다.
인간은 아침에 우는새는 배가 고파서 울고,
저녁에 우는새는 님이 그리워 운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아닌듯 하다.
아침에 수컷이 님을 불러서 낮동안 데이를 즐기려고 울지 않을까 싶다.
우는 새는 아마 꾀꼬리(황조)같다.
팬션 뒷길을 산책하다.
조선시대 과거보러 다니던 길이다.
새재이다.(새도 힘들어 쉬어 간다는 의미, 사잇길이란 뜻도 있으며,억새가 어우러진 고개라는 뜻도 있다)
물소리는 자연음으로 묘음이다.
백양사로 향하다.
고불총림 백양사!
일정이 바빠서 삼배로 참배하다.
입구에 우뚝 솟은 700년 수령 갈참나무의 위용에 경외심을 느끼다.
담양에서 메타세쿼 길을 걸으면서 마지막 숲속 힐링을 마치다.
시식제공 딸기는 꿀맛에 버금가는 맛, 주인 인심이 좋아 실컷 먹다.
담양에서 4대를 이어가는 "신식당"의 명물 "떡갈비"는 전국 떨갈비 본가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다.
매취술과 걑들인 여행지 마지막 미각에 일시 빠져들다.
1박2일의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되다.
서울 도착후에도 호남여행의 분위기를 살려 먼 곳인데도 "전주콩나물국밥"에서 저녁을 떼웠다.
이번 여행의 특징은 숲속의 길을 세번이나 걸으면서 힐링하는데 있었다.
더욱 금실 좋은 부부가 될 것을 우리 모두는 속으로 다짐하면서 헤어지다.
김선생께서 회원 각자의 가가호호 들르시어 그 수고로움으로 우리 일행은 무사귀가하다.
청솔회 여러분! 감사합니다.어부인 여러분! 고맙습니다.
첫댓글 제게 여행후기를 보내 달라는 회원분들의 요청에 따라 여기에다 정리를 했는데......
내리지 않고 그만 이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예상외로 여성동지분들은 여행을 좋아합디다.
다음 여행지는 남자는 집보게 하고 중국으로 간다기에 모두가 오케이 했습니다.
아마 이 나이- 남자의 위축은 여자의 거세어짐(?)과 대칭관계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