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곳 바닷가 어촌 마을
늘 해 기울면 뻘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닭섬 사이로 사자리고
대낮에 개울가에 뱀들이 사납게 짝짓기를 하던 앞산 바로 안쪽 마을이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다
등허리로 올라는 달을
가장 처음 보는 그 앞산,
아버지를 잃어버려 밤새 횃불들고 동네 사람들
찾으러 나섰던 곳이 그 산이다
겨울이었을 것이다
슬픔에 그림자가 드리운 동네에서
방학을 잃어버린
우리들에 형들과 누나들은
봉제공장으로 선반공으로 떠나던 것을
다시 되돌릴 수 없겠지 하고
작은 손 꼭 잡고 있자고 하면서
교실을 빌려
우리들은
노래자랑을 했다
형이 놓고 떠난 키타 리듬에 반쯤 익힌 나는
유행가를 처음으로 어설프게 부르고 외웠던
나에 첫곡은 나의 이십 년이었다
기억한다
초등학교 시간은 반공에 시간이었다
칠십 년 쉬는 시간마다
짜투리 빈 시간마다
당골래 그 아이가 늘 걸렛 자루 하나 들고
아아 어찌 잊으랴 하면서
부르던 그 노래도 잊지 못한다
백묵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교실 안에서
누가 가져 왔는지 녹음기 한 대
낡은 키타 아직 티가 그대로 남아 있는 우리들에
발그스레한 얼굴들이 재래식 난로에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모두들 초롱한 눈망울들이
금새 별빛으로 쏟아져 내릴듯 하였다
아직 나이 들지 않은 미성년
하지만 이미 갯바람에 쓸쓸한 우리들은
어른 흉내를 걷잡을 수 없이 내고자 했지만
몸이 덜컹거려 제 자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좋은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곳
빛 한 번 보지 못하여 한 달이면 쌔하얀 얼굴로 되고 만다는
나는 그들을 따라서 객지에 떠돌면서
비오는 날 신문에 젖어서 돌아오기도 하고
부설 학교 다니면서
교문 언저리에 그들에 영역에 교가를 듣기도 하고
장미꽃밭에서
서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철커덕 돌아가는 인쇄기에 쏟아져 나오는 눈부신 활자의
그 신기함에 젖어서
종이를 추리고 끊어진 선들을 잇는 방법을 배우고
흔들리는 선들을 잡아보기도 하고
이유없이 그들에게 끌려가서 맞아보기도 하고
난데없이 싸우는 또래들을 구경하기도
하면서 그 노래를 불렀다
실습용 종잇장에 떨어지는 노랫말
저렇게 많은 별들중에 별 하나가 나를 내려 본다
하는 노래를 불렀다
구로공단 공장 안쪽 잔디밭에는 다양한 꽃들이 피었다가 지는
스산한 바람이 불기라도 하면
늘 고단하고 빈 주머니뿐인 사람들이
자기 살아 온 길을 탓하면서
담배를 몰아 피우던
곳곳에 소음이 가득 채워져 어디서 어떤 말을 하더라도
쉽게 알아들을 수 없도록
요란한
기계들이 깍는 소리
부속들이 쌓이는 소리
그렇게 가을이 지나고 휴일 반납한 날들
월급도 없이 쌓여가는
고단한 빗소리를 들으면서
청춘에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돌아가야지 다시 바다가 보이는 곳
담벼락엔 넝쿨들이 촘촘히 올라가는 곳
저녁이면 연기 자욱하게 피우는
산 아래 고향으로
돌아왔다
초라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커서 바다에 꿈을 싣고
떠나고
방학이면 소란한 소리들이 온 마을을 가득 채웠던
고향 마을
늘 소들에 울음이 있고
돼지들이 자기 목소리를 주장하는 곳
곳곳에 타는 냄새와 분뇨 냄새들이
종잡을 수 없이 가득 넘치는 동네에서
나는 장날이라 콩나물 버금가는 읍으로 통하는 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니면서
그 노래를 불렀다
산길이라 책 한 권이면 걸어가면서 읽기도 하고
들길이라 농작물에 커감을 툭툭 손으로 건들기도 하면서
나는 친구가 들려 준 노래를 불렀다
독백 어쩌면 혼자만에 길에서 나에 노래였는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