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처음 우리 집에 입성했을 때부터 대장님은 워낙 무던한 성격이라 한 가족이 되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2년전쯤 문제가 생겼다. 엄마가 거실 소파를 바꿨는데 대장님이 소파를 자신을 위한 거대한 스크래쳐 선물 쯤으로 알았는지 소파가 들어오자마자 발톱으로 긁어대기 시작하는 것이다. 문제는 새 소파가 이전 소파에 비해 꽤 비싼 놈이라는 것이었다. 이전 소파에는 관심도 없더니 왜? 대장님도 비싼 것 좋아하나보다....ㅠ,ㅜ
사람이 있을 때는 눈치가 보이는지 긁지 않다가 가족들이 모두 잠든 밤이면 긁어대니 잠들기 전이면 소파를 온통 천으로 뒤집어 쒸우느라 밤마다 난리였다. 그래도 대장님은 천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또 긁어대고..ㅠ,ㅜ
다행히 이 갈등은 지난 해 종료됐다. 찡이가 다리에 힘이 빠져 미끄러지는 통에 매트를 온 집안에 깔았더니 대장님은 이 매트를 긁어대느라 소파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단순한 놈..^^;;
그런데 찡이가 떠나고 이 매트를 다 걷게 되자 엄마는 또 시름에 빠졌다. "이젠 또 어쩌냐. 대장이 소파 긁기 시작될텐데.... 마당에 나가면 감나무며 온갖 나무를 긁어대는 놈이 그것도 모자라서 왜 소파를 긁는 거냐고!" 엄마의 걱정이 시작됐다. 하긴 도처에 스크래쳐가 깔려있는데도 웬 심술인지...ㅋㅋ
엄마한테 이제 몇 년 지났으니 소파도 낡았고 소파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고 해도 주부인 엄마는 그게 안되나보다. 그래서 냥이 집사댁을 이곳저곳 기웃거려 고양이가 가구에 흠집낼 때 효과를 봤다는 스크래쳐를 하나 구입했다.
그런데 이 놈 참 신통하다!
스크래쳐가 배달되어온 첫 날, 그 위에 낼름 대장님이 가서 앉으시는 게 아닌가. 뭔가 조짐이 좋았다. 소파 긁으러 가다가 그곳에 멈추라고 스크래쳐를 가장 많이 긁는 곳 앞에다 두었는데 아예 소파에는 관심을 끊고 스크래쳐 위에서 자고 뒹굴고 껴안고 노는 것이 아닌가. 이거 정말 마법상자같은 물건이다. 별 기대도 하지 않았었는데.....
이날 이후 대장님의 소파 긁기는 완전히 사라져 사진에 나온 모포도 걷었다. 모포를 걷어낸 자리에는 아직도 대장의 공격을 받은 처참한 흔적이 남아있지만....^^;;
엄마와 대장님의 길고 긴 갈등은 이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달랑 저 작은 스크래쳐 하나로 말이다.
게다가 대장님이 이 스크래쳐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늘 껴안고 계시는데 청소할 때 잠깐 내놓으면 혹 버릴까 걱정되는지 냉큼 가서 그 위에 올라 앉는다는 것이다.
"이거 내꺼다옹. 버리지 말라옹~~~"
자기 거 없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대장을 보며 엄마가 한 마디 한다.
"대장 니 가구만 아끼지 말고 엄마 가구도 좀 아껴주면 안되겠니? 아주 지 꺼만 챙겨!" |
출처: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동물행성 원문보기 글쓴이: 더불어밥
첫댓글 어머님 말씀대로 "대장 아주 지 꺼만 챙겨!!"ㅎㅎㅎ
그래도 넘 귀여우신 대장님^^ㅎㅎㅎ
음하하........ 멋쟁이 대장님, 만쉐이.... 가구 긁으면 속상한거 맞는데 더불어밥님 글 읽으면 왠지 대장 편이 되어버리는 건 뭔 조화일까요? 저희집 소파는 달랑 3인용 하나 뿐인데 그거 12년째 되는 거거든요. 그 소파 양쪽에는 하니 오래비냥이 긁어놓은 자국이 너덜너덜하니 그대로 있어요. ㅎㅎ 새 소파 긁어놔도 내가 이뻐라 하는 녀석이라 야단은 못치고 못 긁어대게 비닐같은 걸로 덕지덕지 붙여놓곤 했던 기억이 있어요. 우리 하니는 정말 요조숙녀라 수현이 침대 다리에 감아준 삼끈만 긁어대는 이쁜이라 나무랄게 없어요.(ㅎㅎ 자랑질입니다옹...)
냥이들은 또 이런 문제를 일으키나봅니다..집사들 대부분이 자식이 그러면 혼내키면서도 냥이가 그러면 '조놈, 아주 귀여운짓 했구만'하면서 넘어가던데요..ㅎㅎ
울집냥이 수수는 너무 얌전해서 사고치는게 거의 없었어요.. 다만 종이박스만 보면 이성을 잃고 이빨로 뜯었는데..ㅋ 종이박스를 사랑하는 수수!
ㅋㅋㅋㅋㅋ 어머님 말씀이 정답이네요 지꺼만 아끼는 대장 ㅋㅋㅋㅋㅋㅋ
어우~ 대장도 궁둥이가 만만치 않네요 ㅎㅎㅎㅎㅎ
ㅎㅎㅎ 지꺼만 챙기는 대장 너~ 앞으로도 잘살겠다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