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살리기 사업 구간 중 북한강변에 위치한 강원 화천군 거례리 청동기시대 마을유적에서 확인된 삼국시대 횡혈식 석실분. 2010.12.07
화천 4대강 구간서 청동기 주거지도 확인
원천리 유적 맞은편 거례리에 대규모 촌락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 구간 중 북한강변에 위치한 강원 화천군 거례리에서 기원전 10세기 전후의 대규모 청동기시대 주거지가 확인됐다. 거례리 유적은 3~4세기 군사적 성격을 띤 백제의 변경 취락으로 드러난 같은 4대강 사업 구간의 원천리 유적과는 마주 보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재)한백문화재연구원(원장 서영일)은 조사 전에는 경작지로 활용된 거례리 북한강변 6만9천958㎡를 조사한 결과 청동기시대 추정 주거지 145기 중 43기와 같은 시대 수혈(竪穴. 구덩이) 10기, 도랑 모양 흔적 2기, 그리고 삼국시대 횡혈식 석실분(橫穴式石室墳. 옆트기식 무덤) 1기 등을 확인했다고 7일 말했다.
청동기시대 주거지에서는 청동기시대 전기에서 중기에 이르는 유물로 평가되는 적색 마연토기와 무문토기, 공렬문토기(구멍뚫음토기), 돌대문토기(돋을띠를 넣은 토기) 등의 토기류와 더불어 도끼, 칼, 화살촉 등 석기류가 수습됐다. 서영일 원장은 "아직 시굴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인삼밭 지역에도 청동기시대 주거지가 밀집한 것으로 드러나 이 지역 전체를 조사하면 청동기시대 주거지 숫자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조사한 주거지 중 평면 형태가 드러난 곳은 37기로, 세장방형(긴네모꼴) 4기, 장방형 20기, 방형 13기 등으로 밝혀졌다. 각 주거지가 중복이 심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기간을 두고 반복적으로 주거지가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조사단은 덧붙였다.

거례리 삼국시대 석실분
이곳에서 유일하게 1기가 발견된 삼국시대 석실분은 무덤방이 평면 방형에 남북 방향의 장축, 그 남쪽 벽면 동쪽(오른쪽)에 치우친 지점에 무덤 바깥으로 통하는 통로를 갖춘 횡혈식 석실분으로 드러났다.
현재 바닥 부분을 비롯한 하단부 일부만 남았으며 출토 유물은 목관이나 목곽을 짜는 데 사용한 못이 있지만 도굴 구멍이 확인된 점으로 미뤄 내부 유물은 모두 도굴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무덤방 안에 관을 올려놓는 시설인 시상대가 없고 바닥은 강돌을 깔고 그 위에 다시 판석을 깔아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갖춘 삼국시대 무덤이 없고 출토 유물이 몽땅 도굴돼 어느 국가 무덤인지 알기 어렵지만 삼국시대 석실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백제 무덤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서영일 원장은 "청동기시대 대규모 취락으로 드러난 거례리 유적은 인근의 같은 화천군 용암리유적과 마찬가지로 유례가 드문 대단위 마을 유적"이라면서 "조사가 완료되면 한국 청동기시대의 취락 문화 연구에 큰 성과를 남길 수 있는 유적으로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태식 2010-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