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 왜 장발장을 배려해야 하는가?
이인환(논설위원, 독서논술지도사)
<레 미제라블>은 장발장, 자베르 형사, 미리엘 신부, 수양딸 코제트, 코제트의 남자 마리우스라는 다섯 명의 인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현실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단연 장발장이다. ‘장발장형 범죄’라는 말이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도둑질을 하는 생계형 범죄를 일컫는다. 실직자 가장이 아기에게 먹일 분유를 훔치거나, 가난에 굶주린 사람이 식품점에서 먹을 것을 훔치는 것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남의 것을 훔친 것은 분명히 범죄행위라 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무조건 감옥에 가둬 벌을 주는 것이 과연 옳은 행위인가 생각해 보게 만든다. 장발장이 조카들을 위해 빵 한 개를 훔쳤다가 19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 것은 정말 비극적인 사건이다. 장발장이 감옥생활만 잘 했어도 일찍 나왔을 텐데, 탈옥을 시도했기 때문에 더 큰 벌을 받은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죄를 지었다고 무조건 처벌만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 하는 것이다.
창의적인 독서를 위해서는 책 속에 내용을 구체적인 현실과 결부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우리는 장발장의 처한 상황과 같은 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현실 속에서 어떻게 다루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인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마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장발장과 같은 상황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쯤에서 독자들도 자신만이 사례로 들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떠올려 보았으면 한다.
나는 요즘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바로 빵을 훔친 것도 모자라 탈옥을 시도한 장발장이 잘못한 것이니까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같다고 본다. 물론 피해자를 배려하고 학교 분위기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가해자에게 더욱 엄한 벌을 내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처벌이 교화의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자칫 죄에 대한 보복 그 자체가 된다면 더 큰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빵 한 조각 때문에 19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나온 장발장은 자칫 사회에서 버림받은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만약에 미리엘 신부를 만나지 않았다면 장발장은 빵을 훔치는 생계형 도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적응을 못해 더 큰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하게 된 것이다. 만약에 장발장이 어차피 망한 인생이라며 홧김에 사회에 나쁜 마음이라도 품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그에게 벌을 줘야 한다고 했던 이들이 받게 되는 것이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라고 해서 무조건 학교에서 내보내거가 감옥에 보낸다면 당장은 조용할지 모르지만, 이 학생들이 학교 밖을 배회하거나 감옥생활을 마치고 나온 다음에 원만하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사회 전체를 위해서 더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금방 유추해낼 수 있어야 한다. 가해자들이 감옥생활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할리도 없고, 설사 충분히 반성을 하고 나왔다 하더라도 전과자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장발장처럼 냉대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규칙이나 법을 어기는 것은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잘못했다고 해서 무조건 벌을 받게 하다 보면 그 사람은 점점 더 나쁜 짓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오히려 벌을 준 것이 더 나쁜 결과를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장발장을 배려해야 하는 것은 결코 장발장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좋든 싫든 어쨌든 한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 구성원인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