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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도 세번째 해외원정 이야기
일본 북알프스 고류다케 동계 백패킹
2024년 4월 9일 - 11일
2박3일 간의 고류다케 이야기 두번째
로망...
로망을 로망으로 남겨두지 말자.
비현실적인듯 현실적이었던 고류다케의 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고 산에서 잠을 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벅차게 다가오는 카시마 야리다케와 고류다케의 모습
가까워 보이지만 상당히 먼 거리였다.
두번째 날의 산행이 다시 시작되었다.
두번째 날은 최대한 고류다케와 가까운 지점까지 전진하여 Camp2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Camp1을 구축했던 소토오미산이 뒤로 보이고 완벽한 날씨의 축복을 받으며 출발한다.
눈이 많고 경사는 아직 완만하였다.
날씨는 덥게 느껴질 정도로 따뜻한 느낌이고 바람도 한 점도 없었다.
하늘은 새파랗고 나무 한 그루는 시리도록 빛나게 보였다.
지나온 능선
뒤로 살짝 보이는 봉우리는 나카토오미산이라고 한다.
다음 봉우리인 오오토오미산을 향해서...
가운데 보이는 카시마 야리다케에는 급경사로 길게 흘러내린 꿀루아르(Couloir, 산허리에서 흘러내리는 급경사의 협곡) 같은 것이 보이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이것은 빙하라고 하였다.
눈이 많은 한겨울에는 눈사태도 충분히 일어날 것 같은 모양새다.
아마 눈이 녹은 날에는 꿀루아르 지형이라 위험할듯 하였다.
고도가 2,000미터 이상 높아지면서 눈은 더 많이 쌓여 있었다.
설릉은 곳곳에 커니스(Cornice, 능선끝에 눈이 쌓여 벼랑처럼 돌출된 눈처마)를 이루고 있어 조심해서 이동해야 했다.
고도가 아직은 낮아서 제법 수목이 있었다.
지나치게 맑은 날씨에 쨍하여 그늘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계속이어지는 커니스 구간들이 사진 찍기에는 멋있게 보였다.
느긋하게 찍고 박으며 이동한다.
반팔만으로 가기 시작하는데 나중에 엄청나게 낭패를 본다.
썬크림도 안 바르고 무슨 배짱이었는지 ㅠㅠ
맥 부단장은 썬크림을 칠대반죽하고 다녔다.
어마무시한 커니스들^^
무너지진 않을까 조심해서 비켜간다.
아래쪽 저지대의 풍경
비교적 눈이 없다.
남쪽으로 가까이 보이는 곳은 마쓰모토씨와 연결되는 오마치시로 확인되었다.(나중에 지도를 보고^^)
산정에서 밤새 불빛이 보여 별사진 찍는데 도움이 되진 않았다.
멀리 보이는 산은 미나미 알프스 산군이다. 맥 부단장의 증언에 의하면 ㅎㅎㅎ
야영 하기 좋은 설릉
하얀 설산과 파란 하늘, 그리고 나...
모든것은 완벽했다.
가끔 서 있는 자작나무가 너무 운치가 있었다.
고류다케가 잘 보이는 능선 부근에서 Camp2 사이트를 구축하기로 하고 배낭을 내려놓고 가볍게 경배낭으로 정상공격을 하기로 한다.
더워서 반팔 입고 가볍게 갔는데 나중에 거의 3도 화상에 가까운 화상을 입는다.
썬크림도 거부하고 무슨 배짱으로 그랬는지 ㅠㅠ
썬크림을 칠대반죽하고 긴팔로 무장한 맥 부단장은 우유빛깔 피부를 보호할 수 있었겠지 ㅎㅎㅎ
일본 사람들이 야영한 흔적
원래 계획했던 박지인데 운행이 늦어져서 우리는 조금 아래쪽에 Camp2를 구축하였다.
이곳은 니시토오미산 바로 아래쪽 능선 사면의 구릉지대로 바람을 막고 조망이 좋아서 하룻밤 머물기에는 제격인듯 했다.
다음번 진행때는 꼭 이곳에서 하룻밤 머물고 싶었다.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었다.
저 높은 곳을 향해서..
산은 2가지 종류의 산만 존재한다.
우리 동네 뒷산과 그외의 모든 산...
니시토오미산(西遠見山, 2,265m) 정상에서 바라 본 고류다케 능선
좌측은 고류다케(2,814m) 정상이고 우측 봉우리는 시라다케(白岳, 2.541m)인데 등로는 능선을 따라 시라다케로 연결된다,
우리는 대충 시간을 절약하고자 능선 좌측 사면 설벽을 바로 치고 오르기로 결정한다.
일본 지도상에는 앞에 보이는 낮은 커니스 능선을 따라 올라 우측 봉우리를 오른 다음 다시 좌측의 시라다케(白岳, 2.541m)를 찍고 살짝 왼쪽 안부로 내려서서 왼쪽 능선으로 이어지는 고류다케 정상으로 길이 나 있었다.
우리는 시라다케 봉우리에서 왼쪽 안부에 있는 고류산장으로 대설사면을 타고 직등하기로 한다.
위태로워 보이는 커니스 구간들
시라다케로 오르는 급사면 구간
적설량이 엄청나게 많아서 가끔은 허리까지 빠지곤 했다.
심설기 러쎌 수준으로 힘이 들었다.
다리가 푹푹 빠져서 에너지 소비가 많았다.
대설사면에서 프렌치 테크닉을 보여주는 맥 부단장 ㅎㅎㅎ
한국등산핵교의 기백인가?ㅎㅎㅎ
가장 힘든 크럭스 구간으로 느껴졌다.
가벼운 경배낭임에도 한발한발 버거웠다.
고지대라서 산소가 희박한건지 러쎌하느라 힘이 부치는 것인지...
사진 보다 훨씬 큰 규모의 대설사면.
눈이 없으면 반드시 능선따라 등로로 올라야할듯 했다.
정력이 쌔기로(?) 소문난 맥 부단장도 힘이 드는지 자주 쉼을 가진다. ㅎㅎㅎ
바로 코앞에 보이는 능선인데도 생각보다 실거리가 멀었다.
아침에 일찍 출발한 닛뽄 산꾼들은 벌써 정상을 찍고 하산을 하고 있었다.
굉장히 급사면이라 미끄러지면 금방 한일 산악인 회담이 열릴 분위기였다. ㅎㅎㅎ
왼쪽 뒤로 보이는 커니스 구간을 통과하여 올라왔는데 사진상으로 가까워 보이지만 꽤 거리가 있는 곳이다.
온통 하얀 설산에서는 가끔 설맹도 오고 원근법이 무시되는 경우가 있다.
착시 현상으로 실제 조난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나는 노란색 셀로판 테이프로 제작한 38,000원 짜리 고가 썬글 덕분에 나중에 부엉이 눈이 되었다. ㅎㅎㅎ
드디어 고류산장이 보이기 시작하고 고류다케 정상도 보인다.
지붕만 살짝 보이는데 실제로는 2층 건물의 지붕이다.
그 만큼 적설량이 상당하고 겨울에는 눈이 많아서 산장이 휴무라고 한다.
도착시에 아무도 없어서 실컷 만중한을 즐긴다.
고류산장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시라다케로 원래 등로는 이 봉우리를 찍고 내려서게 되어 있었다.
우리가 올라온 대설사면
고류산장에서 바라 본 서쪽 풍경
우리나라 동해가 보이는 곳으로 실제 파란 수평선은 동해 바다이다.
시계가 매우 좋은 날이었다.
고류산장 지붕과 뒤로 보이는 고류다케 정상부
시간상 고류다케 정상까지 왕복으로 다녀오는 시간이 최소 2시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어 정상 공격을 포기하기로 한다.
이곳까지만 올라서도 보이는 모든 것이 경의롭고 완벽하였기 때문이다.
정상까지 가는 길은 거리는 짧지만 생각보다 위험한 급사면을 트레버스 해야하고 오후가 되면서 크러스트되어 있던 설벽이 다소 녹아 내리고 위험해 보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될듯 하였다.
뭔가를 포기한 댓가로 한가로운 고류산장에서 휴가를 보내게 된다.
따사로운 햇볕에 몸을 맡기고 맥주 한 캔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가진다.
상의탈의하고 여기저기 돌아댕기며 뷰를 즐기는 맥 부단장
고류산장의 정취를 뒤로 하고 급하게 다시 하산을 시작한다.
Camp2 위치에 배낭만 던져두고 온 터라 빨리 내려가서 사이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첫째날 보다 더 멋진 사이트에서 Camp2를 구축한다.
고류다케쪽으로 넘어가고 있는 일몰
두번째 맞는 해넘이 풍경이다.
핑크 선셋
역시 남자는 핑크^^
Camp2의 별밤
두번째 날도 아름다운 별들과 함께
두번째 날은 이렇게 간다.
날씨가 밤에 약간 흐려 은하수를 담지는 못했지만 별들이 쏟아지는 밤은 평생 잊을 수 없다.
일본에는 3,000미터 넘는 산들만 대략 21개쯤 있다고 한다.
2,000미터 이상은 말할 것도 없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일본 산들을 오르면서 소싯적에 등산학교 교재에서나 보던 용어들을 실제 경함하게 된다.
이번 산행에서도 꿀루와르, 걸리, 커니스, 스노우브릿지 같은 것들을 직접 경험하게 되면서 옛날 기억들이 새롭게 되새겨지고 이것들을 다 알고 있는 나 자신에게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쓸데없는 것들을 많이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ㅎㅎㅎ
2024년 4월 11일 고류다케 가는길에
버티고
첫댓글 파란 하늘과 순백의 설산이라..
이렇게 풍광 사진으로 대리만족
힘든 만큼 최고의 순간들이네요
수고하셨어요~^^
사이다 영상
단장이 일 다해슈.
커시스 직벽에 가까운 아찔하고 멋진 경사면 썬크림 화상 ㅜㅜ 맥스 부단장님의 섹쉬한 상의탈의와 엉덩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ㅋㅋ
상남자 두분의 여행기 멋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