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언어발달장애 책이 출판되어 나오기 일주일 전입니다. 언어발달과 의사소통을 연구하는 학생들과 실제 언어치료를 하는 모든 언어치료사님들께 도움이 되는 책이 되길 바랍니다. 역자서문으로 책 소개를 드립니다.
역자서문
나는 날마다 여행해요/하루는 책의 숲 속으로/또 하루는 나무 사이 떠오른 달 속으로/시각적 이미지로 담아 둔/시간을 꺼내 음미하다 보면/소리로 만들어진/내가 생겨나요//나는 다채로운 나 사이를/훨훨 날아다니며/이름을 붙여 주지요/언어화된 겹겹의 심상들이/여전히 한낮을 떠돌다가/저녁으로 내려올 때 즈음/내 영혼은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진/존재로 다시 태어나겠죠//
-김화수, <언어로 집짓기> 중에서-
원판인 Viki A. Reed 교수님의 책이 처음 출판된 것은 1986년이었다. 저자는 축적된 연구결과와 지식내용을 보완하여 4판까지 지속적으로 출간하였으며 이 책은 4판에 대한 것이다. 원 제목은 “An Introduction to Children with Language Disorder”이니 정확한 번역에 의하자면 “아동언어장애 개론(기초)”으로 명명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언어발달장애 기초”로 제목을 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텍스트에 포함된 내용을 고려할 때 아동뿐만 아니라 청소년이나 장애를 지닌 나이든 대상자들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병원의 언어치료사들은 대부분 치료대상자를 부를 때 환자분이나 환아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아마도 성인과 아동이라는 두 가지 연령 범주 안에서 접근하는 듯 보인다, 또한 일반 클리닉이나 센터에서는 언어평가와 치료를 시행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 습관적으로 “아동”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는 아마도 치료대상자들이 대부분 아동이어서 언어습관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인간 발달의 견지에서 생각하면 아동이나 성인으로 나누는 연령 규준의 용어가 연구나 임상의 측면에서 유용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아동”이라는 특정 연령대의 단어를 생략하고 “발달”이라는 단어를 추가하였다. 언어발달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한 또다른 이유는 언어치료사 자격관련 근거에 따른다. 한국의 언어병리학이나 언어치료학의 학문 분야에서는 언어재활사 국가고시에 의해 언어치료를 행할 자격을 마련하고 있고, 법의 고시에 의해 이미 언어재활관련 교과목을 명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언어발달장애라는 과목은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 57조의4제2항[별표 6의2]에 필수과목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이 책 제목을 “언어발달장애 기초”로 명명한 근거는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도 서문에서 밝혔거니와 이 책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정상 언어 및 의사소통과 언어발달의 개관, 2부는 아동언어장애 전반에 대한 것을 다룬다. 즉 단순언어장애, 학습장애, 언어장애 청소년, 지적장애, 자폐, 청각장애, 후천적 언어장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특히 2부 마지막 장에서는 영재, 시각장애, 신경운동장애, 구개파열, 말더듬을 가진 특수한 아동들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킴으로써 다른 아동언어장애 책들과 차별화시켰음을 알 수 있다. 3부는 최근 한국 언어병리학 분야에서 큰 관심영역으로 연구되고 있는 AAC와 함께 언어 평가와 중재를 논의하고 있다. 역자(김화수, 김성수)들이 부분적으로 참여한 박학사 출간의 언어발달장애와 함께 이 책을 읽는다면 언어발달장애에 대한 기초적 지식뿐만 아니라 평가와 중재라고 하는 임상에서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언어로 집짓기를 하며 세상과 소통하려는 모든 이들을 위해 아름다운 의사소통의 뜰로 이끄는 언어치료사야말로 존재의 집을 지어주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역자의 여러 글들에서 반복해서 주장하고 있는 말이다. 특히 언어와 의사소통의 “발달”이라는 큰 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작업이다. 연구에서든 실제 임상에서든 일상에서든 소통하려는 사람과 눈을 맞추고 서로의 성장을 바라보는 일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는 언어라고 하는 존재의 집을 굳건하게, 또는 새로이 짓고자 하는 “발달하고 있는 사람”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이므로 클라이언트와 치료사, 또는 연구자는 진정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우리의 삶을 생생히 빛나게 해주며, 가득한 아름다움으로 살도록 에너지를 나누어주는 가족들, 많은 연구의 홍수 속에서 늘 도전하게 해주는 연구실 제자들, 그리고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우리의 “언어발달장애” 클라이언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또한 역자들의 작업을 오랫동안 기다려주신 박학사의 구본하 사장님, 꼼꼼한 편집을 위해 애써주신 김재석 선생님께도 감사 인사드린다.
2017년 8월, 푸른 문천지 곁에서 역자 대표 김화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