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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수술로 '의료비 폭탄'… 잘나갔던 여행사 사장, 달동네 생활
'실버 파산' 주범 질병 - "죽는 것보다 아픈 게 두려워"
척추골절로 입원비 등 수천만 원… 가족관계 끊기고 우울증까지
- 중증 질환, 중산층에 더 타격
빈곤층은 의료급여 혜택 받지만 중산층은 오히려 목돈 지출해야
"3년 전에 척추 수술을 크게 했어. 한 번 일어나려면 눈물이 뚝뚝 나고…. 그나마 남은 돈은 그때 투병 생활하며 다 써버렸지."
지난 28일 서울 은평구의 비탈진 골목길에 들어선 6평(20㎡)짜리 작은 집. 독거노인인 김진석(가명·65)씨가 자신이 겪은 병고(病苦)를 어렵게 털어놨다. 책상 겸 식탁으로 쓰는 작은 탁자 위엔 진통제, 혈압약,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등 온갖 약봉지가 수북했다. "기초생활수급비 57만 원으로 먹고산다"는 김씨에게도 1980~90년대 태국·호주 등지에서 해외 현지 여행사를 운영하던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가 보여준 휴대전화엔 해외 유명 여행지에서 선글라스 끼고 잘 차려입은 40대 남성의 사진이 여럿 남아 있었다. 하지만 불시에 닥친 질환은 남부러울 것 없던 중산층의 삶을 한순간에 바꿔버렸다.
◇"죽는 것보다 두려운 건…"
그가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지칭한 1990년대 초반엔 세계 각국이 그의 일터였다. 국내 여행사에서 직장 생활했던 노하우를 살려 태국 방콕, 캄보디아, 호주 시드니 등 해외에서 현지 여행사를 운영하며 국내 여행객들에게 현지 가이드와 숙박 등을 제공해주는 중개업을 했다. 그러다 1997년 IMF 경제 위기로 여행객이 확 줄자 2000년 즈음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고 한다.
▲ 지난달 28일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만난 김진석(가명)씨는 작은 텃밭 한 모퉁이에 오드리 헵번 사진을 걸어뒀다. “그녀는 나의 첫사랑”이라고 했다. 우울한 기분이 들 때면 사진을 보면서 말을 건네기도 한다고 했다. 김씨는 젊은 시절 해외 현지 여행사를 운영하는 잘나가던 중산층이었지만 척추골절 등 중병을 앓다가 노후 자금을 다 쓰고 기초생활 수급비로 생활하고 있다.
중병으로 의료비 지출 실버 파산 얼마나 앞당기나
55세 은퇴 당시 자산 2억 5,000만 원 가진 경우를 가정. 평탄하게 살면 88세 때 은퇴 자산 고갈.
7년 일찍 파산 88세↓ 81세.
75세 이후 치매를 앓아 연 1,000만 원씩 지출하면 81세 때 은퇴 자산 고갈
60세 때 암이나 심혈관 뇌혈관 질환으로 연 600만 원씩 3년간 지출하면 85세 때 고갈.
김씨는 "큰 병이 생기기 전에 부동산 투자로 재기를 노렸지만 결국 자산이 바닥나 버렸다"고 했다. 2013년 초 허리를 다친 탓이 컸다. "하루는 몸을 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실려갔어요. 골다공증이 진행돼 척추골절까지 왔다는 진단이 나왔지요." 척추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입원한 첫 5개월 동안에만 병원비가 2,500만 원 나왔다. 이후에도 치료비가 통장에서 600만~700만원씩 뭉텅이로 빠져나갔다. 한 번 큰 병이 생기자 가족관계까지 끊기고 '마음의 병'인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돌봐줄 사람도 없어서) 나중엔 홀로 일회용 기저귀를 차는데…." 김씨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재는 상태가 많이 호전된 김씨는 최대한 근검절약하려고 노력한다. 술은 아예 입에도 안 대고, 점심은 지역 복지관에 가서 해결한다. 두 달에 한 번 지원 나오는 20㎏짜리 쌀로 밥을 짓고, 1000원짜리 채소 씨앗을 사와 작은 텃밭에 심고는 고추며 방울토마토를 직접 길러 반찬거리에 보탠다. "이런 노후가 찾아올지 상상도 못 했지요. 죽는 건 두렵지 않아요. 다만 몸이 또 큰 병이 찾아와 아프고 힘들어 또 무너질까 봐 그게 두려운 거지요."
◇중병에는 중산층도 무너져
중산층의 노후를 위협하는 최대 요인은 '병'이 꼽힌다. 보건복지부의 '2014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9명(89.2%)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고 ▲평균적으로 2.6개의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노인 1만451명은 '가장 부담스러운 것'으로 주거비(35.4%)에 이어 보건의료비(23.1%)를 꼽았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고령자 의료비 추정' 자료에 따르면 73세 노인이 1년간 고혈압으로 외래 진료를 받으면서 골절로 18일, 뇌출혈로 90일 입원했을 경우 본인 부담 의료비가 677만 원으로 조사됐다.
신현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 역시 한때 연간 수십억 매출을 올리는 회사를 운영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소득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1997년 다발성경화증이란 희귀질환에 걸리면서 고가의 검사와 진료를 연거푸 받는 바람에 수억원이 의료비로 나갔다는 것이다. "매달 약값 등에만 30만~40만 원 들고 장애 관리까지 따지면 100만 원 넘는 돈이 꾸준히 들었지요. 병 때문에 나는 물론 간병해 주는 배우자까지 일을 못 하면서 더 어려워진 거지요."
김만석(가명·68)씨 역시 작년에 뇌졸중 진단을 받고 간병인을 쓰기 시작했다. "작년 한 해 진료비 2,000만 원에 간병비만 추가로 2,500만 원쯤 들었다"는 김씨는 "결국 예금 통장까지 깨는 사태까지 왔다"고 말했다. 언제 '실버 파산'에 이를지 모르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노후에 맞는 '의료비 폭탄'은 극빈층보다 중산층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신영전 한양대 의과대학 교수는 "극빈층은 의료급여 혜택을 받지만 은퇴해 소득이 끊긴 노후 중산층은 오히려 한꺼번에 자신의 목돈을 지출해야 한다"며 "의료비 지출이 전체 지출의 10%를 넘어가면,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빈곤층으로 떨어질 확률이 1.4배 높아진다."고 말했다.
노년 질환에 드는 의료비 추정
- 73세 노인 1년간 고혈압으로 외래 진료받고, 18일간 골절로 입원, 뇌출혈로 90일간 입원
고혈압 외래 진료 25만 원, 골반 골절 입원비 93만 원, 대뇌출혈 입원비 559만 원 의료비(환자부담금) 총 677만 원.
69세 노인 1년간 당뇨로 외래 진료를 받고, 폐쇄성 폐 질환과 뇌경색증으로 각각 40일, 65일 입원
당뇨 외래 진료 36만 원, 폐쇄서 폐 질환 입원비 267만 원, 뇌경색증 329만 원 의료비(환자부담금) 총 632만 원.
실손보험 낼 돈 없어… 70代 가입률 28%로 뚝
매년 보험료 10~15% 올라 수입 끊긴 은퇴자는 가입 포기
"健保 보장률 70%로 올려야"
최근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최모(65)씨는 수술이 어려워 항암제 치료제를 시작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퍼제타라는 표적 항암제를 쓰기로 했지만, 건강보험 혜택이 안 되는 비급여 항암제였다. 3주 간격으로 항암제를 두 번 받았을 뿐인데 1,000만원 넘는 돈이 들었다. 수개월 더 항암 치료를 해야 하는 최씨는 "남편 퇴직금은 아들 결혼시키는 데 다 써버려 집을 팔아 병원비를 대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노년기에 암 같은 질환에 걸리면 고액의 입원비와 의료비 부담으로 중산층도 순식간에 파탄 날 수 있다. 4대 중증 질환의 본인부담률은 진료비의 5%지만 항암제 등 비급여 항목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2014년 현재 63.2%로 너무 낮은 것도 노후 의료비 부담을 키우는 원인이다. 의료비가 100원이 나왔다면 건강보험에서 부담해주는 돈이 63.2원이라는 얘기다. 2009년에는 보장률이 65%였지만 건강보험에서 혜택을 주지 않는 '비급여'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보장률이 감소했다.
이 같은 건강보험의 한계 때문에 중산층 노인들이 실손보험 같은 개인 의료보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손보험에 가입하면 비급여 진료비는 물론 병·의원에 내는 본인 부담금의 80~90%를 대준다. 대부분 월 1만5,000원 정도 보험료를 내면 입원 진료비 등을 5,000만 원 한도 내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이 많다. 가입자가 3,200만 명으로, 전체 국민 10명 중 6명꼴일 정도로 가입률도 높다.
하지만 실손보험도 중산층의 노후를 보장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손보험을 계속 유지하는 비율이 70대의 경우 28%에 그친다. 매년 보험료가 평균 10~15% 올라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40대는 월 보험료가 1만 5,000원 정도지만 80대의 보험료는 5만 원대에 육박해 수입이 끊긴 은퇴자들은 아예 실손보험 가입을 포기하기 일쑤다.
이현복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병에 걸려 노후에 파산하는 위험을 줄이려면 건강보험 보장률을 최소한 70%로 올릴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실손보험을 노후에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가입 문턱을 낮추는 등 제도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백질·비타민D… 건강한 노후 위한 5가지 팁
나이 들면 근육 감소로 살이 빠지고, 힘이 없어 활기를 잃는다. 노쇠 상태가 되면 낙상 골절이 증가하고, 요양 시설에 들어갈 위험도 커진다. 경희대 노인노쇠연구센터가 제시하는 활기찬 노년 건강을 위한 전술을 소개한다.
① 단백질 섭취를 충분히
고기보다 야채 위주 식사를 하는 게 좋다는 말은 노년기에 해당 안 된다. 나이 들면 음식으로 먹은 단백질을 흡수하는 능력이 준다. 각종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서 단백질 요구량은 올라간다. 일반 성인보다 오히려 더 많은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 식사 때마다 25g 이상 먹는 게 좋다. 돼지 보쌈 2점 또는 닭 가슴살 1/4덩어리 정도다.
②신체 활동량을 늘린다.
보행 속도가 줄어들면 노화가 시작된 거다. 평소에 달리기, 빨리 걷기 등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섞어서 1주에 3회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해야 한다. 별도로 운동을 못 한다면 집안일을 부지런히 하고 약속 장소에 빠른 걸음으로 다녀와도 효과적이다. 활발한 신체 활동을 하루 15분 이상만 해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근감소증이 3배 적다.
③ 비타민D를 보충한다.
부족하면 골다공증이 오고 근력을 약하게 한다. 혈액 검사로 비타민D 농도를 측정해보고 부족하면 약물 복용이나 주사를 맞는 게 좋다. 비타민D가 많은 우유·치즈 등 유제품, 달걀, 연어·정어리 등 생선, 표고버섯, 시금치를 자주 섭취하면 좋다. 햇볕을 쬐며 걸으면 피부에서 비타민D 합성이 잘된다.
④ 만성질환 관리, 통증 조절
각종 만성질환은 체내 염증 반응을 증가시켜 근육을 약하게 하니 질병 치료가 노쇠 예방에 중요하다. 우울증이 있으면 사회 활동이 줄고, 식사를 잘 하지 않게 된다. 적극적으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관절통, 신경통이 있으면 움직이질 않으니 약물 복용으로 통증을 관리하는 것이 신체 활력 유지에 필수다.
⑤ 부적절한 약물 회피
이뇨제나 신경안정제 같은 약물은 근육을 약하게 만든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그런 약물은 어지럼증을 유발해 낙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나이가 들면 약물 부작용에 취약하니 필요하지 않은 약을 먹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식 다 퍼주다가… 서울 저택 살던 老부부, 지방서 경비원 생활
- 늦어진 결혼, 캥거루족 된 자식
자식 넷 결혼 시킬 때마다 뭉칫돈… 결혼하니 "사업" "이사" 손벌려
- 이혼·사별도 노후 빈곤 불러
경제 활동 안 해본 할머니들 많아 남편과 헤어지면 더 곤궁에 빠져
충북에 사는 한경희(가명·81) 할머니는 젊은 시절 '엘리트 여성'으로 통했다. 일어(日語) 실력이 좋아 결혼 전부터 통역 일을 했고, 스물다섯 되던 해 요리사인 세 살 연상 남편과 결혼한 뒤에도 물류 회사에서 일어 통역을 하며 맞벌이를 했다. "해외여행 흔치 않았던 1980년대 일본·대만 여행도 다니고 했지." 남편과 모은 돈으로 서울 마포구에 너른 마당 딸린 이층집(대지 100평·건평 70평)도 마련했다. "장식장에 해외여행 기념품이랑 양주들이 그득했다"는 할머니는 전형적인 중산층이었다. 그런데 현재 할머니 부부는 부부 기초연금(32만 원)에다 남편(84)이 여태껏 경비원으로 일하며 버는 40만 원으로 생활을 이어간다.
◇늦어진 결혼, 고학력화에 등골
"큰 인생 역경 없이 살아왔다"는 한 할머니의 살림이 점점 옹색해진 이유는 자식 뒷바라지였다. 2남 2녀 키우며 결혼 자금을 보탰고 아들 둘 장가보낼 땐 신혼집도 마련해주며 뭉텅이 돈이 빠져나갔다. 이후에도 자녀들이 "사업한다" "이사한다" 할 때마다 돈을 지원해줬다. "결혼 자금 보탠 뒤에도 네 자녀에게 1억 원 이상씩은 골고루 나눠 줬다"는 게 한 할머니 말이다.
그사이 할머니는 마포구 단독주택을 팔아 서울 외곽 전셋집으로 옮겼고, 지금은 충북 소도시의 10여 평짜리 작은 아파트(전셋집)로 다시 이사했다.
본지가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에 의뢰해 '인생 후반 자녀 리스크'에 대해 분석해 보니, 만 55세 나이로 올해 은퇴한 가장이 앞으로 자식 둘(첫째 아들, 둘째 딸)을 데리고 살다가 결혼시킨 뒤 한 명에겐 유학, 한 명에겐 창업 자금까지 보탤 경우 4억 원 이상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분석은 1961년생 남성과 1963년생 여성이 1988년 각각 27세와 25세(당시 평균 초혼 연령)에 결혼해 아이 둘을 낳는 식의 가장 보편적인 중산층 가정을 상정했다.
최근에는 결혼 연령(남성 32.57세, 여성 29.96세)이 늦어져 가장이 은퇴(2016년 55세)해 5년이 지난 2021년에야 둘째 딸이 결혼하고, 그다음 해에 첫째 아들이 결혼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결혼할 때까지 '캥거루족' 자녀를 데리고 살면서 지출해야 하는 비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성인 자녀 한 명과 함께 부모가 동거할 경우에 추가로 드는 비용은 매달 90만 원(보건사회연구원 통계), 두 명과 동거하면 127만 원이 든다. 여기에 아들(9,335만 원·한국여성정책연구원 통계), 딸(5,041만 원) 결혼 비용을 모두 보탠다고 가정하면 두 자녀 출가시키는 데까지만 2억435만 원의 돈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자녀 한 명을 해외 유학 보내면 1억6,000만 원가량 돈이 더 들고, 나머지 한 명에게 창업 자금까지 보태 줄 경우 부모 부담은 4억2,378만 원까지 는다.
◇이혼·사별… 노후 신세도 반 토막
이혼·사별과 같은 가족의 해체는 '실버 파산'을 앞당기는 또 다른 주요 경로가 된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홍이(가명·69) 할머니는 매일 손수레를 끌고 마을을 돈다. 지난달 찾은 김 할머니 집 앞에는 부탄가스 통, 소주병, 신문 뭉치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이것 다 가져가 봐야 많이 주면 2,500~3,000원 주지." 1980년대부터 남편과 함께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며 "넉넉하진 않아도 세끼 밥걱정은 안 하고 살았다"는 김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헤어지면서 살림이 크게 어려워졌다. "남편이 수입을 다 관리했는데 (헤어지고 나니까) 가게 운영을 어떻게 해. 가게를 접고 그 뒤에 식당을 나가서 일했는데…." 전문가들은 "특히 현재 65세 이상 여성 중에는 근로 활동기에 일했던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며 "남편과 헤어지면서 경제적으로 곤궁해지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고 했다.
최근 늘어가는 황혼 이혼은 중산층 재정 상황을 악화시킨다. 김혜령 미래에셋 수석연구원은 "둘이 살다가 홀로 살게 되면 고정비(수도·전기 요금 등) 요소 때문에 생활비가 2인 가구일 때의 절반이 아닌 70%가량 소요된다"며 "중산층이라도 노후 대비 자금이 태부족인 현실에서 이를 또다시 반으로 줄이니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년의 리스크 실버 파산 얼마나 앞당기나
55세 은퇴 당시 자산 2억 5,000만 원 가진 경우를 가정. 평탄하게 살면 88세 때 은퇴 자산 고갈.
자녀 뒷바라지 부담
11년 일찍 파산 88세⇒ 77세
- 자녀 독립 시기 늦어져 예상보다 연간 500만 원 더 지출해 자녀 생활비에 보탬
- 60세 때 자녀 결혼 자금 4,600만 원까지 지원하면 77세 때 은퇴 자산 고갈.
황혼 이혼과 같은 가족 해체
10년 일찍 파산 88세⇒ 78세
60세 때 이혼
이혼 시점에서 은퇴 자금을 배우자와 절반으로 나누면 78세로 은퇴 자산 고갈.
50代 중산층의 평균자산 3억1000만원… 두 자녀 키우고 결혼시키면 2억 날아가
본지·미래에셋 조사
"아들한테 돈이 많이 들었어. 결혼시킬 때 보태주고 사업한다고 또 내주고 하다 보니…."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센터에서 지난 7월 27일 만난 이동석(가명·82)씨는 "이웃 노인들과 동네 골목길을 돌며 쓰레기를 줍고 왔다"면서 "구청이 제공하는 노인 공공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한 달에 22만 원을 번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받는 기초연금 32만 원을 더한 54만 원이 이 노부부가 매달 손에 쥐는 수입이다.
이씨는 1970~1980년대 중동 건설 붐을 타고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 나가 12년간 건설 근로자로 일했다고 한다. 낮 기온이 섭씨 40~50도까지 오르는 '열사(熱沙)의 땅'에서 "지금으로 치면 적어도 수억 원은 될 돈을 벌었다"고 했다. 탄탄한 중산층이었던 그의 은퇴 자산은 자식 농사를 지으면서 메말라버렸다. "아들 둘 결혼시키고 자식들이 '사업한다'고 할 때마다 4~5차례 수천만 원씩 내줬더니 금세 바닥이 났다"는 이씨는 "일을 계속하고 싶은데 이젠 골목 청소밖엔 마땅히 할 일이 없네"라고 했다.
중산층이 노후에 절대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실버(silver) 파산'은 과도한 자식 뒷바라지가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7일 본지가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에 의뢰해 '인생 후반 자녀 리스크'에 대해 분석한 결과, 아들과 딸 두 자녀를 둔 55세 한국인 가장이 두 자녀를 결혼할 때까지 데리고 살다 결혼 자금을 보탤 경우 모두 2억 435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의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50대 중산층의 평균 자산(거주 주택 포함)은 3억1,543만 원이다. 중산층 가구가 은퇴 자금으로 써야 할 자산의 3분의 2를 두 자녀 결혼시키는 시점까지 다 쓰고 마는 것이다. 좀 더 여유가 있어 자녀 둘 중 한 명에게만 창업 비용을 보탤 경우 투입되는 돈은 2억5,738만 원으로 는다. 자녀 둘 중 한 명만 해외 유학(4년) 보낸다면 3억7,075만 원, 한 명은 유학을, 한 명은 창업을 지원할 경우 최대 4억2,378만 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은 "예전엔 부모가 자녀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는 대신 노후에 자녀들에게 기대는 전통적인 가족 생존법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자식에게 기대기는커녕 나이 든 성인 자녀까지 끼고 살 정도로 세태가 바뀌는 바람에 중산층이 실버 파산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산층 가정의 자녀 뒷바라지 예상 비용(뒷바라지 내용/노후 자금 손실액)
기본 2자녀 생활 및 결혼 자금 지원 2억 435만 원.
1자녀 창업 2억 5,738만 원. 1자녀 유학 3억 7,075만 손.
1자녀 창업 및 유학 지원 4억 2,378만.
"여기 오기 전엔 죽을 날만 셌는데 이젠 언니·오빠들 생겨 괜찮아"
- 서울 금천구 '두레 보린 주택'
區, 저소득 나홀로 노인 대상 월세 9만 원에 '원룸' 제공… 서로 의지하며 가족처럼 생활
서울 금천구 시흥3동 가파른 언덕 중턱 4층 건물. '이웃끼리 서로 돕고 사는 주택'이란 뜻에서 '두레 보린(保鄰)주택'이라 이름 붙은 이 건물엔 65세를 넘긴 독거노인 10명이 모여 산다. 금천구가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1,000만 원대 보증금과 월 9만 원대 임대료를 받고 공용 거실과 간단한 조리 기구, 화장실 등이 갖춰진 거주 공간을 제공한 것이다.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물질적·경제적 궁핍을 겪고 외롭게 지내온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가족을 이뤘다.
보린주택을 찾아간 지난 7월 28일 각자 방에서 TV를 보거나 2층 경로당에서 시간을 보내던 할아버지·할머니들이 3층으로 모여들어 저마다 사연을 털어놓았다. 전남 장성에서 남편과 농사를 지었다는 임정덕(80) 할머니는 30여 년 전 남편이 사고로 숨지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고 했다. 아들(60)도 뇌경색으로 쓰러져 순식간에 1,000만 원이 넘는 돈이 치료비로 들어갔다. "농사짓던 땅을 팔아 그 돈을 마련했지. 의지할 곳이 없어 그 뒤로 서울로 올라와 20여 년 동안 지하 단칸방을 전전했어." 이야기 내내 고난의 흔적이 묻어났지만 임 할머니의 목소리는 밝았다. "예전엔 죽을 날만 세며 살았지. 이젠 괜찮아. '언니'들이 있으니까."
임 할머니가 언니라고 부른 최소자(85) 할머니는 부산에서 추어탕을 팔아 두 아들을 키웠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매달 200만 원 수입 대부분을 두 아들 교육에 쏟았다"고 한다. 자식들만 출세하면 만사형통(萬事亨通)이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노후 준비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아들은 다 커서도 최 할머니를 돌봐줄 여력이 없었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는 최 할머니는 혼자 책 보고, TV 보는 생활을 수십 년 계속하다 이곳으로 들어오게 됐다. 그는 "나라에서 약도 주고, 집도 주고, 가족까지 만들어 주니 그저 고맙고 또 고맙다"고 했다. 이들은 매주 자원봉사나 치매 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옥상에 작은 텃밭을 가꾸며 시간을 함께 보낸다. 어르신들은 입을 모아 "우리 죽을 때까지 이렇게 함께 살자"고 말했다.
금천구 김은영 주무관은 "경제적으로 곤궁해지면서 기댈 곳을 잃어가는 어르신들에게 가족 공동체를 선물한다는 점이 이 정책의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금천구는 두레 보린주택을 포함해 4곳의 공공 원룸 주택을 운영, 독거노인 50여 가구를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이 모범 사례로 평가되면서 동작구·은평구 등 서울 다른 자치구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도입 중이다.
김현미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부센터장은 "실버 파산을 겪는 노인들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관계의 단절' 현상"이라며 "노인들이 서로 돌보고 유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개인 공간과 공동 공간이 공존하는 형태의 공동 주택을 앞으로 더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목돈 쌓아두지 말고 차라리 연금 드세요
전문가 '실버 파산 피하는 5계명'
자녀 뒷바라지, 황혼 이혼 등 가족 리스크가 '실버(silver) 파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등 전문가 도움을 받아 주의해야 할 점 5가지를 간추렸다.
①황혼 이혼 막는 것도 재테크
통계청에 따르면 20년 넘게 부부 생활하다 지난해 '황혼 이혼'한 경우가 30%에 달한다. 정신적 고통과 재산 분할에 따른 갈등 등 문제를 피하는 것만으로도 '재테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건강한 부부 생활을 유지하려면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자. 부부간 하루 20분 대화하기, 일주일에 하루는 둘만의 시간 보내기 등.
②남의 시선 의식 말라
남들 다니는 학원은 다 보내야 하고, 한 번뿐인 자식 결혼식은 남부럽지 않게 해야 한다는 강박을 떨쳐버리자.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 자녀 뒷바라지에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간다. 노후에 대한 고려 없이 무리한 지원은 가족 모두에게 손해다.
③재산 상황을 솔직하게 알리자
자산 규모를 자식들에게 어느 정도는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좋다. 결혼 비용은 얼마를 도와줄 수 있고, 교육비는 언제까지 지원해줄 수 있는지 알려줘야 자식들도 책임감을 더 가질 수 있다.
④여유 목돈은 미래에 투자해야
자산에 여유가 있다면 자녀가 내미는 도움의 손길을 외면하기 어렵다. 특히 현금 자산을 놀리면 자녀에게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차라리 그 돈으로 연금을 들든지 안정적인 수익 사업에 투자해 미래에 대비하자.
⑤가족 모두 경제적 자립 능력 길러야
어느 한쪽의 희생으로 지탱되는 가족관계는 건강하지 않다. 가족 모두가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자립할 수 있는 '자기 돌봄 능력'을 기르자.
기초생활수급자 [基礎生活受給者]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 주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매달 일정한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는 사람. 4인 가족의 경우, 월수입과 재산을 월 소득으로 환산한 소득환산액 합계가 월 133만원 이하인 가구가 대상이다.
최저생계비는 올해(2013년 기준)의 경우 월 154만6,399원(4인 가족 기준)이다. 모자라는 액수만큼만 국가에서 지원한다. 지난 200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른 것이다. 올해의 경우 약 140만 명이 혜택을 받는다.
중산층의 기준은. 전국 가구의 소득을 한 줄로 세웠을 때 맨 가운데에 해당하는 값으로 2014년(4인 가구 기준) 중위 소득은 404만 원이었다. 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본다.
캥거루족 [~族 - kangaroo ~] 독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부모에게 의존하며 사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 어미의 배에 붙어 있는 주머니에서 6개월내지 1년을 보내야만 독립할 수 있는 캥거루의 습성을 빗대어 만든 말로,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경제적이나 정신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