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올림픽에서도 박태환이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와 겨룰만한 네발 달린 수영선수가 엊그제 오리건에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타고 있던 어선이 캄캄한 밤중에 뒤집혀 바다에 빠진 생후 6개월짜리 강아지가 혼자 바다를 헤엄쳐 다니다가 사흘 만에 방파제로 기어 올라와 구조된 뒤 익사한 줄로 알고 체념했던 주인 품에 안겼다.
작년 봄엔 고양이 한 마리가 뉴욕 앞바다의 출입금지된 외딴 섬 가버너스에 출현했다. 털이 온통 소금에 절었고 미역조각이 너덜너덜 붙어 있어서 뉴욕에서 헤엄쳐 건너온 것이 분명했다. 이 장거리 수영선수 고양이에겐 ‘몰리 브라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타이타닉 호의 생존자를 다룬 영화 ‘침몰하지 않는 몰리 브라운’(1964년)의 주인공 이름이다.
수영은 원래 개나 고양이의 본업이 아니다. 다른 특기가 너무나 많다. 예를 들면 사냥개인 그레이하운드는 평균 시속 40마일로 달린다. 모퉁이를 돌 때도 몸을 비스듬히 기울이며 똑같은 속도를 유지한다. 평소 느긋한 고양이도 다급하면 시속 30마일까지 낸다. 인간보다 훨씬 빠르다. 그 사촌인 치타는 시속 60마일로 달려 지상동물 중 가장 빠르다.
인간과 1만4,000여년전에 처음 인연을 맺은 개는 이제 애완동물의 범주를 넘어 조역자가 됐다. 양떼와 소떼를 몰고, 도둑을 지키고, 사냥감을 쫓는 전통적인 역할뿐 아니라 맹인의 길잡이가 돼주고, 범죄자를 추적하고, 불법마약을 탐지하고, 의사도 검진 못하는 암까지 찾아낸다. 병원을 순방하며 환자들을 위문하는 새로운 잡을 가진 개도 생겨났다.
약 7,000년 전 인간에게 길들여진 고양이는 쥐잡이가 본업이다. 하지만 요즘 도시 고양이들은 쥐가 많지 않은 탓인지 팔자 좋게 하루 중 18시간을 잠자며 보낸다. 고양이는 개가 흉내 못 내는 장기를 갖고 있다. 유연성이다. 30층 이상 고층건물에서 떨어져도 발부터 땅에 사뿐하게 디디며 살아난다. 개는 4층에서 추락해도 머리부터 충돌해 즉사한다.
미국은 마치 ‘개 세상’처럼 보인다. 전체 미국인 가구의 62%가 애완동물을 기른다. 그 중 69%가 개를 기르고 51%는 고양이를 기른다. 물고기(11%)나 새(7%)보다 훨씬 많다. 아파트단지는 물론 동네 공원마다 개 배설물 처리용 비닐봉지들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도시 인근 산에는 등산하는 견공들이 사람 못지않게 많다. 마치 개들의 퍼레이드다.
전 세계에 약 4억 마리의 개가 살고 있다. 미국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프랑스이다. 미국인들이 애완동물에 쓰는 돈은 연간 500억달러를 상회한다. 미국인의 90% 이상이 개를 가족으로 간주한다. 애완동물이라기보다 반려동물이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백악관 뜰의 한 모임에서 애완견의 귀를 잡고 끌어 올렸다가 국민들로부터 호되게 비난 받았다.
개는 양, 소, 말, 닭, 당나귀 따위보다 먼저 길들여져 주인 곁에서 이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지능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개는 150~200개의 어휘와 손짓 발짓 등 제스처를 이해한다. 일반적으로 2~3살 아기와 지능이 맞먹는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한 보더 콜리 종 암캐는 장난감 등 1,022개의 물건 이름을 식별할 정도로 IQ가 높았다.
개를 가장 많이 기른 사람은 맹견 5,000마리를 소유했던 몽고의 쿠블라 칸(징기스 칸 손자) 황제다. 가장 비싼 개는 작년 3월 중국의 한 갑부가 150만달러를 주고 구입한 티베트산 붉은색 맹견이다.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은 개도 있다. 독일의 카를로타 리벤스타인 백작부인은 1992년 세상을 떠나면서 애완견에게 물경 1억 600만달러를 상속해줬다.
생뚱맞게 개 얘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오늘이 중복(中伏)이기 때문이다. 오뉴월 개 팔자가 상팔자라지만 복날 개 팔자는 정반대다. 요즘 한국에선 황구들의 황천행이 이어진다. 한자의 복(伏)이 사람(人)과 개(犬)로 돼 있는 걸 보면 중국에서도 복날엔 사람과 개 사이에 분명히 무슨 일이 있었다. 런던에서 샌드위치나 먹으며 심드렁할 한국 선수들이 보신탕을 먹고 신기록을 쏟아내길 바라는 건 복날에 어울리는 한여름 밤의 꿈일 것 같다. 7-28-12
첫댓글 때,때,때. 복날에 도망친 개띠들 어디 갔나 했더니 올림픽에서 응원하고 있어요
보신탕이 질 좋은 고단백식품인 건 알고 계실 테고. ^^ 우리 옆집엔 사람 다섯 명에 개 다섯 마리가 살고 있답니다. 동격이네요. ㅎㅎ
저는 신문을 늦게 편지함에서 꺼내서 금방'오뉴월의 개팔자' 를 읽고 여기 들어와서 답글을 씁니다.
옛말에 개팔자가 상팔자라고 했지요. 소는 고되게 일하고도 소죽 먹이고, 개는 맨날 놀고도 개밥주지요.
마담님은 오리지널(신문) 독자님....that's why I you
한국의 개는 주인을 충심으로 섬기다가 버림을 받으니, 그것도 식도락으로 배반당하니 상팔자가 아니라 불쌍한 팔자같습니다. 그러나 서양의 개들은 건강보험 생명보험까지 들며 사랑을 받으니 상팔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