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2001년 신혼여행을 제주로 왔었다. 그때 펜션 주인아주머니의 성화에 돌하르방 코를 너무 만져서 그런지 8년만에
아들 둘을 덤으로 끼워 제주로 왔다. 이번은 관광이 아닌 철인이 되기 위해..
중문 가기전까지 여기가 제주인지 강원도인지 잘 모르다가, 야자수가 늘어선 중문에 이르니 맞아 제주가 이랬지 하는
기억이 났다. 가족들이랑 만찬회장에서 배 부르게 먹고 숙소로 왔다.
사실 3층 숙소는 그리 좋지 못했다. 집사람에게 조금 미안했다.
토요일
빗속을 뚫고, 선수등록을 하고, 장을 보고 왔다.
이전 대회와는 다르게, 수영백, 바이크백, 런백, 바이크 스페셜푸드, 런 스페셜푸드. 등 준비해야하는 비닐 백만 5개다.
뭘 넣어야 하지, 2층방에서 얻은 귀동냥으로 나름 챙겨 넣었다. 90km지점에서 물통에 섞을 CCD… 죽.. 깐포도.. 등등..
처음 보는 스페셜 푸드란 비닐이 그렇게 신경이 쓰였다. 정신없이 이래저래 나눠넣었다.
오후 늦게 잔차 등록을 하고 왔다. 비가 올까 싶어.. 핸들에 비닐도 조심스럽게 감아 두었다.
경기 전날 여유가 있을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정신 없었다.
경기당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가족분들이 챙겨주신 죽을 먹고, 5시30분에 경기장으로 갔다.
날씨는 좋았지만, 파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서둘러 연습 수영을 하고 들어왔는데, 힘들겠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경기시작..
수영.. 1시간 30분
한마디로 최악이었다. 첫바퀴째부터 부표도 못찾고, 사람들 틈새에서 밀리고, 파도에 휩쓸리고,
왼호흡 오른 호흡을 반복했지만, 한번 시작한 멀미는 수영 내내 어지럽게 만들었다.
철인 경기에서 수영은 몸싸움만을 제외하면, 편한 종목이었다. 하지만, 이번 제주에서 호되게 당했다. 파도 뚫고 나가고,
파도 타고 들어오는 게 전혀 되지 않았다. 수영을 하면서, 자전거 탈 수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고,
이런 수영 조건이면, ‘내년에는 안 올거다.’ 하는 다짐도 했다.
부표도 없이 헤엄을 치고, 파도 때문에 바닷가로 못들어올 것 같았던 수영이 1시간 30분에 끝이
났다. 모래사장을 걸어오는 내내 안 넘어질려고 애썼다. 샤워대에 슈트 벗는척 하면서 잠시 주저 앉았다.
차가운 물에 정신을 다시 차리고, 슈트를 어깨에 걸고 올라갔다.
T1: 14분
시간은 줄여야 하는데, 어지러워 걷기도 힘들고, 속은 계속 울렁거렸다.
바꿈터 천막으로 들어와 아직도 어지러운데 죽을 따서 억지로 밀어 넣었다.
울컥.. ‘XX.. 훈련때도 안먹던 죽을 지금 내가 왜먹고 있는거야?'
천막도 우중충하고, 기분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 입구쪽에 보영이 형이 보였다.
“형 벌써 나왔어요??”
“너 왜 아직 여기 있냐? “
“???”
자전거.. 7시간 08분..
보영이형이랑 출발은 같이 했지만, 조금 지나서 형이 떨어지고, 홀로 180km 여정에 올랐다.
페달질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멀미는 가라앉았다. 조금씩 신이나기 시작하고, 나보다 먼저
나온 선수들을 차분히 잡으면서 나갔다.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추월해가기도 했다.
좋던 부분은 해안도로까지였다. 언덕을 올라서는데, 왠걸 맞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기어를 다 올려도 페달링이 안될 정도다. 내앞에 5~6명이 그룹을 만들어 가는데, 아무리해도 붙지를 못하겠다. 부럽기만하다.
90km 스페셜 푸드 지점에서에서 정선선배와 성희누님을 잠시 만났다.
성희누님은 자전거 내리지도 않고 짝다리 집고 잠깐 섰다가. 뭐하나 달라고 해서 먹고는 출발..
그걸 본 정선형님 급 출발.. 죽하나 깐포도 한통 먹고 나도 출발..
드뎌 돈내코를 만났다. 응원이 장난 아니다.
얼마나 긴지 모르기에 천천히 올라갔다. 숨이 막 차오르고, 힘들다 느낄 즈음에 끝이 난다. 이거 뭐야..
하지만, 정작 힘든 코스는 돈내코 이후였다.
지리한 오르막과 내리막.. 앞뒤 분간이 안가는 안개.. 그렇게 시야 확보가 안되는데도 무지하게도 고글을 벗을 생각을 못했다.
안개가 차츰 걷힐 즈음.. 내리막이 나왔다. 아싸 하면서 쏘는데.. 이젠 횡풍이 장난 아니다.
유바 잡고 가다 죽을뻔하고, 페달링 없이 내려갔다. 브레이크는 잡기 싫은데.. 너무 위험하다.
짚바퀴 낀 사람들을 다들 가슴 한번씩 쓰다듬으면서 내려갔을 것이다. 스피너지 휠 낀 학성형 걱정이 되었는데..
아니나 다들까.. 넘어지셨단다.. 내리막도 오르막도 결코 쉬운 코스가 아니었다.
165km 지점에서 중근형님이 날 추월해 가신다. 그러다 얼마 안가 경인클럽 사람과 접촉사고가 났다.
바로 눈앞의 사고라 나도 깜짝 놀랐고, 선수들이 나뒹굴어져 비명을 지르는데 큰사고가 아닐까 걱정되서 내려서 확인을 했다.
다행이 중근형님이 먼저 일어나신다. 약간의 티격태격하는 말다툼이 이어지고, 생각보다는 큰 사고가 아니고,
자봉하시는 분들도 많았기에, 중근 형님을 두고 먼저 출발했다.
미리 들어와서 달리기 하는 선수들을 보며 응원하면서 지겹던 180km를 끝냈다.
제주대회는 자전거를 받아준다.. 너무 고맙다.
T2 - 5분
뭐.. 여기는 할게 없었다. 위에 옷 갈아 입고, 운동화 신고, 춘천대회때 파워젤을 모자라게 가지고 나가서 고생한 기억이 나서,
파워젤 5개 확실히 챙기고, 뛰어 나갔다. 왼쪽으로 나갔다가, 뭔가 이상해서 다시 들어왔다.
물어 보니 오른쪽이란다.. 이런.. 대회 준비를 어떻게 한거야..
런 5시간 34분
작년 중마이후, 첫 풀코스다. 32km~35km지점까지 살아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깅하듯 뛰었다.
뭐.. 기록을 보니 조깅보다 더 천천히 뛴 것 같다. 수없는 선수들이 날 잡으면서 지나간다. 어쩔 수 없다. 내 실력인걸..
천천히 그러나 걷지 않으면서 35km까지 갔다. 살살 걸으면서 몸을 확인했다. 무릎도.. 다리도 아직 달릴만했다.
마지막 파워젤을 먹고, 힘을 내서 뛰었다. 날 잡을 것만 같던 학성이형이나 정문철 선배 유니스 누님도.. 마지막 반환점까지
1km 정도의 거리 차이가 있었다. 7km 정도 참 시원하게 뛰었다. 선수들도 별로 없었고, 걷고 있는 선수들을 많이 잡았기에
뛰는 기분도 괜찮았다.
이마트 앞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의 손을 잡고 들어 왔다. 마침내 경기가 끝이 났다.
맛사지 하는 곳으로 가니, 튼실한 여자애가 나타나 맛사지를 해준다. 시원하기는 했지만, 아파서 속으로 비명을 많이 질렀다.
그리고, 다들 맞고 있는 링거를 호기심에 맞아봤다. 이때, 누워있는데, 집사람이 스프을 먹여준다.
내가 뭘 했다고, 링거를 맞고, 스프을 먹는지.. 1/3쯤 맞다가 일어나서 자전거를 챙겨, 숙소로 향했다.
총 14시간 32분 08초 몇 년간 벼뤄오던 킹 코스를 끝냈다. 나름 13시간대를 기대했건만, 욕심이었다.
지금 기록이 딱 내모습이다. 몸에 스크래치 하나 없이 가족손 잡고 골인 지점을 들어온 것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제주에서의 추억을 함께 해준 16명의 선수와 자봉하러 오셔서 선수들 챙겨준신 가족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문자로 응원 멧세지를 날려준 송기오 선배님과 병주형님 비롯 응원해 주신 클럽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첫댓글 부라보 축하축하합니다 한 편의 드라마가 막을 내리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 시간 남았있기를 회복 잘하시고 수요일날 오셔서 많은 애기해주세요 화이팅
고맙습니다. 선배님도 철원에서 좋은 경기 하세요.
첫대회라는것이 많은 자질을 상실케하나보네.. 완주한것 축하하고 내년엔 제대로 자질 살려봐? 피니쉬 가족사진 가보로 남기고
성적표가 정직하게 나온것 같습니다. 내년엔 더 힘써보겠습니다. 멋진 형님의 모습 내년에 제주에서 한번 보여주세요.
첫대회라 부담감도 있었고 두려움도 있었겠지만 가족의 응원으로 완주의 기쁨을 얻었지요. 희영씨의 밝은 미소가 진정한 철인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축하고요, 내년에도 제주에서 뵙길 기대합니다. 희영씨 홧팅!!!!
훈련때부터 작년과는 다른 모습에 많이 놀랐습니다. 가족분들의 응원하는 모습도 감동이었구요. 내년에도 좋은 경기하시고, 저도 같이하겠습니다.
수영 1시30분 훌륭한 선수지 그 파도를 넘고 넘어 난 희영이 한테 잡히는 줄 알았지 철인 등극 축하한다. 진정한 철인 희영이 .....힘.....
제가 문회장님 잡을 날이 오기나 할지 모르겠습니다. 3종에서 한종목도 회장님을 앞서지 못하는 걸요. 회장님께 얻은 귀한 귀동냥 언제 갚을 수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
희영씨! 가족하고 온다는게 그리 쉽지은 않은거 같아 신경도 많이 쓰이고~ㅋㅋ 내년에 재미난 경기한번 더 하자고....화이팅^^*
내년에 런에서 안 놓치고 꼭 따라 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역시 아이언맨코스는 다르군요. 희영씨는 은근히 여유로와 보여서 좋아. 완주 축하! 멋진 후기 감사!!!
참치형님의 큰목소리 응원 받았으면, 조금 더 잘 할수 있었을것 같기도 해요. ^^ 철원대회 멋진 경기하세요.
희영씨 가족과함께 골인모습 영원히 간직하세요, 수고 많았습니다.
선배님도 철인등극하신거 축하드립니다. 런에서 저 잡으실려고 하셨죠? 겨우 도망쳤습니다. ^^
희영씨의 자전거 자세 보세요~~ 저렇게 낮게 타야 바람저항을 안받겠죠? 그리고 환상적인 페달링... 기초가 탄탄한 수영.. 런연습을 보강하면 13시간under 당연히 되지요..수고하셨고 축하드려요... 다음에는 좀더 쾌적한 숙소를....^^
순전히 사진빨이지만, 고맙습니다. 한번도 이렇게 힘들고, 아쉽고 한데, 10번이라, 존경스럽습니다. 런보강해서 내년엔 꼭 14under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깔끔 한 후기 잘 보았습니다.날씨만 받혀 주었다면 아마도 생각처럼 13언더 까지 가능했으리라 봅니다.수고 많이 하셨구 월례회때 무용담 많이 들려 주세요.
날개형님은 13under충분히 하실것 같습니다. 월례회때 뵙겠습니다.
희영아 ~~ 수고 많이 했다... 울클럽 "상큼이" 답게 깔끔하게 철인의 반열에 올랐네..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젊은이, 희영이의 내일이 행운과 밝음으로 가득하길 ~~
탄현 수영장 첫 회식때 "철인 3종 하고 싶습니다."하고 들이댔던 기억이 엇그제 같습니다. 그땐 철인이 그렇게 먼세상이야기 같더니.. 제가 철인이 되버렸습니다. 고맙습니다. 형님. ^^
제주 돌하루방의 정기를 얻어 두 아들과 같이 철인에 등급 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아름답고 멋진 추억이 되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몸관리 잘하고 계시죠. 선배님도 철인 등극 분명 하실겁니다. ^^
싸이클타는 희영씨모습 보고 별이 몇개 인가 궁금했는데 초보(?)철인.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최희영철인!홨~팅
저보다 더 잘타시면서.. 선배님도 철인 등극하신거 축하드립니다.
희영씨가 여린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현란한 페달질을 생각해 보면 좀 아쉽지요?? 경험이 한번 쌓이면 삼종 외에 또 다른 실력이 올라가는 겁니다. 다음엔 가족 없이 홀가분하게 참가해서 제실력 다 쏟아낸 멋진 경기를 하기 바랍니다.
자전거 많이 타시더니, 올해 좋은 성적 내셨네요. 누님 자전거 탈때, 전 뛰었어야 되는데.. 누님사정권에서 벗어나려면, 올해 부지런히 뛰어야겠어요..
두아들 오랜만에 사진으로 보니 많이 컷네 늘 웃는 모습이 좋은 희영이 수고 많이혓구 내년엔 엘리또 예감이??첫느낌 오래도록 간직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