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사랑이 진정한 승리의 길이다
-루 월리스의 『벤허』
송광택
사람들은 소설 『벤허』(Ben Hur)보다 영화 「벤허」에 익숙하다. 필자도 십대 시절에 영화를 보았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벤허」는 1959년에 만들어졌는데, 윌리엄 와일러(Wilhelm Weiller)가 감독하고 찰턴 헤스턴(Charlton Heston), 스티븐 보이드(Stephen Boyd) 등이 주연을 맡았다.
1. 『벤허』의 줄거리
소설 『벤허』는 1세기 로마 제국 치하 유대를 배경으로, 유대 귀족 유다 벤허의 파란만장한 삶과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그린 대서사시이다. 주인공 유다 벤허는 예루살렘의 유력한 유대 귀족 가문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로마 청년 메살라와 친구로 지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메살라는 로마 군인이 되어 유대로 부임하고, 제국주의적 사고에 물들어 벤허와 갈등을 빚는다. 이념의 차이와 민족적 긴장 속에서 두 사람의 우정은 깨진다.
어느 날 로마 총독 그라투스가 예루살렘을 방문하던 중, 벤허 집의 발코니에서 떨어진 기왓장이 총독을 다치게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고였지만 메살라는 이를 기회 삼아 벤허를 반역자로 고발하고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도 감옥에 가두게 한다. 벤허는 무죄를 주장하지만 로마 군에게 체포되어 갈레선(노 젓는 배)의 노예로 끌려간다. 사랑하는 가족과 자유를 잃은 그는 깊은 절망 속에서도 복수를 다짐한다.
수년간 노예로 살던 벤허는 로마의 장군 퀸터스 아리우스의 해상 전투 중 그를 구해 생명을 구해준다. 감동한 장군은 벤허를 양자로 삼고, 로마 시민권을 주며 다시 귀족의 신분을 회복시킨다. 벤허는 뛰어난 전차 기수로 명성을 쌓고, 복수를 위해 메살라가 참가하는 안티오크 전차 경기에 출전하게 된다. 이 경기는 작품의 백미로, 벤허는 메살라와 치열한 경쟁 끝에 승리하며 메살라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하지만 승리와 복수에도 불구하고 벤허의 마음엔 공허함이 남는다. 한편, 그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나병환자가 되어 감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들을 찾기 위해 예수를 따르는 무리들과 접촉한다. 그는 예수를 직접 만나게 되지만, 예수는 세속적 왕이나 전사와 달리 온유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인물이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순간, 벤허는 십자가 아래에서 그분의 고난을 목격한다. 그 순간 어머니와 여동생의 나병이 기적적으로 치유되며, 벤허는 복수심과 세속적 정의가 아닌 용서와 사랑이 참된 구원의 길임을 깨닫는다. 그는 그리스도를 따르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자로 살아간다.
소설은 벤허가 단순한 복수자의 길을 넘어 신앙과 구원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메시지를 중심축으로 인간의 죄와 구속, 회복과 소망을 서사적으로 풀어낸다.
『벤허』는 그리스도를 부인하기 위하여 자료를 찾던 루 월리스가 부정할 수 없는 증거 앞에 회심한 후 쓴 위대한 기독교 문학이다. 작가는 유대인 벤허와 그 친구이자 경쟁자인 로마인 메셀라를 등장시켜 주인공 벤허가 예수를 만나게 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1922년 골드윈에 의해 처음 무성영화로 제작되었다. 그 후 1959년 윌리엄 와일러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세계적 명성을 얻었는데, 아카데미상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11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하이라이트인 15분간의 전차 경주 신을 위해 1만 5천명이 4개월간 연습했다는 전설적인 기록을 남겼다.
2. 집필 배경과 핵심 주제
1) 집필 배경
『벤허』는 미국의 남북전쟁 장군 출신인 루 월리스(Lew Wallace)에 의해 1880년에 출간되었다. 루 월리스는 군인, 변호사, 정치인으로서 활동했지만, 무신론자였고 종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한 무신론자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기독교에 대한 지적 탐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성경의 진실성을 파헤치기 위한 목적으로 자료 조사를 시작했다.
그는 기독교의 신화를 영원히 없애버릴 책을 써서 인류를 그리스도에게 매여 있는 굴레로부터 벗겨주자고 그의 친구 한 사람과 다짐하였다. 그는 구미 도서관에서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깊이 연구하여 예수님에 대한 얘기가 허위라는 것을 주장하는 책의 제1장을 쓰고 제2장의 첫 페이지를 쓰다가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앞에서 그는 엎디어 무릎을 꿇고 “당신은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라고 부르짖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탐구가 그를 회심하게 만들었고, 결국 그는 기독교 신앙에 귀의하게 된다. 그는 그 사건이 있은 후 그리스도의 신성을 증거하기 위하여 『벤허』라는 유명한 책을 썼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벤허: 그리스도의 이야기(Ben-Hur: A Tale of the Christ)』다. 루 월리스는 이 작품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역사적 소설로 녹여내고자 했으며, 철저한 고증과 신학적 메시지를 담았다. 당시 미국 사회는 기독교적 가치관과 민족주의가 혼재하는 시기였으며, 이 소설은 그러한 시대정신 속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벤허』는 미국 문학 최초로 성경을 기반으로 한 ‘역사 소설’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고,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힌 책이 되었다. 이후 연극, 영화, TV 드라마 등으로 여러 차례 재현되며 그 영향력을 이어갔다.
2) 『벤허』의 핵심 주제
(1) 복수와 용서
작품의 주요 플롯은 유다 벤허의 복수극이다. 그는 친구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고, 오직 복수를 위해 고통을 견디며 성장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는 복수가 결코 진정한 해방이 아님을 깨닫는다. 메살라를 이겨도 마음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고, 오히려 예수의 사랑과 용서를 통해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된다. 이 주제는 신약성서의 "원수를 사랑하라"는 복음의 핵심 가르침을 반영하며, 그리스도의 희생이 인간의 복수심을 어떻게 초월하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2) 신앙과 구원
『벤허』는 단순한 역사 소설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통해, 예수의 생애와 메시지를 중심에 둔 복음소설로 기능한다. 벤허의 인생은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통해 전환점을 맞이하며, 이방 세계에서 권력과 명예를 얻은 뒤에도 진정한 구원은 오직 예수를 통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벤허의 회심은 독자에게 인간 존재의 구속과 해방은 외적 조건이 아닌 영적 차원의 문제임을 말해준다.
(3) 고난과 희망
작품 전반에 걸쳐 등장인물들은 극심한 고난을 겪는다. 벤허의 노예생활, 어머니와 여동생의 감금과 병, 예수의 십자가 형벌까지 이어지는 고난의 서사는 인간 삶의 고통을 리얼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이러한 고난은 결코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십자가 이후 부활이 있듯, 벤허의 가정도 회복되고, 개인적 고통은 신앙을 통한 희망으로 전환된다. 이 주제는 고통 속에서도 절대적인 구원의 희망이 존재함을 일깨우는 복음적 메시지다.
맺는 말
『벤허』는 단순한 역사소설이나 영웅서사가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의 복수심과 정의에 대한 갈망, 신앙과 회심, 고난과 구원의 주제를 담은 종교문학의 걸작이다. 루 월리스는 철저한 고증과 서사적 장엄미를 바탕으로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이야기로 풀어내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독자에게 깊은 감동과 도전을 던진다. 이 작품은 “복수와 용서, 신앙과 구원, 고난과 희망”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독자의 내면을 흔들고, 인간 존재와 삶의 궁극적 의미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낸다.
벤허는 먼지와 피투성이가 된 예수의 얼굴이 갑자기 밝아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예수는 눈을 뜨고 자신만이 볼 수 있는 하늘의 그 무엇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그의 입술에서는 어떤 외침이 퍼져 나왔다. 그것은 희열과 승리의 외침이었다. “다 이루었다! 다 이루었다!” 그의 눈의 아름다운 빛이 사라졌다. 면류관을 쓴 머리가 숨이 끊어진 가슴 위로 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