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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마무리는 역시 기억을 더듬고 웃을 수 있는 후기가 아닐까.
어제 그리 멀지도 않은 타지에 있는 아들놈의 이불과 옷들을 계절에 맞게
바꾸어 주었다. 덕분에 오늘 하루 동안은 집에서 꼼짝없이 세탁기와 네댓
차례 씨름해야한다.
그렇다. 후기를 쓸 수 있는 찬스다. 먼저 이불감을 착한 나의 세탁기에게
부탁하고 PC 앞에 앉는다.
5월 28일 교대 앞 관광버스에 친구들이 7시 이전에 속속 오른다.
환한 웃음과 수다로 반가운 인사를 나눈 우리 친구들.
대구, 남지, 방어진, 웅산, 양산에서 그리고 부산 구석구석에서들 오는데
지각이 한 명도 없다. 최고!!!
서울에서 저녁 결혼식에 참석하고 지난 밤 자정이 넘어 내려온 춘희도 정시에
합류했다. 멋쟁이!
직장, 건강, 갑작스런 용무 등으로 참석 못한 친구들을 마음 한구석에 동행
시키며 우리는 첫 번째 목적지인 담양으로 향했다.
대장도 오락부장도 없이 약간의 쓸쓸함을 안고 출발한 제 4차 18기 단합여행.
예전과는 색다른 여행이 될까?
나는 시끌벅적 유쾌한 여행도,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창밖 풍경을 감상하는
여행도 모두 즐긴다. 친구들과의 여행이라면 어떤 분위기이든지 나는 좋다.
주먹밥과 경화표 떡, Angel In Us 커피로 버스 안 아침식사를 하고나니
이번에 처음 참석한 이명순이 어젯밤 늦게까지 준비했다는 유인물<진여상
18회 제 4차 수학여행>을 나누어준다. 여행 일정과 각 관광지의 유래 및
감상 포인트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요약한 것이다. 덤으로 유머 퀴즈까지 넣었다.
명순이가 마이크를 잡고 간단한 설명과 유머까지 책임져주니 박수와 웃음이 만발
한다. 과연 배터랑 선생님이셔. 덕분에 우리는 이번 여행을 알차게 할 수 있으리라
예감한다.
가사문학관
문화 해설사의 흥에 넘친 해설로 가사 문학을 다소나마 이해하고 전시관 세 곳을
둘러보았다. 담양가사 18편(성산별곡, 관동,관서별곡, 허난설헌 규원가등)
목판들과 시문집, 가사 문학권 인물,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내 교양이 짧아서
이해의 폭이 좁았지만 조상들의 문학향기를 느낄 수 있다
마당의 연못 한가운데 자그마한 섬(?)에 자리한 우아한 소나무 한그루가 내 눈길을
끈다. 연못물에 비친 그 모습은 비록 한그루 이지만 외로워 보이지 않다.
오히려 자태를 뽐내듯 잔물결에 몸을 살랑거리며 우릴 향해 미소짓는다.
소쇄원
명순이의 유인물을 곱씹으며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사대부가의 정원을 걸었다.
넓게 잔디가 깔리고 나무에 가위질이 잘된 유럽정원이나, 좁지만 단정하고 역시
손질이 깔끔한 일본 정원과는 많이 다르다. 소쇄원의 중심에는 계곡이 하나 있다.
그것은 대나무 소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들을 곁에 두고 흙과 돌로 쌓은 담벼락과
어우러져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유럽 정원의 토피리어와 크게 비교된다.
주인양반 양산보는 뒷짐 지고 서서 하늘 저편을 바라보며 유배된 스승 조광조를
그리워했을까?
죽녹원
이번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다. 울창한 대나무 숲길을 걸었다.
산책로 8길 중에서 몇몇 친구들과 나는 철학자의 길을 택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지내온 데에 대한 미안함이었을까... 마음을 정화시키는 의미에서 오늘
만큼은 이 길에서 뭔가를 사유하고 싶다. 도중의 쉼터에서 우리는 드러누워 하늘을
찌르는 높디높은 대나무 끝자락과 파란 하늘을 눈에 넣었다. 시원한 대나무 바람을
입안에 머금어본다. 우리의 적나라한 이 모습을 온숙이가 디카에 담는다.
16만 제곱킬로에 왕대를 비롯한 갖가지 종류의 대나무 숲을 조성한 담양군 지자체에
감사한다. 참, 오늘에야 ‘오죽’이 무엇인지 알았다. 까마귀 ‘오’자를 써서 검은색
대나무을 칭한다. 오죽헌을 들어도 ‘오죽’ 뜻을 몰랐다니 나의 ‘용감무식함’이 부끄럽다.
여행은 공부다.^^
메타세콰이어 길
굉장히 기대했다. 길 자체는 사진에서 보았듯이 무척 길고 예쁘다.
도로가 2차선(차는 다니지 않는다)밖에 되지 않아 마주하는 가로수들이 더욱
아름답다. 주말이어서인지, 유명세를 타서인지, 관광객들이 넘쳐서 경관을 망가뜨리고
있다. 눈 내린 겨울을 상상해 본다. 겨울에 꼭 와보고 싶다. 아마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이번에 우린 이 멋진 길을 떠들며 걸었다. 겨울엔 말없이 걸어보고 싶다. 내
맘속 깊은 곳의 누군가를 생각하며 말이다.
변산반도 채석강
이번이 두 번째 인데도 감동은 여전하다. 바닷물에 침식되어 퇴적된 절벽이 마치
수 만권의 책을 쌓아 놓은듯하다. 이곳이 중국 당나라 이태백이 술을 마실 때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흡사하여 지은 이름이란다.
당나라 이태백... ㅋㅋㅋ 왜 웃냐구? 우리는 이태백이 채석강에서 죽었다는 설명을
듣고, 느닷없이, 이태백이 중국사람 아냐? 왜 여기서 죽었지? 이태백이 우리나라 사람
인가? 확신할 수 없는 몰상식(?)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던 버스 안에서의 우리들
우스꽝스런 모습이 기억나서 그래.
우리가 묵은 펜션은 격포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했다. 가까운 곳에 일몰을
보러갔다. 구름이 가려서 살짝 아쉬웠다. 맛있는 조기매운탕으로 배를 채운 우리는
저 멀리 등대까지 걸었다. 가는 도중 어두워져 밤 산책이 되었다. 바다내음이 나는
선선한 밤바람을 맞고 친구들과 오래도록 재잘대는 밤바다 산보는 지금까지 가져보지
못한, 아니 앞으로도 아마 다시 맛보지 못할 소중하고 달콤한 추억이 아닐까.
늦도록 많은 친구들이 거실에서 포도주건배와 수다를 이어갔다. 나는 방에서 춘희와
경옥이 사이에 누워 잡담하고 있다. 거실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자하니 친구들 옷 벗기기
게임을 하는 것 같다. 우리더러 나오라고 난리다. 난 절대 옷을 벗을 수 없다. 버티고
나가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름 석 자로 만드는 삼행시 게임이었다. 첫 문장은 무조건
“xxx 가 옷을 벗는다” 이니 삼행시 게임인 줄 몰랐던 나는 놀랄 수밖에.
의외로 재미가 넘쳤는지 까르르 큰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밤새 떠들 것 같던
친구들도 점점 잠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이제 크고 작은 코 곯는 소리가 수다를
대신한다. 관순이는 오래도록 누군가와 두런두런 얘기하며 거의 밤을 새는 것 같다.
둘 다 국가 대표급 체력이다.
자는 시간이 아까운지 다들 일찍 기상했다. 어제 한명순이가 나누어준 화장품 샘플로
단장을 하고 식전에 불멸의 이순신 외 여러 편의 영화가 촬영되었던 곳으로 아침산책을
나갔다. 해운대나 송정 바다를 자주 접하는 편인데도 이곳의 바다 정취에 마음을
빼앗겼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격포바다는 몇 개의 섬들과 잘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고소한 조갯살 죽을 곁들인 아침 식사를 하고 새만금 간척지로 향했다.
새만금 간척지
찬반의 무게를 어깨에 지고 건설되고 있는 국책사업. 잘 하는 건지, 잘 못하는 건지는
후손들이 평가해 주겠지만 일단 여기 와서 보니 인간의 능력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미 훼손되고 상처받고 있겠지만, 자연이여, 부디 어리석은 우리 인간들을 불쌍히 여기고
용서하소서.
점심으로 전주에서 가장 맛있고 고급식당이라는 '한국관'에서 그 유명한 전주비빔밥을
먹었다. 한우육회와 갖가지 나물을 얹은 전통 비빔밥이 맛깔나게 방짜유기그릇에
담겨져 나왔다. 색다른 반찬들도 깔끔하고 맛있다. 무척 붐비는 데에도 종업원들이
상냥하고 손님이 청하지 않았는데에도 빈 반찬 그릇들을 바로바로 눈치껏 리필
해준다. 호사스런 점심이었다.
전주 한옥 마을
한옥과 비한옥이 좀 어지러이 자리 잡고 있다. 고요하고 우아한 한옥마을을
상상하고 간다면 씁쓸한 마음이 들 거야. 하지만 전통 공예품이 가지가지 예쁜 상품
으로 개발 판매되고 있어서 관광객들이 눈을 떼지 못한다. 한옥 대부분이 사실은
상점과 전시장인 것 같아. 물론 다 돌아보지 못한 나의 오해 일 수도...
주택으로 사용하는 깨끗한 한옥들도 있다고 하네. 여긴 한옥과 공예품에 매료될 외국
관광객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남았을까?? 우리는 기사님의 서비스로 예정에
없던 마이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곳이 내게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될 줄이야.
사진으로만 봐왔던 마이산! 아마 전 세계적으로도 이런 모양의 산이 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신비로운 말의 두 귀 형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높은 산의
지질과 바위의 성분이 마치 현대의 시멘트에 자갈을 섞어 놓은듯하니 놀랍기 그지없다.
혹시 아주 오래전에 외계인이 폐기물을 지구에 갖다 버리면서 쌓인게 아닐까 상상
해 본다. 또한 마이산에는 겨울에 정화수를 떠 놓으면 밤새 고드름이 어는데
얼음기둥이 하늘로 치솟는다고 한다. 이런 현상의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단다.
인간의 힘으로 풀지 못할 신비함이 마이산에 존재한다.
한 가지 더, 80여개에 달하는 탑사의 돌은 폭풍이 몰아쳐도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한다. 마치 송곳처럼 정교하게 쌓아올린 돌탑들... 이 또한 마이산의 신비가 아니냐.
볕이 좋은 5월에 나는 탑사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두 손 모아 기원했다.
부산으로 향하는 우리는 여전히 들뜬 마음이 가시지 않고 있다.
여행 첫날에 우리는 여고생으로 돌아간 것처럼 버스 안에서 합창을 하지 않았던가.
강원도 여행에서 즐겼던 친구들의 꾀꼬리 거리합창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집으로 향하는 지금, 우리는 노래도 부르고 몸도 신나게 흔들고 있다. 정말 빠트릴
수 없는 단체여행의 일탈이다.
남해 고속도로에 올라선 버스는 주말이 아닌가? 할 정도로 고속주행에 아무 문제가
없다. 단숨에 진양휴게소까지 달려왔다. 북부산 톨게이트를 지나서 만덕터널조차도
교통흐름이 아주 좋다. 이럴 수가!!! 만덕로는 평일에도 틀림없이 차가 밀리는
곳인데 이런 행운이! 교대 앞에 예정시간 8시에 딱 맞게 도착했다. 진여상 18기는
진짜 복덩어리이다!
이번여행에도 단숨에 달려와 준 서울 친구들과 불확실한 컨디션에도 용기를 내준
인복이, 애경이, 부족한 인원수 채워주려 막판에 합류해준 경옥이, 또 우리 여행에
첫 발을 디뎌준 순희, 영희, 득선이 모두모두 반가웠고 고마웠어.
혼자서 돈 계산 하느라 머리 쥐어짰을 숙희, 우리 여행을 알차게 해준 유관순, 이명순,
한명순, 변현순.. 너희들이 이번 여행의 보석이었다. 고마워.^^
준비만 해주고 못간 광옥아, 그리고 수자야, 선화야, 경순아... 함께 못해서 정말
속상 했제? 너희가 있었으면 더욱 신나고 알찬 여행이 되었겠지만 그래도 우리
무탈하게 잘 다녀왔다. 다음 여행엔 꼭 함께해서 두 배로 즐기자.
후기를 쓰면서 짬짬이 빨래를 널었다. 세탁기를 세 번 돌렸더니 건조대가 꽉 찼다. 빨래
무게를 못 이기고 건조대가 떨어 질까봐 염려가 되네. 두세 번 더 세탁 할게 남았다.
햇볕이 쨍해서 빨리 말라야 또 세탁기 돌릴텐데 날씨가 꿀꿀하네.
후기를 꼼꼼히 읽어준 친구야, 복 받을겨~~~~~~ *^.^*
첫댓글 내가 먼저 복받자~~~보고있는데 후기 올라오네~~~세영이가 있어 우리가 더욱 빛난다. 친구도 복받을껴~~~
역시 세영이의 후기가 짱이다. 이렇게 정리를 해 가면서 살아야 우리 아여진이지!!
정말 이런 친구들이 있는 18기는 복이 많은 사람들이다. 너~무 행복하다...^^
good~~~나도 갔다온 곳이지만 세영이덕에 한번 더 갔다온것같다..암튼 꼼꼼이 세영이 못말려~~안가도 친구들 자~~알들 놀았을 얼굴들이 훤~~하데이..좋았겠당..친구 모두들 노느라고 수고많았데이~
같이 못가서 미안하다 좋은곳 즐겁게 잘 다녀와서 이렇게 후기까지 ...앉아서 같이 여행 갔다온것 같네 고마워 세영아!!
기다리고 있었다 답사기 나올때를... 다른 친구들도 짧게라도 여행기를 써보면 후일 확실하게 갔다 온 것이 가슴에 깊이깊이 남을텐데...세영아 마이산에 반했구나 어떤 아가씨처럼..그래서 마이산은 세계적 가이드북 '미슐랭 그린가이드'에 한국 최고 관광명소로 최고 평점인 별3개를 받았대..근데 옛날엔 120개나 되든 돌탑이 왜 80개로 줄었는지 아쉽네...
세영이 니머리는 억수로 무거울끼다.. 어찌 그리 가느데 마다 다 담아가지고 댕기노.. 같이가고싶었는데 사정상 못간 재미를 니 후기로 대신한다.. ㅎㅎㅎ
애숙아! 정선 여행갈때도 주일 못지켜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경자한테"하나님 좀 봐주이소 하고 갈래?" 하고 문자 보냈더만 "그래 봐주실거다 가자.만고 내생각" 이라고 답장이 와서 웃었거든 애숙이랑 함께 못가서 섭섭했다.
경화 말이 맞다 하느님께서도 자식들이 행복하길 바라시지 않겠니. 해운대 기독교인 3인방 귀자, 경화, 경자 모두 여행 동참했는데 주님께서 기쁜 마음으로 보내주신 걸거야.
이 좋은 여행을 함께하지 못해 정말 미안타.. 뭔글도 이래 잘 쓰노!
리틀 자이언트 세영이답다.아는만큼 보인다더니 많이 보고 많이 느끼는 것 같다.여행은 즐거워~~~ 다음 여행지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후기다.
영 ! 후기 잘 읽었어 나는 오늘에사 컴에 들어왔거든 ..같이 못간 친구들아 후기 읽고 아쉬움 달래고 다음에는 모두모두 같이 가자꾸나...
역시 세영이 글솜씨는 짱이다. 복습 잘 했다. 카페에 오랜만에 와서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새로 가입했다ㅎㅎ
오직 놀라울뿐이로고 어쩜 이리도 꼼꼼할꼬
역시 세영이다!! 덕분에,우리의 여행이 더욱 빛을 발하고 더욱 오래 가슴에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석선장 석씨라서 더 커보이는것 같구나 야구장에서경기보는것보다 집에서TV를 보는것처럼 잘보이는구나 지금부터 석선쨩이라고 부를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