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공동선,
오늘도 저는 두물머리 미사에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 활동가 피정과 방화3동 성당 꾸레야 등 200여명의 신자들이 두물머리에서 미사를 봉헌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날이었음에도 조해붕 신부님, 서상진 신부님과 함께 주교회의 의장이신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님 면담 일정이 있어 불가피했습니다.
그래도 서울교구 환경사목위 맹주형 부장님과 김현정 국장님께서 두물머리 미사 준비를 맡아 주셔서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제주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강우일 주교님 면담 후 해군기지 건설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하여 후원금을 전달하려 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고병수 신부님께 대신 전달하고 내일이 지방선거 투표일이라 서울 행 저녁 마지막 비행기로 상경하였습니다.
두물머리 미사가 시작된 이래 두물머리든, 명동이든, 낙동강, 영산강, 금강이든 장소는 달라도 오직 하나의 지향으로 봉헌하는 매일 미사 참례를 거른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어쩔수 없이 미사 참례를 하지 못해 한편으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주교회의 의장님이신 강우일 주교님께 지방선거 이후 교회의 4대강 사업 반대 활동에 대한 고견을 청해 들었습니다. 강주교님과 주교회의의 4대강 사업 반대의 확고한 의지와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아니라 명동 천막 철거 사태와 사제단 단식기도 중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들에 대한
상황보고와 천주교 연대의 입장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다시한번 4대강 사업 반대에 대한 한국 천주교 주교단의 확고한 의지의 천명과 구체적 실천활동을 기대해 봅니다.
4대강사업 중단과 팔당유기농지 보존을 위한 다섯번째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는 인천교구 김종성 신부님의 주례로 수원교구 강정근 신부님, 서울교구 나승구 신부님을 비롯한 네분의 신부님께서 집전해주셨습니다. 6월의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도 흔들림없이 정성을 다해 두물머리 미사를 봉헌해
주신 200여명의 교우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어제 저녁 알지 못할 분심으로 심란해 하고 있는 저에게 의정부 교구 데레사 자매님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오늘 상경하는 비행기 안에서 더욱 새롭게 다가옵니다.
가뭄이 매우 심해 어려움에 처해 있던 미국의 어느 마을에서 5천여명이 모여 비가 오게 해 달라고
하늘에 기도하기로 했답니다. 약속 했던 날 정말 5천명이 모였고 한마음으로 기도 한 덕분에 매우
많은 비가 내렸고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은 비를 다 맞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단 한사람 미리 우산을 준비한 한 할머니는 비를 맞지 않았습니다. 그 할머니는 정말 비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기에 우산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 그런 믿음이 부족한 것 같
습니다. 지방선거 결과 여부에 너무 집착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해봅니다. 지방선거 결과 여부
를 떠나 제가 써야 할 우산을 지금부터 준비하겠습니다. 내일 많은 사람들이 생명과 평화, 공동체
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며 투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