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흥김문(瑞興金門)의 호남파 입향조이신 부호군공(副護軍公) 9세(世) 호(號) 익재(益齋), 휘(諱) 총(緫) 조상을 기리는 제향이 매년 음력3월3일 전남 영암군 학산면 용산리 재실 익모재(益慕齋)와 묘소에서 모셔지고 있다.
올해 2012년 춘향제는 양력으로 3월24일 토요일이다. 서울 대종회에서 철식 사무총장과 병국 사무차장 등 네 사람이 재경서흥회 도인 종친의 차량편으로 하루전날 영암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일찍 내려와 제향준비를 맡고 있던 희창조직이사가 우리일행을 맞았다.
지난해 제향 때 얼굴을 익힌 영산포중학교 교장을 지낸 시인 홍식(洪埴) 나주문인협회 회장과도 인사를 나눴다. 대종회 이사인 홍식 종원은 지난해 세밑에 첫 시집 ‘금성산 타잔의 노래(도서출판 한림)’를 펴냈다. 금성산 타잔은 시인의 별명이다. 홍식 시인은 오랫동안 창작활동을 해왔지만 시집을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시집 서문에 다음의 글을 남겼다.
『출간하기까지 퍽 망설였습니다. 자신이 쓴 글은 곧 자신의 삶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보다 책임감을 갖고 진지하고 솔직하게 서술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해왔기 때문입니다. 출간에 앞서 저에게는 아직은 표현해야 할 진행형들을 가지고 있기에 많은 갈등을 겪어오던 중에 비로소 이제 시작이라는 전제하에서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마침내 작은 용기를 냈습니다.(중략)
회고해보면 팔십 년 광주 민주화 운동과 고향이자 모교인 영산중•고에서 교직생활을 마감하기까지 저의 인생에 있어서 한편의 드라마와 같은 가장 큰 격동기였고 대전환기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비록 어늘한 솜씨이지만 글을 꾸준히 써 왔기 때문에 저에게는 오히려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며 이 기회를 통해서 소중하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더 것입니다.(중략)』
‘고향 사람들’, ‘영산강 해돋이’, ‘한바탕 바람으로’, 햇빛 붉은 오월, ‘내 사랑 해금강에서’, ‘내가 사랑한 바보’ 등 6부로 구성된 김홍식 시집 『금성산 타잔의 노래』에 수록된 78편의 시 가운데 몇 편을 옮겨봅니다.
고향, 고향 사람들
고향은
늘 그리움이었다.
봄이면 마을 앞 들녘에는
쑥과 냉이, 탐스럽게 자라는
보리밭 틈새로 희고도 붉은
고운 꽃 피우던 자운영이,
좋아라고
온갖 나비들이 하늘하늘 날던
별빛 같은 추억들이
곳마다 아로새겨져 있는데
고향이 그립다는 것
누군들 모를까만
지금도 난 눈을 감으면
금방이라도 가까이서 들리는 듯
고향의 구수한 사투리들이
오메∼ 오메∼ 반갑다이
느그들 만나본께 참말로 반갑다이.
금성산의 오월
새악시 볼을 타고
흐르는 부끄러움인 듯
차마 청산은
말, 말이 없는데
옷고름 언저리마다
쌓인 회포를 어이 난들 헤아리랴.
잠시 풍월을 좇는
과객(過客)일 뿐인데.
행여 보일세라
하얀 면사포
길게 드리운 채
오동과 아카시아 찔레와
진달래꽃이 곱게 수놓은 것은
새악시의 비단 치마폭인 듯
행여 뉘 들을세라
가슴팍에 묻어둔 말을
듣고보니 내일 또 내일
날 오라는 소리던 것을.
제발 어서 봄이 왔으면
그토록 간절히 바라고
기다리던 봄이 아직 우리에는
아직 멀었나 봅니다.
지난 해 서울의 봄처럼
일시에 반짝이는 불빛 같은
그런 봄은 이제 싫습니다.
몇몇 해 동안 꽁꽁 얼어붙은
어두웠던 현실의 굴레에서 벗어나
누구라도 어서 홀가분하게
이제는 제발 이 쯤에서
기다리던 봄다운 봄을 맞아
비록 여린 열기로나마
그동안 서로가
잔뜩 움츠렸던 몸을 촉축하게 녹이고
굳게 닫힌 마음의 창을 활짝 열고
높고도 푸른 저 창공을 향해
어디 한 번 크게 심호흡할 수 있는
그래서 다 함께 어우려져서
이제는 웃음다운 웃음을 웃고
언어다운 언어로 말할 수 있는
그런 봄이면 좋겠습니다.
천하에 몹쓸 그 놈의 불신과 갈등
이제는 그 벽들을 허물어 뜨리고
달콤한 거짓과 위선 때문에
몹시 방황을 하던
그래서 이제는 악마 같은 그 쇠사슬에서
선뜻 벗어나고 싶습니다.
제발 고향에 오거든
그대여! 그대가
기발(奇拔)한 수완으로
유명한 이름이나
큰 부(富)를 얻어서
마치 금의환향(錦衣還鄕)을 하듯
그래서 고향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인편에 소식을 듣고
반가워서 곧장 박수를 치면서
마냥 좋아라 했는데
이곳 고향사람들은
비록 같은 혈육이 아니더라도
만나거든 때때로 함께 정에 웃고
정 때문에 울 수 있는
언제나 다정하 이웃사촌들입니다.
정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오순도순 살고있는 동네마을에
어느날인가 그대들이여!
그대들이 곧 고향에 오거든
귿이 말하지 아니하여도
부전자전(父傳子傳),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인데
어찌 고향 사람들이 모를 리 있겠습니까.
압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설령 모른다면 아버지의 아버지를
그래도 모른다면
할아버지의 아버지를……,
그래서 좀 더 몸으 낮추고
겸손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일줄 아는
이게 바로 진정하 고향 사람입니다.
이제는 제발 싸구려로 얻은 이름과
부(富)가 아니어야만
그게 고향 사람들의 진정한 기대입니다.
간절한 희망입니다.
새 날에 부쳐
이런 세상에서
그 많은 것 중에도
쓸모없는 것을
여기저기서
골라
마치 먼지를 털 듯
툭툭 털어버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대체 세상일이란
알다가도 모를
영원한 수수께끼인가.
시인 김 홍 식(金 洪 埴, 호남파 나주)
나주시 문평 출생, 영산포중학교 졸업, 조대부속고등학교 졸업, 영남대학교 국문과 졸업, 전 영산(포)중학교 교장, 「문학춘추」 수필로 등단, 나주예술인(2회) 문학상 수상, 백호문학회장 역임, 전남문인협회 이사, 문학춘추작가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현)나주문인협회회장, 저서로는 시집 '금성산 타잔의 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