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가지 병 고친다'는 뜻… 지구온난화로 희귀종 됐어요
만병초
지구온난화로 식물들의 북방한계선이 갈수록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어요. 기온이 올라가면서 따듯한 남쪽 지방에 살던 식물들이 점점 서식지를 넓히고 있는 거지요. 만병초도 그런 식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과거엔 울릉도를 비롯한 남쪽 지역에서 주로 서식했는데 이제는 서울 청와대 경내에서도 잘 자라고 있다고 해요.
만병초(萬病草)<사진>는 '만 가지 병을 고치는 풀'이라는 뜻이에요. 이름에 '풀 초(草)'를 써서 풀로 오해할 수 있지만, 실제론 나무랍니다. 고혈압·당뇨병·신경통·관절염·간염 등 여러 질환을 다스리는 데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오래전부터 약용 식물로 쓰였어요. 만병초로 지팡이를 만들면 중풍에 안 걸린다고 믿어 베어 가는 사람도 많았대요. 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만병초와 닮은 '굴거리나무'를 베어내 쓰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만병초 먹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요. 만병초 잎에 안드로메도톡신·그레이아노톡신이라는 유독 성분이 있어 너무 많이 섭취하면 건강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만병초를 과다 섭취하면 혈압 저하, 구토, 메스꺼움, 어지럼증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하면 경련과 호흡 마비,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만병초는 우리나라 강원도·지리산·울릉도 등 해발 800~1000m 이상 일부 고산 지대에만 사는 희귀종이에요. 주로 하얀 꽃이 피는 만병초가 많지만, 울릉도에는 붉은 꽃이 피는 홍만병초가 자라고, 설악산과 백두산에는 노란 꽃이 피는 노랑만병초도 자랍니다.
만병초 꽃은 진달래나 철쭉과 닮았어요. 해마다 5~6월 꽃이 피는데, 고깔 모양 꽃이 10~20송이씩 동그랗게 모여 펴서 결혼식 부케처럼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답니다. 만병초 잎은 겨울에도 지지 않고 사시사철 푸르러 정원에 많이 심어요. 잎은 큐티클층(생물의 표면을 덮고 있는 세포)이 발달해 두꺼워요. 이 잎을 아래로 말아 표면적을 줄이는 방식으로 겨울철 건조함과 추위를 견뎌요.
만병초는 약용·관상용으로 불법 채집하는 사람이 많은 데다 최근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갈수록 보기가 어려워지고 있어요. 서늘하고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잘 자라는데 계속 기온이 올라가니까요. 이 때문에 산림청은 만병초를 '기후변화 취약식물종'으로 지정해 보전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