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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부산시조시인협회 여름 세미나
AI 시대 대중 소통을 위한 시조의 진화 모색
- 아파트 시조에서 벗어나자
서태수
<머리말> 1. 인공지능의 진화 2. 시조의 진화 역사 3. 현대인의 문화 인식 4. 미래 시조의 진화 방향 <꼬리말> |
<머리말>
서정시의 발화發話는 시행詩行으로 말한다. 현대시조 몸매의 패러다임paradigm을 다채롭게 하여 아파트 시조에서 벗어나자. 음악에서 발현하여 600년 진화해 온 시조 몸맵시를 문학 몸매로 바꾸자. 아파트 단지는 편리한 주거 전용 공간일 뿐, 대중의 힐링 공간은 아니다. 첫인상부터 몰개성인 층층의 대단지에서는 내 집 찾기도 헷갈리는 데 어느 독자가 어렵게 들어올까. 문인은 언어디자이너다. 디자인부터 실패하지 말자. 문학은 감성 서비스 업종이다.
시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사라진다.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는 그 유전자를 후손에게 전달하고, 결국 환경에 최적화된 종만 살아남게 된다는 것이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이다. 이 자연선택이 일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돌연변이’라고 한다. 유전자 돌연변이는 진화의 핵심 동력이다.
이 돌연변이가 없어 대한민국 역사상 명멸한 문학 양식도 예외가 아니다. 향가, 고려가요, 경기체가, 악장, 가사 등의 등장과 사멸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반면에 600년 시조의 진화 역사를 보면 시조가 살아남은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겨우 명맥을 이은 시조는 시대의 뒤안길에서 ‘묵은’을 잃어버리고 ‘낡은’ 시조로 머뭇거리고 있다.
시대는 무어Gordon Moore의 법칙도 무너지듯 급변하고 있다. ‘3초 채널’ 세대와 ‘틱톡, 쇼츠, 짤’의 MZ들은 가슴 한켠으로는 정서에 목말라 있다. 그런데 리듬을 포기한 ‘자유시’ 100년은 서정의 상실로 시의 위기를 스스로 불러들였다. 그래서 자유시가 현대문학을 대표하면서도 현대 서정을 지배하지 못한다. 이런 틈새를 꿰뚫지 못한 채 여전히 비주류 문학인 ‘600년 서정시’의 도약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높낮이나 다를까 그 나물에 그 밥인 아파트 시조 단지를 지어놓고, 내 사는 아파트는 최상의 편의시설에 고급 내부 자재를 갖추었다고 관람을 권하고 있지는 않은가. 정서와 추억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텅 빈 민속촌 관람시키듯, 600년 시조를 허상의 전통으로 고집하고 있지는 않은가.
1. 인공지능의 진화
1-1. 인공지능의 개념, 역사, 기술
생성형 AI는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을 이용한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데이터dat)를 처리하는 복잡한 알고리(algorith)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다. 17~18세기부터 인공지능이 태동하고 있었지만 20세기 중반에 자연어처리나 복잡한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등 혁신적인 연구가 진행되었다. 1980년도에 신경망 이론에 대한 연구가 재개되어 2022년 Chat GPT의 등장으로 AI의 대중화가 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은 생명이나 감정을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은 문제의 본질을 착각하는 실수다. 우리 인간은 아직 '생명'이나 '감정'의 실체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프로그래밍이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념과 정의에 대한 철학적 문제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미래 전망은 인류를 파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우리 사회와 산업에 많은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다. AI 이해를 위해 흔히 사용하는 용어를 살펴보겠다.
*인공지능人工知能, AI(Artificial Intelligence) / 빅데이터big data / 알고리즘algorithm / 중앙처리장치CPU / 뉴런neuron -신경세포 / 인공지능의 정보처리 / 인공신경망ANN, Artificial Neural Network / 딥러닝Deep Learning / 튜링테스트turing test / 무어Gordon Moor의 법칙(참조: 부산시조시인협회 카페 시조 창작 사랑방 <AI 시조 창작>)
1-2. AI의 시조 창작
나는 2024년 5월. 3종의 인공지능 ‘ChatGPT, Microsoft Bing, Bard’를 대상으로 시조 작법을 가르쳐 주고 제목 또는 제재를 주면서 작품 창작을 요청했다. 연역적 교육, 귀납적 교육을 통한 대화에서 AI는 시조의 논리 구조, 제재 재해석, 비유적 형상화, 의미 심화 등 미학적 접근은 중급 수준이었다. 그러나 장과 구, 잣수, 음보의 실제적 운용 미숙으로 시조 특유의 정형적 성과 창출에는 실패했다. 그래서 AI 작품의 잣수 운용, 구별 의미망의 호응, 종장 첫 음보와 제2 음보의 구조 등을 일일이 지적하였더니 시조의 정형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아래에 그 과정의 극히 일부를 발췌하여 탑재한다.
<시조 3장 개념과 4음보를 가르친 후 요청한 단시조>
*Bard, 시조 형식을 본받아 ‘흐르는 강’을 제재로 한 단시조를 짓겠습니다.
제목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
초장: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 어디로 가는 걸까?
험한 바위도 넘고, 푸른 들판도 지나네.
중장:
봄에는 꽃잎 흩날리고, 여름에는 햇살 노래해.
가을에는 낙엽 물들여, 겨울에는 얼음 덮네.
종장: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 세상의 모습 담아.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우리 삶 또한 흘러가네.
<단시조의 개념, 종장 제1, 제2 음보를 익힌 후의 작품>
*Bard, 고마워요. 이번에는 제목을 '소나무'로 한 3수 연시조를 지었습니다.
제목 <소나무> 연시조
첫째 연:
초장: 푸른 산 정상 우뚝 서 있는 소나무
중장: 겨울에도 푸른 잎 늘 푸른 힘찬 기상
종장: 꿋꿋한 기개로 서서 세상 맞서는 저 모습
둘째 연:
초장: 바람에 스치는 잎 소리 들려오면
중장: 고요한 산속에서 퍼지는 맑은 선율
종장: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인
셋째 연:
초장: 힘든 세상에도 꺾이지 않는 의지
중장: 꿋꿋한 삶의 모범 보여주는 소나무
종장: 세상에 용기를 주는 희망의 상징
(*‘소나무 = 시인’의 비유가 놀랍다. 더 이상 정교하게 가르치면 나보다 더 잘 지을 것 같아 이 수준에서 중단함!)
1-3. AI 대화 요지
현대 사회의 특징, 문학 인식 등에 대한 중의 일부를 탑재한다.(**지면 관계로 요지만 수록함)
*질문1. Microsoft Bing, 2023.5.21. 나 : 현대인의 문학 인식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답변 생성 중…안녕하세요 Bing입니다! 저는 21세기 현대 사회의 특징에 관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는 Microsoft Bing의 새로운 AI 기반 채팅 모드입니다 🙌.
현대인의 문학에 대한 인식은 시대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몇 가지 주요 변화 사항입니다
1. 디지털화와 접근성 2. 장르의 다양화 3. 사회적 이슈의 반영 4. 독자 참여의 증가 5. 문학 교육의 변화
*질문2. ChatGPT, 2023.5.21. 나 : 인공지능 시대에 시(poem)가 대중과 잘 교감하는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답안 : 인공지능AI 시대에 시poem가 대중과 잘 교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혁신적 접근을 통해 가능할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시는 새로운 형태와 채널을 통해 독자들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다음은 AI 시대에 시가 대중과 효과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입니다.
1. AI를 활용한 시 창작 및 큐레이션 2. 인터랙티브 시 플랫폼 3. 소셜 미디어와의 연계 4. 오디오 콘텐츠로서의 시 5. 교육과 협업 프로젝트 6. 시각적 예술과의 결합 7. AR/VR 기술의 활용
2. 시조의 진화 역사
음악의 청각예술에서 문자 표현의 감각적 이미지로 진화했다. 조선 문학 갈래로서의 명칭은 단가(短歌)가 널리 사용되었다. 20세기에 창작된 것들은 노래하지 않는다.
이미 도태된 유사 양식도 많다. 향가는 ‘우아함’으로 고려인의 성정에 맞추지 못했으며, 고려가요, 경기체가는 ‘경쾌함’으로 성리학 이념에 배치되었으며, 악장은 ‘장중함’으로 민중의 호흡이 못되었다. 이와 달리 사대부들의 성리학적 가치관으로 생성된 시조는 출생의 한계점인 ‘정형성, 관념적’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혁파함으로써 생명 연장이 가능하여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1. 시조의 생성
고려 후기에 신흥 사대부들이 역사적 전환기를 맞아 경기체가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유교적 이념을 표출하기 위한 또 다른 표현 영역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창안된 국문학 양식이 시조다. 시조는 14세기경인 고려 말기에서 조선 초기에 걸쳐 정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5세기 시조 작품은 회고가, 절의가류와 유교적인 이념, 군주에 대한 충성심이 시조의 중요한 주제로 자리잡게 되었다. 16세기 후반으로 오면서 다양하게 진화한다. 사화와 당쟁으로 인해 강호가도 융성, 유교 이념의 실천적인 면을 노래, 사대부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담당층에 의해 새로운 내용이 등장한다. 황진이와 같은 기녀들의 시조 작품이다.
조선 전기의 시조는 사대부라는 시조 창작 주체의 역사적·철학적 가치관과 아울러 정서 표출의 서정성을 담아내기에 적합하여 융성하게 되었다. 고시조의 경우는 조선 후기까지 대부분 구전되었다.
2-2. 외연 확장의 진화
정형시로서의 골격을 충분히 갖춘 평시조는 조선 중엽 쇠락해지기 시작했지만 17-18C의 시대성에 맞추어 장시조 창작으로 진화하여 시조의 명맥이 활기차게 이어졌다. 평시조가 장시조로 진화한 다양한 이유 중의 하나는 임진왜란 이후 민중의 각성과 연관이 있다. 성리학적 가치관으로 점철된 양반, 혹은 양반 흉내의 시조가 조선 후기에는 작가 계층의 외연 확장과 함께 서민의식이 개입되면서 다채롭게 진화한 것이다.
이러한 진화는 상향식이 아니라 사대부의 의식 개혁에 따른 하향식 변화였다. 이 시기의 시조 진화를 선도한 시인은 윤선도(1587-1671)다. 사대부의 신분으로 시대의 선두에 섰던 시인 윤선도는 고산유고의 작품 75수 중에서 42수를 변격으로 창작한 돌연변이였다. 그 특이점을 그의 시정신과 연관지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 어부사시사 39수는 종장을 파격하고 마지막 제40수만 종장을 정격으로 창작
나. 종장을 정격으로 창작한 제40수의 중장을 변격으로 처리
다. 초연곡 2수의 초중장을 변격 창작
라. 각 시조의 제목을 부여
마. 어부사시사에 후렴 사용
바. 종장 제2음보에서 6음절 이상으로 처리한 작품 18수
사. 일부 시조 작품의 시작노트
장시조의 내용은 평시조가 사대부의 사상을 담았던 것과 달리, 익살·풍자와 분방한 체험, 서사를 표현한 평민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작가들은 중세기 해체를 배경으로 상공업과 화폐의 발달로 축적한 부를 통해 당시 여항의 유흥과 예술을 장악하여 주도한 집단이다. 사설시조의 전승과 창작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김천택·김수장이 대표적이며 이들로 하여 이후에도 <시조>의 명맥이 이어진 것이다. 이 시기 형성된 시조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참고: 서태수 논문 「고시조의 변격 유형 소고」, 『율격은 현대 서정의 메시아』)
(1)정격 음보 범위의 변형 : (가)잣수 첨가 (나)잣수 삭감
(2)음보 첨가 / (3)장형 구조 / (4)장형 서사구조 / (5)대화 구조
(6)연작 구조 / (7)초장 반복 구조 (8)종장 뒤 첨가구조
곳 보고 춤추는 나뷔와 나뷔 보고 당싯 웃 곳과
져 둘의 랑은 節節이 오건마
엇더타 우리의 랑은 가고 아니 오니(미상, 청구영언)
冬至ㅅ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버혀내여
春風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명월,청구영언(珍本)>
정형시에서 음수율 변주는 여유다. 정형을 지향하면서 정형을 이탈하는 이 여유가 조선 선비 정신의 빛나는 묘미다. 이런 여유에서 특히 명월은 1. 밤의 길이와 음수 2. 시간 개념의 물질화 3. 사랑 유희와 밤의 길이 4. 사랑의 유희를 읊을 수 있었다.(참조 :부산시조시인협회 카페 시조 창작 사랑방 <동짓달 평설>)
2-3 개화기 시조
개화기 시조는 편의상 1920년 이전의 시조를 말한다. 이는 개인에 대한 발견과 표현이 아니라 관념적, 집단적 가치관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개화기 시조는 『대한매일신보』에서 『소년』 『청춘』 등의 잡지에 실린 최남선과 이광수의 초기 시조들이다. 대부분은 공적인 감정 즉, 망국민의 우국충정이나 매국 정권에 대한 저항, 또는 문명개화 등 시대적 요청을 전통시가의 형식인 시조의 리듬을 통하여 토로하고 있다. 작자도 대부분 비전문적인 사람들로 시대정신을 자각한 독자들이었다. 그럼에도 고시조에 비하여 몇 가지 점에서 특이하다.
첫째, 외형상의 특징으로서 시조마다 제목이 붙어 있다. 둘째, 3장이라는 형식상의 문장보다 6구라는 시적 리듬의 반복 형태가 현저하다. 셋째, 고시조가 가졌던 종장의 엄격한 규칙이 동요하고 있다. 이러한 형식의 변화는 전통시가에 대해 형태적 변모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시조의 대두를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조짐으로 보이는 것이다.
2-4. 시조 부흥 운동
시조의 변화 양식이 관념, 집단에서 벗어나 근대적 감수성으로 창작된 것은 1920~1930이다. 특히 1926년 KAPF에 대항하여 국민문학운동이 전개될 때 본격적인 시조 부흥 운동이 전개되었다. 근대 최초의 개인 시조집 최남선의 『백팔번뇌』가 발간되었고, 시조에 관한 논문과 작품이 많이 발표되었다.
이 시기의 시조 부흥 운동은 이광수의 노력에 의해서 싹을 틔워 이은상과 이병기의 작품활동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시조 부흥 논의는 시조 운동 전개의 방법론 시비로, 단순한 창작이 아닌 이론적 모색 작업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시조의 부흥은 당연하다는 주장과, 시조의 소명이 끝났다는 견해, 시조의 부흥은 현대감각에 알맞게 현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시조를 현상문예의 종목으로 채택한 것은 《靑春》지가 최초이다. 이 신인 발굴의 선견지명은 시조 부흥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일간지의 신춘문예 시조 부문의 현상 모집이 제도화되었다.
2-5. 전통문학 논쟁
광복에 이은 6.25 전쟁 이후 1950년대 후반에 다시 시조문학의 부흥논의가 전개되었다. 시조부 흥에 반대하는 입장의 김동욱은 시조 본래의 본질 그대로 서정시로서의 「뉘앙스」를 살려야 한다고 하였다. 이태극은 정형을 택하든 장형을 택하든, 시로서 가치가 있는가의 문제일 뿐이라고 하였다. 정병욱은 시조는 역사적인 기능을 다하였다고 하였다. 이 와중에서 시조 창작의 열의가 자연스럽게 다시 고조되기 시작하였다.
1950년대 이후의 시조는 전쟁의 극한 상황을 제재로 한 현실성 또는 전통적 서정을 노래하는 시편으로 대별할 수 있다. 특히 전통적 상상력을 통한 자기회복, 정체성 확인의 움직임은 1950년대가 거둔 시적 성취다. 자연도 유학적인 이념 공간이 아니라 자연은 삶의 현실, 삶의 현장 그 자체가 된다.
1960년대는 4.19, 5.16의 격동 속에서 산문정신이 성장하였고 1970년대는 외적 팽창에 힘입어 내적인 변화와 실험을 모색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산문정신을 계승하여 장순하·서벌·윤금초 등에 의해 사설시조가 시도되었다.
1980년대 이후는 이전까지의 세대가 행했던 실험과 모색을 바탕으로 현대시로서의 시조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변신, 창작과 연구를 넘나드는 논의들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시조가 현대시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게 된다. 여기에 대형 서사시조나 긴 연작시조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었다.
2-6. 복고적 내포 강화
1990년대에 와서는 시조의 보편적인 질서보다는 개인적인 질서에 관심을 둠으로써 파격적인 시도를 하기도 하고 현대시의 경향 가운데 하나인 해체적인 기법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시조 전문지가 창간되어 시험적인 창작과 이론연구를 이끌었다. 1992년에는 박을수의 『한국시조대사전』이 개화기 시조를 합한 5,492수를 정리하였다.
2000년을 전후해서 문인도 폭증하여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특히 자유시단의 잡초론, 수필단의 신변잡기론이 크게 일었다. 반면에 문학 인구 폭증에도 시조는 작품의 양과 질에서 다른 장르와 달랐다. 음악에서 비롯된 고시조, 근대시조 작품들이 문학 미학의 관점에서 대부분 ‘악화’ 수준이었던 연유로 신진 시조시인들은 오히려 이를 극복하는 창작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다만 시조시인의 양적, 질적 팽창에 안주한 기성 시조시인 일부는 시조 미학의 미래 설계를 외면하고 오히려 ‘시조의 정체성’ 운운하는 절대 시형의 복고적 경향으로 집중되기 시작하였다. 이런 외골수는 급기야 이전에 교육한 ‘단가문학의 제일인자 윤선도’마저 배척되는 지경에 이르러 시조 미학의 고품격 논의는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시조 인구의 증가에 반비례하는 대중적 관심 상실의 시대를 초래한 것은 점점 극우적 분위기에 휘말린 시조단의 책임이다. 교과서에서 시조마저 사라졌다. 현재 50대 이상 대중들이 고등학교 시절 기억에 남은 현대시조는 윤선도의 「오우가」, 「어부사시사」,「나비」(이영도), 「고무신」(장순하), 「개화」(이호우) 등인데 이들은 지금 시조단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가.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된 시조의 멋과 맛을 뺏어간 집단이 곧 시조단이다. 나의 신춘문예 연구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도출되었다.(참고: 서태수, 「현대 시조시의 사적 연구」,1993. 『율격은 현대 서정의 메시아』)
시조 기본 형식인 “3장 6구 12음보”는 귀납적으로 추출한 “시조미학의 결정結晶”이다. 그렇다고 오직 단일 시형만을 옹호하는 극우 이론가들의 주장은 600년 진화의 귀납적 전과정을 외면하고 형식을 연역적으로 설정한 자의적恣意的 이론일 뿐이다. 더구나 이들에게 동화된 인질이 되어 시조단에서도 스톡홀름증후군Stockholm Syndrome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 붕어빵 시조 찍어내듯 ‘박물관 시조의 끼리끼리 문단’으로 고착되어 시각적 변별성이 상실된 ‘그 나물에 그 밥’의 <아파트 시조> 양산에 매몰되어 있다. 그 선두에 부산시조단이 있다.
3. 현대인의 문화 인식
독자는 배부른 당나귀다.(서태수, 『조선낫에 벼린 수필』, 펴내는 말)
고학력, 고소득에 문화예술 향유 기회까지 확보한 개인이 AI도 활용하는 세대다. 독자 위상 상위 시대에 이미 당당한 현대 독자는 눈높이도 작가 못지않다. 현대 독자의 급격한 위상 변화는 국가 경영 실패로 야기된 임진왜란 이후의 민중 각성 - 지식층을 희롱하고 풍자하던 - 과 유사하다. 정보 홍수의 이 시대에 독자는 문인보다 더 똑똑하다.
주지적主知的 문화에 예속된 현대인도 메마른 정서의 촉촉한 서정을 원한다. 그러면서도 싫증 나는 대상에는 인내력을 발휘하지 않는 ‘3초 채널 세대’다. 틱톡, 쇼츠, 짤 등에 호응하는 디지털, 도파민 중독 세대는 짧고 강력한 메시지를 선호한다. 그래서 유튜브 쇼츠(YouTube Shorts)가 인기다. 특히 MZ세대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적응한 세대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세계화 시대 적응한 군상이다. 대부분은 입시 위주의 암기 고통에 문학도 골머리 싸매는 과목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더구나 문학 향수로 문인을 존경하던 노인 세대와 달리 학교 교육에서 시조를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다. 어떻게 하면 이들을 <600년 시조 아파트 단지>로 유인할 수 있을 것인가. 이들의 관심 유도에는 교육이 아니라 기획적 흥행이 필요하다.(부산시조시인협회 카페 <시조 창작 사랑방 / 나래시조 권두언>)
4. 미래 시조의 진화 방향
시조집을 펼치면 몽돌마당 같다. 알알이 잘 영근 개별적 작품성은 다른 장르를 압도한다. 그런데 구분이 어렵다. 이유는 형식상 비슷한 모양의 알갱이, 내용상 3행 중심 서정의 유장성悠長性 때문이다. 약간만 비틀면 발랄한 개성으로 멋과 맛이 다채로워지는데도 그렇다.
시조의 미래적 대응 방향은 과거의 진화를 교훈 삼아 생존을 위한 자체 진화 역량을 배가시키는 돌연변이 정신이다. 시대 상황은 더 난감해져서 AI 시조시인과도 경쟁해야 하게 되었다. 필자 경험으로는 AI 시조시인과 대적하는 방법은 ‘돌발적 창의성’인 것 같다. AI에게 이긴 마지막 인간 바둑기사 이세돌도 이 기법으로 이겼다.
시조의 필요충분조건은 ‘창작 시간, 형식 구현, 주제 설정, 제재의 심화 확장, 이미지 구현, 서사적 요소 삽입’ 등 다양할 것이다. 이 중 ‘창작 시간’은 AI가 압도적이고, ‘형식 구현, 주제 설정, 제재의 심화 확장’은 우열 분간이 어렵다. 현재 기준으로 인간의 창작 우위의 돌발적 창의성 요소는 ‘서정적 이미지 구현, 서사적 요소 삽입, 형식 구현의 창의적 변형’일 것 같다. 그리고 양식의 외연 확장으로 사진, 그림, 동영상, 음성 등과의 결합도 가능할 것이다. 현재 세대의 대중 소통을 위한 진화의 핵심은 아래 요소들이 아닐까 한다.
<0. 내용과 표현 / 1. 소통 확보 / 2. 시형의 다양성 / 3. 시각적 배열>
이 중 <0. 내용과 표현>은 자연과 인간의 진실 탐색과 미적 형상화라는 사실을 모든 시조시인들이 잘 알고 있어 논의를 생략하겠다. 첨언한다면 특정한 주제나 제재로 특화된 지속적 천착이나, 향토성을 가미하여 지방화시대를 반영하는 시조 창작을 권하고자 한다. 문인이 넘쳐나는 시대, 전문성을 특화하면 우스갯소리로 ‘우리 동네 최고 명의가 전국 최고 명의’다.
<을숙도 –낙동강․215> <황지 –낙동강․558>
소걸음 낙강물은 흘러
일년 내내 은핫물길 일천삼백 리
을숙도를 감도는 물
베틀가 올올마다
접동새만 울려 쌓더니 마을 촉촉 적신 젖내를 톺아가면
여기는 태백의 가슴에 맺힌
물길 맴도는 낙동강의
칠월하고도 초이레 땅 젖꼭지
4-1. 소통 확보
시를 읽으면서 골머리를 싸맬 현대 독자는 없다. 그래서 메시지가 쉽게 전달되도록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문학작품에서 소통 확보는 구성의 미학과 직결된다.
고학력, 고소득, 고급 정보를 확보한 독자 위상 상위 시대에 3초 채널 세대인 ‘배부른 당나귀’들. 도파민 중독 시대에 짧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시조는 어떻게 구축해야 할까. 참고로 인구에 회자하는 시 「국화 옆에서」와 「꽃」에 해답의 일단이 있다. 미학적인 관점에서 「국화 옆에서」는 평범한 시, 「꽃」은 실패작이다. 그럼에도 유명하다.(참조 :부산시조시인협회 카페 시조창작 사랑방 <범작, 명작>)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의 핵심은 “타인을 이해하라.”이다. 그런데 시는 세계의 자아화 즉, 나를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양식으로 자칫 타인을 무시하여 소통이 단절될 위험성이 크다. 이전 세대처럼 독자를 이해시키려고, 가르치려고 하면 오만과 독선이다. 대중을 향한 진화 방향은 <①쉽게 전달되면서 ②무언가 담겨 있는 ③시각적 매력>이다.
소통 확보를 위해 구조structure를 기반으로 한 구성plot의 미학을 구현하자. 구성과 구조는 다르다. 구조는 객관적, 논리적 합리성의 문제이고 구성은 작가 의도의 미학적 문제이다. 구조란 메시지 전개의 논리성을 확보한 인과성과 필연성을 담보한 조직이다. 구성이란 독자 흥미 유발을 위한 효과적 전개 방법으로 첫 행부터 마음을 사로잡는 미학적 전개 요령이다. 좋은 구조에서 훌륭한 구성이 탄생한다. (참조 : 부산시조시인협회 카페 시조 창작 사랑방 <문학작품 구조構造 structure의 미학적 탐색>)
시조는 특히 ‘기-서-결’의 3장 구조이므로 훌륭한 구성을 위해서는 이 구조체를 변형시켜야 하는데 이때 상당한 요령이 필요하다. 자칫 독자가 의미 파악에 애로를 겪으므로 시조시인은 ‘독자 유인의 구성’에 몰두하되 ‘쉬운 소통의 구조’를 잊지 말아야 한다. 미학적으로는 훌륭하나 메시지 전달에 실패한 시조, 무언가 그럴듯한데 의미 파악이 어지러운 작품을 흔치 않게 만난다. 비유하자면 멋을 내느라고 효용성을 상실한, 구조를 무시하고 인테리어(구성)에만 집중한 건축물과 같다. 쉽게, 그러면서도 깊이도 있고 형상화도 잘 된 작품 만들기가 그렇게 어렵다. 내 경험상 비약과 상징으로 명품 욕심을 낼수록 이 부분이 더 무너진다. 그래서 ‘시절 인연’을 주제로 한 아래 작품은 구체적 이미지 확보에도 불구하고 소통에는 실패했다.
<물결 인연 –낙동강․579>
낙동강 물굽이는 어드메로 드는 걸까
골 첩첩疊疊 흘러내린 물 층층層層 깊은 연을
첨버덩, 잉어 한 마리 꽃부리로 피어나네
물꽃부리 잦아들어 번져나는 물꽃판
동심원 손길 따라 파문 이는 물길 위에
바람도 마음을 얹어 꽃잎 윤슬 보태고
저 선율旋律 새겨두면 팽팽하게 이어질까
일고 잦는 굽잇길에 끊고 맺는 물결 인연
언제적 그림이냐며 강은 그새 눈을 감네
이런 소통의 실패는 언술言術을 줄여야 한다는 시조시인의 강박증 때문이다. 위 작품에서도 ‘기-서-결’의 3단 구성 욕심을 버리고 제3연의 메시지 – 쉽게 허물어지는 물결의 속성 - 를 구체화해서 ‘기-승-전-결’의 4단으로 늘였다면 소통이 쉬웠을 것이다.
4-2. 시형의 다양성
형식 진화는 고시조에서 보듯 평시조는 물론 다양한 장시조까지 다채로운 모델을 추출할 수 있다. 여기에 절장시조는 3초 채널 세대에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시형이다. 필자가 고시조에서 연구하고 현대시조에서 적용한 유형은 다음과 같다.(참고: 서태수 논문 「고시조 ‘정형정신’의 현대적 변용, 『율격은 현대 서정의 메시아』, 370쪽.)
가. 정격시조 : ①단시조 ②연시조 ③장연시조長聯詩調
나. 변격시조
(가) 정격 변형 : ④12음보 내의 음수율 변화 ⑤반음보 추가
(나) 음보 변형 : ⑥율문과 산문의 혼합 구조 ⑦비정형 율문 또는 산문시 형태
(다) 3장 변형 : ⑧절장시조
다. 새로운 양식의 시 : 시조와 자유시의 변증법적 변용 구조
이 중에서 특히 “2-2. 외연 확장의 진화”의 고시조 사례의 두 작품(곳 보고 / 冬至ㅅ)과 같은 <④12음보 내의 음수율 변화, ⑤반음보 추가>의 정격 변형은 창작과 감상의 다채로운 멋과 맛을 겸비하고 있다는 것이 내 경험의 소산이다. 아래는 오래전부터 내가 꿈꾸던 ‘두 모순의 변증법적 통합’의 예시 작품으로 위의 ⑥번에 해당된다.(제2시조집 『江, 물이 되다』(2007)의 서시) 초, 종장은 정격을, 중장에는 4음보 리듬에 자유 리듬을 일부 혼용하여 현대 서정을 반영했다.
<江, 물이 되다 –낙동강․236>
이제, 몸을 풀어
흔적을 지우나니
한 생애 강으로 흘러 단단했던 영혼과 육신
반짝이는 비늘 사이 품었던 숱한 인연
가슴에 띄운 별빛, 강둑에 세운 깃발
모두들 제 빛깔의 샛강으로 엮어놓고
강은 스스로 풀려 물이 되나니
긴 꼬리 한 토막 잘라
마지막 하구河口, 마침표로 찍은 을숙도
철새 깃들일 갈대 몇 앉혀 놓고
물머리 올올 풀어 조류潮)에 섞여들어
마음 속
부처를 죽이며
뭉개지는 늙은 돌탑
4-3. 시각적 배열
‘서정시는 시행詩行으로 발화發話한다.’는 담론을 시조시인들도 절감해야 한다. 행갈이, 연갈이, 부호는 시인이 독자에게 무언으로 전하는 감성 조절 기호다. 시조시인의 균등한 3장 배행 인식은 그 자체로 유장한 서정을 전제로 접근하게 된다. 그 결과 맺고 끊는 서정을 담지 못하고 다채로운 시각성을 상실하는 경직된 순환이 반복된다.
리듬은 유장하게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굽이치기도 하고 소용돌이치기도 하고 때로는 단말마의 스타카토로 끊어지기도 한다. 이 장단에 따라 장별 배행, 구별 배행, 자유배행의 다채로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시각적 리듬이다.
눈으로 보는 예쁜 맛이 있어야 한다. 현대 독자는 눈으로 싫증부터 느끼면 즉각 채널 돌리는 3초 채널 세대의 배부른 당나귀다. 아파트촌 풍광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3장 6구 12음보로 층층 쌓아 올린 천편일률적 시조집도 마치 아파트 단지 같다. 아파트 단지는 대중의 힐링 공간이 못 된다. 외관도 내용도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이런 시조집을 인내심으로 읽어줄 독자가 어디 그리 흔할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중요한 점은 시각적 미학이다. ‘눈으로 보는 예쁜 맛’이란 시각적 소통이고, ‘구성의 미학’은 머리와 가슴으로 하는 소통이다. 문자 언어인 문학작품 파악에는 당연히 ‘눈’이 먼저다. 시조는 관념적 서정의 내용도 엇비슷하다. 여기에 천편일률적 ‘아파트 시조’의 시행 배열로 시각적 미감을 붕괴시키는 것은 전통도 현대서정도 아니다.
자유시는 리듬을 버리고, 시조는 정형에 얽매인 양극단으로는 현대 서정을 사로잡을 수 없다. 두 모순의 변증법적 통합의 중간 이동자가 현대 서정의 승리자가 될 것이다. 「국화 옆에서」와 「꽃」은 소통과 의미와 눈맛에 더하여 이런 리듬도 지녔다.
시대의 미감美感은 급변하고 있다. 한 편의 시, 한 권의 시조집 엮음에도 다채로운 시각적 미학이 스며있으면 더 좋다. 이점이 디자인의 기본이다. 나이 60 넘은 대중이 「난초」나 「조국」은잊었어도 「나비」, 「고무신」, 「개화」를 기억하는 것은 그것이 전통시조라서가 아니라 돌연변이들의 시각적 이미지 각인 덕분이다.
<꼬리말>
아파트 시조에서 벗어나자. 3장으로 층층 쌓은 시조는 규격화의 단순구조인 아파트와 너무나 흡사하다. 반면에 야생마 자유시는 리듬을 버린 퇴행으로 현대문학을 대표하면서도 현대 서정을 지배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 틈새를 시조가 메워야 한다.
시조 확장에서 씨앗은 송강이, 발아는 고산이 실천했다. 인간이 복고 취향은 가졌어도 인류 역사상 복고의 시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조가 지닌 생명력은 정형이라는 틀에 구속받지 않는 데 있다. 이병기는 ‘시조는 정형(定型)이 아니라 정형(整形)’, 이태극은 ‘정형이비정형(定型而非定型)의 자유자재성(自由自在性)의 문학’이라고 했다. 이 ‘정형 정신’이 시조의 정체성이며 이 점이 시조의 멋과 맛이다. 이 특징이 현대시조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좌표 설정의 기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시조가 자유시가 되지도 않는다는 데 시조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
순혈주의純血主義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화예술 명멸의 역사를 돌아보면 순혈 고집이 더 불리했다. 현대는 퓨전fusion 시대. 문화 대중이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은 새로운 시도와 노력 속에서 순혈이 오히려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나도 3장 6구 12음보의 이 순혈을 즐겨 창작한다. 순혈 양식이 조명받을 수 있도록 내 시조 작품 90%는 철저한 정형으로, 변격도 초, 종장은 엄격한 정격을 유지한다. 배행도 시각적으로 3장의 원형을 확보한다.
정형시와 자유시의 양극단 사이에는 숱한 층위의 양식이 존재할 수 있다. 시야를 넓게, 멀리 보자.시조의 정형에 대한 의의를 단선적이 아닌, 심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형 정신의 심층적 의의는 단순히 어느 특정 형식의 고정불변성에 있는 것이 아니다. 시조의 진화 과정에서 추출한 열린 시정신의 현대적 원용은 단아한 정형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조의 특성과, 개성의 자유분방한 표출을 지향하는 현대인의 특성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점이 과제의 열쇠가 될 것이다. 방종에 가까운 현대의 자유 서정을 시조적 정형 정신으로 절제하는 그런 작품으로 이 시대를 맞서는 것이 필요하다.
현대를 시의 위기 시대라 한다. 현대시가 리듬을 외면한 것은 감수성의 분리가 아니라 서정의 상실을 의미한다.(김준오, 『시론』) 지난 한 세기 동안 현대문학을 대표하면서 오만해진 <자유시>는 리듬을 잃어버렸다. 이 점이 시조의 기회다.
현대시조의 소명은 전통 복귀가 아니라 리듬의 회복이다. 경계가 무너진 다원화 시대에 “나 시조요!”라고 이마에 붙여 단조롭게 뭉친 아파트 단지에서 벗어나 순혈의 평시조에서 다채로운 변격시조에 이르기까지 함께 어우러지는 <시조의 국가 정원>을 만들자.
첨언하고 싶은 말은 문학 창작에서 특정한 방향이 더 ‘좋다’는 견해는 성립되어도 특정 방향이 ‘잘못’이라는 견해는 무지에서 비롯된 오만과 독선이다. 문학 양식은 귀납법적 결론이다. 귀납법의 결론은 ‘100%의 참[眞]’이 아니다. 따라서 어느 방향이든 주장이 독선이 되어서는 안 되며, 동시에 모든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나의 시조론에 대한 찬반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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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수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시조문학》 천료, <한국교육신문> 수필 당선, 평론집 『율격은 현대서정의 메시아』 외, 낙동강 연작시조 400수 선집 『낙동강 푸른 물길』 외, 절장시조집 『물방울 시첩』, 수필집 『조선낫에 벼린 수필』 외, 기타 저서 『논술의 논리』, 『고교 엘리트문학』(공저)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