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 먹은 것 다시 하는 날들이 이어지나 싶었습니다.
전세움 씨가 잡채를 제안합니다. 복잡하게 느껴지는 잡채, 하지만 도전합니다.
전세움 씨 취향 따라 목이버섯은 제외했습니다.
전세움 씨가 2, 4, 5, 6, 7번을 하는 동안, 3번과 8번부터 11번까지는 직원이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세움 씨가 큰 볼에 당면, 볶은 고기와 야채 넣고 두 손으로 버무렸습니다.
당면이 적어 전체 양이 부족할까 했는데, 다른 재료가 양을 불려서 충분해졌습니다.
어우러지니 간도 적절합니다.
직원이 못 본 사이에 전세움 씨가 알맞은 팬을 찾아 썼습니다. 어떻게 골랐을까요?
‘넓은 프라이팬’과 ‘넓고 깊은 프라이팬’이라고 적어두었습니다.
이를 보고 주방에 있는 팬들을 비교 판단했을 겁니다.
사진에 나온 팬과 닮은 것을 골랐을 수도 있고요.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톱니바퀴가 자꾸만 멈추었습니다.
이유가 궁금해서가 아닌, 자동반사로 튀어나오는 뾰족한 질문을 합니다.
“저는 (잡채)안 먹을게요.”
식사할 때 열심히 만든 잡채는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식사 마치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잡채를 옮겨 담을 때 처음 고른 작은 접시를 큰 접시로 바꾼 게 마음에 걸렸던 건지 물었습니다.
직원이 전세움 씨의 방식을 존중하지 않았나 싶어서요.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오늘 장도 보고, 동회의도 하느라 에너지가 없어서 식사 준비할 때 의논하기 어려웠던 건지 물었습니다.
맞다고 합니다.
직원이 일일이 묻고 답을 원하던 이유를 설명합니다. 전세움 씨가 할 수 있는 부분인데 힘들어 보인다는 이유로
묻지 않고 직원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까, 묻고 답을 기다렸던 거라고요. 전세움 씨가 이해합니다.
“오늘은 힘들어서 그랬지만, 다른 날이었으면 재미나게 의논했을 거예요. 그렇지요?”
“맞아요.”
맞아요. 오늘은 버거웠고, 다른 날에는 수월할 겁니다.
우리에게는 서로 예의를 갖추어 의논할 힘이 있습니다. 그렇게 즐겁게 의논했던 순간들이 있습니다.
전세움 씨가 덧붙인 말로는 사실 잡채 별로 안 좋아한답니다. 직원이 (안 먹는다기에) 전세움 씨 몫으로 빼둔 잡채를 반찬통에 옮겨 담은 이유는 남기기 아까워서라고 합니다. 반찬가게에서 직접 잡채 고르고, 맛있게 먹던 전세움 씨 모습이 떠오르지만 이만 넘어갑니다.
응어리가 풀렸나 봅니다. 학교에서, 교회에서 있었던 이야기 보따리 풉니다.
2026년 8월 27일 목요일, 이다정
잡채도 전세움 씨의 레시피 종이에 기록되었네요.
레시피 종이에 '잡채'가 있는 것만으로도 전세움 씨가 다시 해 볼 수 있으니 의미 있습니다.
요리교실 프로그램이 아니라 전세움 씨의 삶이기에 다음, 그 다음이 있습니다.
전세움 씨와의 김치전 만들기도 그랬던 것처럼요... - 21더숨
<과업 관련 일지>
첫댓글 ㅎㅎ 열심히 만들고 안먹었군요.
그래요. 그런 날 있지요. 대답하기에 기운이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