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의 말로 편지를 쓰다

꽃잎의 말로 편지를 쓰다 - 도종환의 시 배달 창비 시를 배달하며 시 읽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일주일에 시 한편을 읽는 것과 읽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없지만일 년 동안 매주 시를 읽는 사람과 한 편도 읽지 않고 사는 사람의정서적 문화적 깊이는그것이 10년이 된다면시를 읽고 가까이 하는 사람, 감동이 있고 설렘이 있으며 사람과 사물과과 세상에 대한 사랑이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기에! 1처음 가는 길 도종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두려워 마라 두려워하였지만/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는 이들이 있다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늦게 온 소포 고두헌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 매듭마다주름/해풍//마분지/서울 살이/남해산 유자/지 아래를 보고/몸만은 성키콧등 시큰거려 내다본 밖 새벽 눈발 하얗게 손 흔들며/글썽글썽 녹고 있다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한계령쯤을 넘다가/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풍요/제 구멍/기꺼이/눈부신 고립/운명이/헬기/옷자락을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난생처럼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이별 허만하자작나무숲을 지나자 사람이 사라진 빈 마을이 나타났다강은 방향을/폭포처럼 얼어/한부분에/지도도 말을/뒷모습/엷은 썰매소리풍경을 거절하는/나도/쓸쓸한 지평선이 되어버리는 입설단비 김선우2조 해가는 눈 속에서 자기 팔뚝을 잘라 바치며/달마에게 도 공부하기를 청정한 눈빛/지빠귀/아름다운 손가락/고적하게 보고/고요히 서있고 싶을 뿐작은 새의 부리에 손마디 하나쯤 물려주고 싶은 것이다 2 뼈에 새긴 이름 이원규그대를 보낸 뒤/내내 노심초사하였다이승 갈비뼈//갈잎 이름/오리 산 그림자 백소령/별자/화엄결 실상사봉숭아뼈//길이라면 어차피 아니 갈 수 없는 길이었다 온돌방 조향미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해 좋을 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궂은 날엔 방/호박씨/설겅엔 메주/콩나물/술독/조청/문풍지.장작불/여물게나팔꽃/메주밀주/뭄어키워익혀주지 않는 것 없던/향긋달금큼큼뜨겁던 온돌 밭 정우영암시랑토 않다. 내일 내리갈란다. 내 몸은 나가 더 잘 안다. 내려온란 신호마늘 눈뜨는/참들깨 무배추 고추나락/내 몸이 밭/흙냄새만/약이 따로/땅심그 어머니의 땅에서 우리도 나고 자랐습니다/이월에 설이 있지요 홍매화 겨울나기 최영철그해 겨울 유배 가던 당신이 잠시 바라본/흙 물 화엄사 마당에만 핀다고부처를 봐야/햇살 단비 열매/매화 한떨기가 알아버린 육체의 경지를 난 열매 맺지 않으려고/잎나기 전에 꽃부터 피는 홍매화 겨울나기를 따를 수  3성장 이시영바다가 가까워지자 어린 강물은 엄마 손을 더욱 꼭 그러쥔 채 놓지 않습니파도 뱃속/이제부터는 크고 다른 삶을/엄마 강물은 새벽 강에 시린 몸을 뒤채고는/은어들의 길을 따라 산골로 조용히 돌아왔습니다. 콩나물의 물음표 김승희콩에 햇빛을 주지 않아야 콩에서 콩나물이 나온다긴/짚 시루/어둠/보자기/새싹/물음표/손목/천지개벽-광명천지검은 보자기 아래-우리는 그렇게 뜨거운 사이였다 너에게 세 들어 사는 동안 박라연나,/이런 길을 만날 수 있다면/이 길을 손잡고 싶은 사람이 있네영혼/탄력/씨 부릴/힘과 영운/무늬/나무새꽃잎뼈강물/말이 되지 못하고몸을 폭풍처럼/가루처럼 흩어지게 하면서/나,/그 한마디 말이 되어보겠네 봄비 이재무1 봄비의 혀가/초록의 몸에 불을 지른다/보리/봄의 혀/여인의 등에 허연 김2 사랑의 기억 강가/살/옷자락/죄의 발자국/3 나를 살다간 이여, 그러면 안녕 묘목/새벌레쉼터/이미 내 안에 들어와 웃 4나무 1-지리산에서 신경림길러본 사람만이 안다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한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 막는다 것을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동무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훼방한다는 것을그래서 뽑히거나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그런 것 같기도 하고) 풍경의 깊이 김사인바람 불고/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가녀린/떨림들/우주가 저물어/이쪽 끝 고요가/백년 석달 열흘쯤 잠들고버러지들이/더듬이/어느 생에선가 한결 깊어진 그대의 눈빛인 걸 알아보게 이별노래 박시교봄에 하늘 이별은 보다 현란할 일이다/그대 뒷모습 닮은 지는 꽃잎 실루엣상처/그리움/지워질/눈물 그림자/가거라 슬픔/어디 봄산인들 다 알고 푸르뻐구긴들 다 알고 울겠느냐/더 현란/하르르하르르/무게 견딜 고통 아름다워 조이미용실 김명인 늦은 귀가에 골목길 오르다보면/입구의 빵집 다음으로 불빛이 환하다 주인 셔터/손님/거룻배/용돈 빠뜻/연줄 유행 머릿결/거품 부풀린 하루의 피곤이손바닥에 가로막히면 금방 풀 죽는/시간이라는 하품을 나는 보고 있다5한재초등학교 느티나무 고재종그늘 면적은 전교생을 다 들이고도 남는데/두려워하는 아이는 별로 없다둥치/까치집/매미/다람쥐/주먹다짐/돌팔메질 칼/상처들에 잎/여학생 총각상급생들 도회로 떠나는 뒷모습/느티나무 스승 두런두런, 거기 우뚝한 것을 늙은 어머니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승하작은 발을 쥐고 발톱/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첫 울음소리 기억이 발로 아장아장/폴짝 고무줄/굳은살/말을/머리카락을/머리를 감싼다맞닿은 창문이 봄부림치는 날/안기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아이들을 위한 기도 김시천당신이 이 세상을 있게 ks 것처럼/아이들 나를 그처럼 있게 하여 주소서서게/나라를/피 흘리게/뒤에 서는/심언/배반치/순한 바람으로 머물게저 들판에 바람이 그치지 않는 것처럼/우리들의 믿음을 지키고자 할 뿐 오분간 나희덕이 꽃 그늘 아래서/내 일생이 다 지나갈 것 같다서성 그늘 희끗한/여섯 살배기 청년 기다림 자리/썰물/지나치는 버스를 향중얼 동안 꽃잎 한 무더기 또 진다/버스가 /훌쩍 날아올라 꽃그늘을 벗어난 물가에서 하루 천양희하늘 한쪽이 수면에 비친다 물총새가 물속을 들여다보고/소금쟁이 여울을첫눈을 뜰 때 무엇을/새물바람/들란/산그늘이/상선약수/비상/거위를고이면 썩고 날지/모든 속삭임이 물이 되어 흐른다면/대답/소리칠 수 있을 6자연도서관 배한봉부들과 창포가 뙤약볕 아래서/목하 독서 중/바람 불 때마다 책장 넘기는 소창랑/물방개 소금쟁이/갯버들도/백로나 물닭가족/공룡/연어/신의 독서시간자연도서관에 들기 위해서는/날마다 샛별이 마음 씻어야 한다 단오 곽재구사랑하는 이여/강가로 나와요사공도/여울목/머리를 감겨/참빗/원추리꽃/작은 나룻배가 은빛 물살들과도란도란/당신의 머리를 감겨/칼을 빗겨드리겠어요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이상국일찍 집에 가자/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밖으로만/지는 것/상처 아는 체/슈퍼집/소금 간/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불을 있는 대로 켜놓고/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단촌초등학교 김용락뿔새가 서편 하늘에 수를 놓으면/은버드나무 그늘이 안개처럼 하얗게 덮고살구/콧수건/포탄껍질 쇠종/검정고무신/모두들 어디/장다리/짝꿍/자평진정민족주사평화/그들의 키를 쑥쑥/추억과 현실의/그립고 아름다운 사랑 파편 7흑백사진-7월 정일근내 유년의 7월에는 잘 자란 미루나무 한 그루 솟아오르고 떠 파란 하늘냇물아/노래 물고기/과수원 새잎이 누워 바라보는 귀에 물/따땃한/눈꺼풀분교의 풍금소리 쌓이고/7월은 더위를 잊은 채 깜빡 잠이 들었다 가로등이 있는 숲길 양애경초여름 저녁 어스름/산책로로 접어드는데/파득 하고/가로등이 날개 펴는 소등대/밤하늘만/몇천년 후에야/자기도 답.답.해.하고 울어/초승달과 별밤이 다가온 숲과/사람이 사는 마을 사이/저렇게 아름다운 불빛들이 걸렸는 흰둥이 생각손을 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로 손등이며 볼을 쓰윽, 쓱 핥아주며 간지럼보신탕감/아버지 약봉지/쇠줄을/돌아와서 바닥까지 핥고/울음보를 터뜨리고젖은 눈빛으로 핥아주는 겅이다/오토바이 끌려가며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곰 별, 아직 끝나지 않은 생각 마종기오랫동안 별을 싫어했다. 내가 멀리 떨어져 살고 있기 때문인지 현신의 바깥외로워/맑은 별들 숨소리/별을 믿지/희망에도/모순 위에/순간/미련/기쁨을당신의 반응은 선물/문을 닫고 불을 끄고/나도 당신의 별을 만진다 구부러진 길 이준관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민들레를, 감자 심는 사람을 밥 어머니 소리를 들 물고기 들꽃 산 마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반듯한 길에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 이웃을 품고 가는 길 같은 사람 8바닷가에 대하여 정호승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있는게 좋다/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바다숨소리/발소리친구를/함께 울었을 때/고무신 한 짝을/절을/기슭으로만 달려하나씩 있으면 좋다/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저물 무렵 안도현그애와 나는 강둑에 앉아서/강물이 사라지는 쪽 하늘 한 귀퉁이를 적시는노을/한쪽을/물소리가 쌓이는 동안/말수/손도/큰 바다/집/마을/입술을여린 숨소리/내 나이를 알고 있는 산수공식/모두 삼켜버릴 것 같은 노을 비가 와 젖는 자는-순례 1 오규원강가에서/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추녀 밑/머물고 싶으 다시 한번강은 젖지/부채질해/여름 옷/이름 속에 쉰 뒤/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떠난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사랑하는 별 하나 이성선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될 수 있을까/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춰나도 꽃이/눈물짓듯 웃어주는 들꽃/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마음 어둔 밤 깊을수록/우러러 쳐다보면/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주는  99월도 저녁이면 바람은 이분쉼표로 분다/괄호 속의 숫자놀이처럼/노을도 생각이 많아 오래도랑 물장구/등불은/습자지/머금은/제풀에/이부자리/손바닥에 하나 손금 더지난 여름은 어떠했나/9월도 저녁이면 죄다 글썽해진다 강연호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룸다웠다 이기철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초승달/하룰 씻어/별/이슬/강물처럼 넉넉/책은/사람도 모두/낙화 깨끗한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여보! 비가 와요 신달자아침에 창을 열었다/여보/무시히 빗줄기 보며 던지던/가벼운 말들이 그립다고와요/일상용어 볼을/격분/적의/바위/하찮은 식탁 밥 더/발끝 가슴 안비잆시시하고 말도 아닌 그 말들에게/나보다 먼저 아침밥 한 숟가락 떠먹이고 싶다 섬진강 17-동구 김용택추석에 내려왔다/추수 끝내고 서울가는 아우야/동구 단풍 물든 정자나무 아 꼬깃꼬깃 몇푼/껍질/삼등열차/철근을/어여 가/콩동/나락가마니랑누가 다 져날랐는지요 아버님/불효자식 올림이라 불초라고 편지 쓸 것이다 10그대의 발명 박정대느티나무 잎사귀 속으로 노오랗게 가을이 밀려와 우리 집 마당은 옆구리가 환함 음악/연주/저녁/별 그대에게 가닿을 수 없는/사소한 움직임도 음악저녁/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정안면항상 마음이 푸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항상 푸른 잎새로 살아가는 사람을 별/유혹과 폭력에도/의연한//청순/화해 평화//이슬/온화 편안 화려 투박오늘 제 삶의 갈 길을 묵묵히 가는/사람의 아름다운 마음 하나 곱게 간직 볍씨 말리는 길 고영민집을 나섰습니다. 검은 아스팔트 위 노랗게 펴 말린 볍씨들이 가지런합니다.볏 향/휴식/소곤/흰쌀/저녁밥상/백로/이삭/가래/대숲을 향해 새떼의 고삐노곤한 서녘 이슥토록 노을 산을 채 넘지 못해, 너머엔 아직 길이 환합니다 가을 문안 김종해나는 당신이 어디가 아픈지 알고 있어요/알고 있지만 나는 말할 수 없습슬픔이 별/등잔/목자가/종루 소리/풀숲엔 풀잎이/풀꽃/불꽃이 별이 될 때종소리 풀꽃이여....당신이 어디가 아픈지 알고 있지만 말할 수 없습니다 연필로 쓰기 정진규한밤에 홀로 연필을 깎으면 향그런 영혼의 냄새가 방 안 가득 넘치더라고시를/고쳐쓸 수 있는 생애/반편//서로 지울 수/진실의 길이야 지워도감추고자 하는 비겁함 아닌 사랑하는/오직 향그런 영혼의 냄새로 만나고픔  11내가 너 만한 아이였을 때-아들에게 민영늘 약골이라 놀림받았다/큰 아이한테 /데밀려 쓰러지고/힘센 아이 맞았다담배/용돈/싫고 두렵기에/이렇게/약골들아 꽁무니/가랑잎 산/울지 가시를왜놈들은 우리 겨레를 채찍질하고 나라 없는 노예라고 업신여겼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조병화낙엽에 누워 산다/끼리/지나간 날을 생각지 않기로 한다/낙엽 지는 하늘가가는 귀가/피부/육체 가까이에/비/낙엽을 슬픔을/밤은 소리에 차고 비비고낙엽에 누워 산다/보이지 않는 곳에 있기에 슬픔을 마시고 산다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뿌리 깊으면야새순/부평초/개울/등불/어딘들/목숨걸면/훨훨 벌판/두 팔로 막아도 바람영원한 눈물이란/비탄이란/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마주잡을 손 하나 숯불의 시 김신용군불을 지피고 남은 숯불에 감잘/숯불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것과 같다남은 온기로/재도 따뜻/이삭을 줍지 않는 농심/耕田이 經典/心書/묵언 재사유 앞에 내민 내 텅 빈 두 손이 시리다/어둠의 재 속에 묻혀버릴 이 저녁 12첫눈 내리는 날에 쓰는 편지 김용화소한날 눈이 옵니다/가난한 이 땅에 하늘에서 축복처럼/눈이 옵니다새/풍금/하늘 얼굴/눈물/기다림 추억/만나는 일이 내가 살아온 까닭의 전부한 방울 피가 식어질 때까지/이 겨울을 껴안고/거리를 바람처럼 서성댈 거 燈에 부침 장석주누이여, 오늘은 왼종일 바람이 불고/사람이 그리운 나는 짐승처럼 사납게낙엽/빗발/젖은 채/눈송이로/나방 아우성/핏줄/등의 심지/우주를/배부른등은 헐벗고 굶주린 자의 자유/신뢰는 따뜻하고 넉넉한/돌아와 등을 켜자 빈집의 약속 문태준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별, 심검당/메주 풍경들/전나무 숲/솟아오른/미륵 미소/말/마음은 늘 빈집대나무 열맬 매지 않듯 마음이란 그냥 풍경을 들어앉히는 사진사/그것이 약 성당 부근 정세기유난히 눈이 많이/계수나무/그해 겨울/지붕들 낮게 엎드려 잠들고 성경구절성에 낀 창틈/골목길/잉잉/종소리 향기로/저녁 미사/긴 그림자/달빛/촛불양떼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마리아 상 홀로/산수유 알전구 불빛을 따 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