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고개를 아시나요...
1960년대까지만 하여도 우리나라는 농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였으며 모든 직업에서 으뜸이라 하였다. 특히 1910~1945년 일제강점기에 모든 생산물을 일본에 강탈당하고 이어서 1950년 6.25전쟁으로 나라가 폐허가 되었다.
1945년 나라가 해방은 되었으나 국토는 폐허가 되고 농촌은 수리시설이 되어 있자 않아 농사는 원시적인 방법에 의해 재배되고 있었다. 그리고 벼농사에 얻어진 쌀은 농촌가정의 유일한 소독원 이었으므로 먹지 않고 내다 팔았다. 그리고 농가에서는 한 푼이라도 아낄 양으로 입에 들어가면 껄끄러운 보리로 만든 보리밥을 주로 해먹었다.
10월 벼를 수확하고 나면 보리를 뿌린다.
먼저 쟁기(훌찡이)로 논.밭을 갈고 곰방매(덩거리 방메이)로 덩어리를 깨드리고 보리를 뿌린다. 그리고 소쿠리에 재를 담아 그 위에 부려준다. 이렇게 재를 뿌리는 이유는 보리는 알카리성 (ph7.0~8.0)이므로 알카리성 비료인 재를 뿌려준다. 우리들이 얼릴 때 소풀(전구지) 밭에 재를 뿌리는 이유도 같은 원리일 것이다.
그리고 겨울에 추우면 왕겨(딩기)를 뿌려주고 땅이 얼어 뿌리가 덜나면 온 식구가 동원되어 보리밝기를 한다. 그래서 옛말에 ‘보리는 겨울에 눈이 내려야 농사가 잘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눈이 일종의 이불과 같은 역할을 하여 보온을 해주기 때문이다.
따뜻한 봄이 되면 잡초가 무성하므로 풀을 맨다. 그리고 보리밭 중간 중간에 완두나 콩을 심는데 그러한 이유는 콩과식물은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기에 땅을 기름지게 하게 다른 작물에도 유용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봄기운이 뻗치기 시작하면 지게에 똥장군을 지고 똥오줌을 뿌려준다. 지금이야 비료를 대신하지만...새봄이 되어 보리도 성장하지만 잡초도 따라서 성장하므로 김매기를 해준다. 이 시기부터 농촌은 어려운 시기를 맞는다. 그래서 ‘보리고개’, ‘춘궁기(春窮期)“, 말이 생겨나왔다. ’보리개떡‘, 꽁보리밥’, ‘보리방귀’, ‘보리술’ 라는 용어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음식을 먹고 나면 방귀(방구)가 많이 나와 "빵구타령"이 나왔다.
시아버지 빵구는 호령빵구
시어머니 빵구는 잔소리빵구
빵구타령에 춤나온다
동서의 빵구는 욕심빵구
시누이 빵구는 알랑빵구
신랑의 빵구는 찹쌀빵구
시동생 빵구는 사탕빵구
얼씨구나 얼씨구나 얼씨구나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내용이다.
시골 아낙네들이 보리밭에 김을 메면서 타령조로 부르는
노래들도 생겨났다.
춘삼월 기나긴 날 해 떨어질 때
허기져 우는 아이 무얼 먹이랴
텃밭의 감자는 안 열렸더냐
무우밭의 장다리꽃 따다 먹이렴
집 나간 네 어미는 아니 오는데
서러운 보리고개 언제 넘기나
음력 4~5월 보리를 수확하기 전 먹을 것이 없어 산이나 들로 다니며 산나물과 소나무껍질을 벗겨 먹었다. 봄이 되면 쑥과 냉이가 돋아나고 나무는 수분을 빨아 올려 부드러워지므로 것 껍질을 볏겨내고 부드러운 솎 껍질을 벗겨 먹는다. 이것을 초근목피(草根木皮)라 한다.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그 때 그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자기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이들이 있는 되, 그 때 그 시절에는 누구나 경험한 내용들이다.
6월이 되면 보리를 수확하고 벼를 심는 계절이므로 옛 말에 이 시기에는 "죽었던 송장도 일어난다"는 말이 있다. 논밭에 나가 낫으로 보리를 베고 말려서 지게에지고 타작마당으로 가지고와서 도리깨로 보리타작을 한다. 이 때 부른 노래가 ‘옹헤야’이다
"어절시고 옹헤야, 잘도 한다 옹헤야,
팔구월에 옹헤야, 파종해서 옹헤야,
그해삼동 옹헤야, 다지나고 옹헤야,
명년 이월 옹헤야, 제초하고 옹헤야,......“
어허 어허 옹헤야~~~
이러한 소리를 들을 려고 하면 ‘고성 농요축제’에 가면된다. 옛날 그 어려웠던 봄철, 보리고개에 먹던 草根木皮를 구황식물(救荒植物, 흉년이 들어 곡식대신 야생에서 섭취하는 먹거리)이라 한다. 구황식물에는
-고랑: 가재, 게, 민물고기, 은어, 뱀장어, 송사리, 돌미나리 등
-산: 산딸기, 보리똥나무 열매, 벚나무 버찌, 찔레나무 새순, 칡, 더덕, 도라지, 소나무속껍질
-채소: 산나물(쑥, 냉이류 기타)
-기타: 앵두, 뽕나무의 오돌께, 감나무 감꽃나무, 고구마 말랭이, 고구마뺏떼기
그런데 인류의 문명이 발달한 지금 한국인의 밥상에 초근목피(草根木皮)가 인기를 끌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