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반사판 씌우기
1) 반사판 재료에 대해서 : 매뉴얼에는 알미늄 쉬트를 사용한다 했는데, 여기저기 알아보아도 파는데가 없습니다.
독일에서 수입해야 한다는 둥, 소량은 팔기는 커녕 수입업체 연락처도 가르쳐 줄 수 없다는 둥 등등, 카페에서도 여러 글이
올라 왔더군요. 그러던 차에 김종길 선생님께서 공동구매를 하신다고 해서 고마운 마음으로 1벌을 신청해 놓고,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신다는 소식은 없고, < 기다림에 지쳐서 이제 그만 가노라.> 하는 노랫말처럼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서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인도에서는 유리 거울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리 값도 비싸고 정확히 절단하기가
제게는 불가능 해 보입니다. 유리가게에 절단해 달라고 하면 되기는 하겠지만 깨지면 어쩌나, 무거우면 어쩌나 하는 여러
생각에 실행을 못하고, 인터넷 검색중에 동명진공에서 아크릴 거울을 생산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심을 하게 되었는데,
울산의 이광우 선생님께서 생면 부지의 저에게 전화까지 하셔서 극구 말립니다. 그러나 선생님, 지금은 방법이 없습니다.
나중에 알미늄 한벌 구하면 그 때 교체하기로 하고 실패를 각오하고(아니 확정하고, 아크릴 거울 값 90,000원 버린 셈치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2) 아크릴 거울은 드릴링 하다가도 부러지고, 알미늄 리벳팅하다가도 깨지고, 좌우간 못된 재료인지, 제가 애인 다루듯이 못해서
그런지 몇군데 상처도 나고 했지만 겨우 조립을했습니다. 열을 받으면 팽창한다는것도 알고(실패 각오했습니다) ...
그러나 누르면 터질세라, 만지면 깨질세라 연애할 때 애인 삐치지 않도록 애쓰던 것처럼 조심조심 해가면 붙였습니다.
7. 페인트로 단장하기
1) 알미늄에는 칠이 필요없지만 철재는 칠을 해야 합니다. 페인트 가게에 가는 내내 무슨 색을 칠할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검정색, 빨간색, 녹색, 흰색, 회색 등등 색이 가지고 있는 성질과 느낌, 심리학적 고찰....
색상 고르는 것이 이렇게 어렵습니다. 칠 가게에 가서도 한참을 생각하고 밝은 노랑을 선택했습니다. 노랑은 밝고 맑고
천진하고 여린 어린이를 느낀다지만 한편으로는 어리숙하거나 모자라거나 부족함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래 좋다.
어쨌던 나는 바보니까, 노랑색이 딱이야! 내 오십 인생에 바보 아닌 적이 몇번이나 있었고, 바보일 때 얼마나 행복했던가?
지금 이 순간 처럼.
2) 노랑 페인트 1리터와 신너 1통, 작은 붓 하나 모두 14,000원 주고 샀습니다.
페인트는 엷게 여러번 발라야 색이 곱게 나옵니다. 그런데 막상 칠하다 보니 두껍게 바르고 말았습니다. 어쨌던 바보니까..
8. 2차 반사기 만들기
1) 촛점고리와 조리대 받침대 사이공간을 두꺼운 달력으로 본을 뜨고, 창고에 있던 얇은 동판을 오리고 그위에 은박 테이프를
붙였습니다. 좋은 알미늄 반사판을 구하면 좋을 텐데. 나중에 다시 고치기로 하고 있는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2) 본을 떠서 했는데도 조금은 틀립니다. 조그만 망치로 살살 두드려서 고정을 하였습니다.
9. 조리대 만들어 붙이기
1) 알미늄 2mm 판을 500*666을 한장에 11,000원에 사다가(잘라서 팝니다.) 본을 그리고 직소를 이용해서 절단하고
나무 막대기를 대고 망치로 여러번 세게 치니까 매뉴얼에 있는 모양처럼 되었습니다.
2. 조리대 받침대 위에 올려 놓고 앵글 조각으로 조립하면 됩니다.
10. 추적시스템 만들기
1) 매뉴얼에 있는 추적 모터와 태양 전지판을 구하지 못해서, 전에 버리는 전자렌지에서 떼어낸 작은 교류모터(렌지의 접시
돌리는 작은 모터, 3RPM, 3.8W)를 사용하고, 120배율의 감속헤드를 연결해서 추적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2) 속도를 측정해 보니 피니언이 1회전 하는데 (체인 10클릭, 길이 10.5cm) 하는데 20분이 소요됩니다. 소형 투윈 타이머를
이용하여 50초 정지후 25초 작동하도록 설정하니 계산상 맞는 속도가 나옵니다. 피니어 1회전 하는데 40분이 소요됩니다.
하루종일 계속해서 모터가 작동하는 것보다 쉬었다 가면 모터 수명도 연장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네 사람들도 일만 하지 말고 쉬엄쉬엄 하라는 충고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집에는 전기가 있으니까
교류 전기를 사용하면 편리합니다.
나중에 태양전지판을 이용한 추적시스템도 꼭 만들어 보겠습니다.
3) 투윈 타이머는 on 타임 30초, off타임 12분 짜리를 구입하면 초단위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16,000원에 샀습니다.
11. 태양열 조리기 설치하기
1) 나침반을 이용하여 우선 남북 방향을 잡은 다음 반사판을 태양이 보이는 쪽으로 향하고 조리대를 남쪽을 향하도록 하였습니다.
2) 받침대를 수평이 되도록 물 수평자를 이용하여 설치하고, 위도 37.383도(구글어스에서 우리집의 위치를 마우스로 찍으면 위도가 보입니다. 이때 초 단위는 100으로 나누면 백분율 도로 환산됩니다.) 템플릿을 이용하여 S1의 조정대를 조정합니다.
3) 이 때 완성의 기쁨과 설레는 마음으로 성공을 기대하며 기념사진 한장을 찍어야 합니다.
12. 시운전과 오류 교정
1) 조리기를 설치하고 태양과 반사판을 조정한 후에 물 냄비를 올려 놓았는데 물이 끓을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무엇이 잘못
되었단 말인가? 고물장수와의 거래가 잘못인가? 아크릴 거울을 실패 각오했지? 이런 저런 생각에 우울합니다.
2) 그러나 우울할 시간이 없습니다. 오늘은 8월 23일 주일입니다. 성당 미사에 가야 합니다. 11시 미사에 가서 기도 중에도
조리기 생각을 합니다. 제게 지혜를 주셔서 문제 해결을 빨리 하도록 도움의 은총을 주십사고 그분께 기도합니다.
3) 미사가 끝나고 쏜살같이 집에와서 조리대 덮개를 세워놓고 이리저리 반사판을 기울여 가며 촛점을 검사합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촛점이 전혀 잡히지 않고 퍼집니다. 반사판을 돌릴 때 마다 흩어진 촛점의 위치조차도
일정하지 않고 여기저기로 변합니다.
4) 매뉴얼로 다시 갑니다. 처음부터 읽어 보았지만 어디가 틀렸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앗! 그런데 맨 마지막 두 페이지 <조리기 사용방법>에서<위치>항목에 조리대는 북쪽으로 반사판은 남쪽으로? !
아직도 쉐플러의 설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5) 위치를 반대로 바꾸어 다시 시운전을 합니다. 180도 변경이 되었습니다.
13. 기쁨과 환희 그리고 감사
1) 위치를 바꾸고 덮개에 촛점을 비추어 보니 촛점고리 안으로 가득히 빛이 쏟아져 들어 갑니다.
반사판을 이리저리 돌려보아도 촛점은 그자리에 항상 있습니다.
2) 방향을 바꾸어 놓고 보니 딱 사랑방 툇마루에 앉아서 조리대가 손에 잡힙니다.
3) 물이 끊기 시작합니다.
4) 여보-오!, 얘들아! 이리와 봐.. 물이 끓는다니까.
5) 아, 쉐플러 선생님!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 기쁨과 환희를 제게 주시고,
사랑방 툇마루에 앉아서 간식으로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는 분 !
6) 부족한 솜씨로 없는 재료와 망치와 뺀치, 그리고 몇가지 변변치 못한 공구로도 충분하도록 해 주시는 분!
7) 대한민국의 건축사(建築士)이고, 늦은 나이에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생태건축을 전공하여 건축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네 아이의 아버지이고 나이를 오십이나 먹은 저 백순갑을 보름 동안이나 이토록 행복하게 하시는 분!
8) 쌩큐 미스터 쉐플러! 당케 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