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뜨는 별 / 윤석호
하늘이 마르고
한번 누운 풀꽃이 일어나지 못하면서
대지의 풍장風葬이 시작 되었다
날리고 쓸려서 떠날 것 떠나고
모진 것들만 남아
낱낱이 뼈를 쪼개 한 톨씩 사리만 골라 냈다
바람만이 쉼 없이 부둥켜 와서
참혹한 검열의 불볕을
견딜 수 있게 하였다
사구가 해를 등지고
둥그런 품 안쪽에 그늘을 가두면
성급하게 차고 올라 오며 그늘을 삼키는 어둠
버티기 위해 오래 몸을 깎으며 단단해진 것들은
서로 몸을 섞으려 하지 않으므로
그 위에 길을 낼 수 없다
구름도 없이 맨 몸으로
핏빛 노을을 만들어낸 서녘 하늘이
사구의 등에 물결무늬를 긁어 넣는다
귀가 순한 사막여우의 눈동자에서 읽히는
한 폭 격랑의 바다
하나 둘씩 하늘로 열반하는 모래알
시집, 4인칭에 관하여
----------------------------------------------
태양의 불볕에 방치된 것들은
살아 남기 위해
스스로 자기 몸을 쪼개며
추억도 미련도 다 날려 보내고
순하게 길들여 진다.
하지만, 더이상
쪼갤수 없는 부분이 있다.
쪼개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죽어도 쪼개고 싶지않는 부분이 있다.
다비茶毘의 화염이 아무리 거세도
사리처럼 태울수 없는부분이 있다.
견디기 위해 스스로 몸을 깍으며
작아지고 단단해진 것들은
누구와도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작은 바람에도 쉽게 자리를 뜬다.
모래를 아무리 뭉쳐도
모양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막은 길을 허용하지 않는다.
불볕에 뼈를 깎으며
번뇌를 털어낸 모래는
어느 저녁
하늘로 열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