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Bassoonist
-Mozart: Bassoon Concerto in B flat major K 191.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는 바순과 클라리넷의 부드럽고 풍부한 서주(序奏) 똑똑한 새들은 의기양양하게 날고, 청년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는 레가토와 스타카토의 대비 유머러스하게 들려요 봄의 노래는 어디에 라일락 꽃밭에
바순 연주는 익살스러운 소리를, 다른 악기의 음색과 잘 어울리니 감사한 일 학생들 속에서 오케스트라의 광대라고 불리니 놀라겠네 단풍, 장미나무, 무화과나무로 만들어진 악기 바순 오보에와 호른의 리듬으로 서정을 선사하네 수선화의 계절이 지났다 이제 여름이다
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의 유려한 선율이 평온하게 흐르네 흰색과 노란색과 분홍색 장미 저마다 빛깔이고 저마다 꽃이다 그들 사이에 다툼은 없다 제자들이 나무와 바람처럼 귀를 활짝 펴고 듣고 있다니 행복한 일이네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김종환 교수님 퇴임을 기념하기 위한 시
<시작 노트>
교수님은 계명대학교 라일락 정원을 사랑하셨다고 들었다.
김종환 교수님의 정년퇴임과 셰익스피어 전공 제자들의『정년퇴임 기념집』발간을 축하하기 위한 모임이 2월에 있었다. 교수님은 제자들에게 『오레스테스』(에우리피데스 지음, 김종환 옮김) 소중한 책을 선물해 주셨다.
자연과 인간, 움직이는 예술의 진귀한 비밀을 일깨워 주신 교수님
부자는 보물을 시간마다 살피지 아니하나니
시인의 철학은 언어철학이다. 시인에게서 글읽기와 글쓰기는 동일한 등가를 가진 가치 있는 일이다. 셰익스피어 작품과 비평집을 곁에 두고 자주 읽는 습관이 있다. 글쓰기의 능력을 배양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첫댓글 윤은희 시인님의 시 한 편 더 올립니다.
질투하는 듯
그림 속의 그녀는 검은 고양이를 안고 있다
고양이는 책을 읽고 있다
햇빛 바싹 부서지는 오후, 공원에서 가장 사랑받는 고양이는 나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캘리포니아 햇살 같은 머릿결 포옹하듯 가슴팍으로 밀어 넣는다
'냐옹 '울어대는 너의 청음을 빼앗고 싶은 나
언니, 오늘 점심 메뉴는 무엇이었나요
갸르릉거리는 네 치아의 카레맛을 만져보고 싶은 충동
서로의 방식을 거부하지 않은 채 미각과 취향을 나누는 관계
게으름을 상징하는 몸짓, 느릿느릿 걸어가는
나른함의 눈빛과 물결치는 관심의 강자는 나, 뿐이다
각자의 독백으로 시선의 권력을 채색하고 있는 고양이와 여자
청라언덕에서 너와 마주보고 서 있는 동안
사랑했을지도 모를 과거의 얼굴들이 지나가고 있다
-『대구의 시』(2022)에서
바순이라는 악기가 있는 줄도 몰랐네요? ㅎㅎ
무식쟁이라.......
목관악기 중에서 가장 낮은 음을 낸다네요,
애수어린 음색을 띠게 된다고 하는 바순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장 낮은 음을 냄으로써 어느 다른 악기들과 잘 어울리는 바순
바순이 오케스트의 광대라 불리는 모양이지요?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김종환 교수님 퇴임을 기념하기 위한 연주가 있었나 봅니다
바람처럼 귀를 활짝 펴고 듣는 제자들이 기쁨에 젖은 모습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흰색과 노란색과 분홍색 장미 저마다의 빛깔처럼
광대라 불리어도 꼭 필요한 자기 자리가 있는 거지요
그들 사이에는 다툼은 없고 어울림만 있지요
바순처럼요
조화로워 귀를 즐겁게 해 주시는 음색을 듣고 싶어요
윤은희님의 시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