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2일
이집트+터키+그리스 31일 여행 18일차
에페스로 가는 날입니다.
일정 중 최고의 유적지로 가는 날입니다.
이번에는 셀축까지 기차를 타기로 했습니다.
기차역에서 내려 오토가르까지 걸어서 이동,
근처에 큰 짐들을 맡겨놓고
택시를 타고 에페스 유적으로 갔습니다.
입장권을 사고 보안검색을 마치고
유적지 안에 들어가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오데이온
과거 국회의사당으로 쓰이던
800명 수용규모의 건물입니다.
예전엔 나무지붕이 멋지게 덮여 있었다지만
언제인지도 알 수 없는 까마득한 옛이야기.
오데이온 옆문으로 나오면 시청 자리입니다.
다 무너지고 기둥들만 남은 자리에
고양이가 주인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대리석으로 된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걸어서 내려가면
비석 하나에 의학의 신,
뱀의 형상을 한 아스클레피오스가 새겨져 있습니다.
도시의 병원이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뜻입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아폴론과 인간여자와의 사이에서 난 아들로,
그 여자의 바람 난 사실을 전해주다
원래는 흰 색이었던 까마귀가
아폴론의 호통소리에 놀라
새까맣게 타버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순정파였던 아폴론의 복수로 여자는 죽게 되고,
활에 맞아 흘린 피에서 나타난 뱀이
아스클레피오스입니다.
바람둥이가 많던 신들의 세계에서
유독 순정파였던 아폴론 신이었으니,
배신에 대한 그 분노 또한 컸으리라.
같은 비석의 다른 쪽 면에는
헤르메스가 있습니다.
날개달린 신을 신은 전령의 신,
양을 훔쳐 뒷걸음질로 달아나는 도둑의 신,
훔친 양으로 큰 돈을 벌어들인 장사꾼의 신.
헤르메스가 가진 여러 이름들입니다.
승리의 여신 니케의 조각도 여전합니다.
항해하는 뱃머리에 서서
옷자락이 나부끼는 모습으로 주로 표현되는,
그 나부끼는 옷자락의 모양에서
나이키의 마크가 만들어졌다죠.
조금 더 걸어 내려가면 헤라클레스의 문입니다.
헤라클레스의 12 과업 중,
네메이아의 사자를 맨손으로 때려잡았기에,
헤라클레스의 조각이나 상은
늘 사자가죽을 걸치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헤라클레스의 문을 기준으로
귀족들의 주거지역이 구분됩니다.
시끄러운 마차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지역,
국회의사당이나,
고가의 물건이 오간 어퍼아고라까지,
신분 높은 사람들만 출입할 수 있는 시설들이
들어서 있던 곳입니다.
헤라클레스의 문 아래로 상점가가 이어집니다.
지진으로 다 무너져 기둥 밖에 남지 않았지만
바닥에 남은 모자이크 인도와
대리석 화려한 차도만 보고도
수 천 년 전, 지중해 최고 도시의 번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콜라스티카의 목욕탕에서는
멋진 셀시우스 도서관이 바라다 보입니다.
목욕탕과 고대도시의 공중화장실을 돌아 내려오면
여행을 좋아했던 황제,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신전이 나타납니다.
작지만, 이 도시 가장 세련되고 아름다운 건물.
행운의 여신 티케와
무서운 메두사의 얼굴이 있고,
화려한 조각으로 신전 입구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나타난 셀시우스 도서관
그 오른쪽으로 아고라로 이어지는
마제우스와 미트리다테스의 문.
도서관 건너편에는 사창가가 있습니다.
대형 원형극장이 나타납니다.
2만4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항구가 훤히 내다보이도록 만들어진 이 극장은,
지중해 모든 예술가들에게 꿈의 무대였습니다.
노래 좀 하고, 연극 좀 하던 사람이라면
이 무대에 서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피온산에 기대어 항구를 바라보도록 지어진 극장은
세상 모든 유적들이 그렇듯
늘 어딘가 보수공사 중입니다.
원형극장을 끝으로 유적지를 떠나
다시 셀축으로 돌아왔습니다.
셀축의 거리를 걷는 내내 향기가 진동합니다.
가로수로 심어진 오렌지 꽃향기입니다.
하얀 꽃도 예쁘지만 향기는 더 예쁩니다.
관광객들 바글바글한 거리를 벗어나
조용한 골목의 식당에 들어가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오늘의 점심으로는 라흐마준을 골랐습니다.
음료는 터키 요구르트 아이란.
배부르게 먹고나니,
주인 아저씨가 차이 마시겠냐고 물어보십니다.
터키의 식당에선 식사 후 차이를 주는게 기본인데,
요즘 식당들은 그마저도 돈을 받는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현지인 상대 식당들은
여전히 인심이 좋습니다.
다 먹고 얼마냐 물으니
8리라, 1600원이라고 합니다.
요즘 터키를 여행하면서 보기 힘든 금액입니다.
팁까지 10리라를 드리고 나와
커피숍에서 8리라짜리 커피를 마셨습니다. 젠장.
남은 시간, 쉬린제마을에 다녀오신 분도 계시고
셀축에서 동네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신 분도 계십니다.
우리는 다시 모여 쿠샤다스로 이동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