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의 악몽(惡夢) 베트남(Viet Nam)
◆ 중부 베트남(M. Viet Nam) ◆
1. 중부 베트남의 볼거리들
2011년 절친 세 명과 2차 베트남 여행을 했는데 다낭(Da Nang), 호이안(Hội An:會安) 등을 둘러보는 베트남 중부여행이었다. 우리들이 사흘간 묵었던 호이안의 팜 가든 리조트(Palm Garden Resort)는 월남전 때 미군들이 쓰던 시설을 개조하여 만들었다는데 쾌적한 시설은 물론 아름다운 정원, 수영장 등이 있어 만족스러웠다. 리조트 뒷문을 나서면 곧바로 확 트인 남지나해(南支那海)이다.
리조트 내에도 식당이 있었지만 우리는 리조트 바로 앞에 있는 식당에서 주로 식사를 했는데 식당 주인도 매우 친절하고 식당 써빙을 하는 아가씨가 매우 쾌활하고 우리에게 호감을 보여 식사 때마다 웃음꽃을 피우곤 했다. 한국을 가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아가씨로 전쟁의 기억은 없는지 한국 팬이다. 철없는 것...
내 친구 중에 몇 명이 월남전에 참전했었는데 무고한 사람들에게도 많은 몹쓸 짓도 했다고...
우리들의 아름다운 숙소 팜가든 리조트(Palm Garden Resort)와 수영장
남북 월남의 경계 부근인 중부월남의 다낭(Da Nang)은 인구 150만 정도의 대도시이고 여기서 북쪽으로 2시간 반 정도의 거리에 베트남 왕조의 마지막 수도였다는 고대도시 후에(Hue)가 있다.
단골 식당 아가씨의 예쁜 짓 / 돼지고기 길거리 판매상(고깔모자 농)
후에의 옛 이름이 딴 호아(Than Hoa)인데 ‘평화의 도시’라는 뜻이라고 하며, 월남전 당시 다낭과 함께 최대의 격전지였던 곳으로 대부분 황폐화(荒廢化) 되었었다고 한다.
1990년대 들어, 복구하고 관광지로 개발하여 199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한다. 후에의 인구는 약 35만 명 정도이고, 다낭에서 다시 남쪽으로 40분 거리에 고대 도시 호이안(H0i An)이 있다.
2. 세계문화유산 호이안(Hoi An)의 올드 마켓(Old Market)
호이안 올드 마켓의 오래된 가게 / 호이안의 명물 일본교(日本橋)
다낭 남쪽 30km 지점에 있는 옛 도시 호이안은 인구 35만의 자그마한 도시지만 일찍부터 외국 무역상들이 드나들던 국제 항구도시였다고 한다. 곳곳에서 옛 무역상들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한 도시인데 마을의 외국인 중에서 일본 무역상들이 제일 먼저 집단으로 들어와 한때 천 명 이상의 일본인들이 거주했다고 하며, 일본인들이 건축한 일본교도 있다. 그 이후 중국 화상(華商)들이 집단으로 이주해 왔다는데 곳곳에서 중국풍의 건물들을 볼 수 있다. 나중에는 유럽의 포르투갈, 프랑스 상인들도 많이 들어왔고 프랑스 식민시절도 겪었는데 그래서인지 길거리에 백인들이 보여 물어보면 대부분 프랑스인들이다.
이곳 베트남의 가옥들은 모양은 단순하지만, 지붕이나 외부 치장이 화려한 것이 특이하다.
지붕 위에 용(龍) 장식물을 설치하는가 하면 기둥들도 요란스럽게 치장을 한다. 저녁에 길거리를 거니는 야경투어도 재미있는데 중국식 형형색색의 등(燈)도 많지만 서양과 동양의 문화가 어우러진, 독특한 집들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다.
호이안 중심부를 흐르는 자그마한 강이 있는데 투본강(Thu Bon River)이라고 한다.
종일 올드타운(Old Town) 언저리를 어슬렁거리며 구경을 하다가 점심을 먹으러 자그마한 식당에서 식사했는데, 주인에게 마사지를 받는 곳이 없냐고 물었더니 소개를 해 주겠다며 전화기를 들고 어딘가에 전화를 한다. 가격을 흥정했는데 전신 마사지가 1인당 10달러라고...
옛날 화상(華商/중국상인)들의 본거지였던 건물 / 예쁜 베트남 전통집
♦ 아마추어 마사지(Massage)사들
매우 싼 가격이라 식사가 끝난 후 식당주인을 따라갔는데 베트남 전통가옥이다. 일행 넷이 들어가니 서둘러 널찍한 방에 담요를 깔고... 2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까지 아주머니들 넷이 들어오는데 한눈에 봐도 전문 마사지들이 아니다. 암튼지 싸니까... 우선 담요 위에 엎드렸는데 꼴을 보니 40대 아줌마 한 분은 마사지를 좀 해 본 모양이고 나머지는 모두 초보들로 친척들인 모양이다. ㅎㅎ 슬쩍 곁눈질로 보니 지네들끼리 이렇게 눌러라, 이렇게 문질러라... 눈치 짓들을 한다.
마사지인지, 간지럽히는 것인지 지네들끼리도 쿡쿡거리며 암튼 한 시간을 채운다. 우리도 모르는 체 내버려 두고 짧은 영어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끝나고 난 후 팁을 1불씩 주었더니 입이 함지박만... 담배를 피우려고 꺼내니 한 개비만 달라고 한다. 주었더니 얼른 주머니에... 남편 갖다 주려는 것이겠지...
호이안을 감싸고 흐르는 투본강 / 호이안의 야경
마사지를 끝내고 나와 보니 마침 강기슭에 보트가 있기에 주인을 불러 물어보니 서둘러 뱃사공을 불러온다.
강을 건너는데 1인당 1불... 삐거덕거리는 보트를 타고 투본강을 건넜는데 그것도 즐거운 추억이었다. 돌아오면서 우리끼리 주고받은 말... 이 동네 아줌마들 오늘 횡재했다고 좋아했을 거야... 그냥 주물럭거리고 11불을 벌었으니... ㅎㅎ
3. 세계문화유산 후에성(Hue 城)
베트남왕조의 수도였던 후에(Hue)는 1945년 호치민(胡志明)에게 정권이 넘겨지기 전까지 베트남 황족들의 거처였다고 하며, 후에(Hue) 성(城) 및 근처의 왕릉(王陵) 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1802년, 중국의 자금성(紫禁城)을 본떠 지었다는 후에성은 월남전으로 대부분 파괴되어 남은 건물은 얼마 되지도 않는다.
세계 문화유산 후에성(城) / 후에 왕궁 건물
파괴된 건축물들은 지금 복원(復元) 중인데 면적으로 보아 엄청난 규모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후에성의 정전(正殿)인 태화전(太和殿)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있고 벽화들도 볼만하다. 오히려 더 잘 보존된 것이 역대 황제들의 묘지인데 후에(Hue) 외곽을 흐르는 흐엉(Hương/香江) 강변을 따라 수많은 왕릉(王陵)들이 비교적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후에성의 아름다운 벽화 / 카이딘(Khai Dinh) 왕릉
4. 월남전의 격전지 다낭(Da Nang)
19세기 프랑스 식민시절, 중요 항구였고 월남전 당시에는 미군의 기지가 있던 다낭은 인구 150만으로 베트남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라고 한다. 1965년 월남전 사상 가장 치열했던 다낭 광찌(Quang Tri) 전투... 미군 사망 900명, 베트콩 사망 2.000명. 미군들이 무차별 퍼부었던 네이팜탄, 고엽제 살포...
100대의 미군헬기, 70대의 전투기, 105대의 전차 투입이라는 사상 초유의 대 살육전이었지만 결국 어느 쪽도 승리했다고 할 수 없는 전쟁이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베트남을 남과 북으로 나누는 하이번(Hai Van) 고개는 월남전 때 우리 청룡부대가 전투에 참전하여 수많은 희생자를 낸 곳인데 고갯마루에는 당시의 총탄 자국이 선명한 참호도 남아있다.
하이번 고개는 높이가 1.172m로,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세계 50대 자연경관으로 꼽은, 세계 8대 비경의 경관(景觀)을 자랑하는 고개이다.
호이안에서 남서쪽 내륙으로 1시간쯤 달리면 투본(Thu Bon)강 상류 정글지역에 고대 왕국의 유적이 있는데 미썬유적지(My Son/참파왕국 유적)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곳 후에(Hue) 지역을 중심으로 AD 2세기 참족(Cham)이 세운 참파(Cham Pa) 왕국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4세기 말, 참파왕이 목조로 힌두사원을 조성했는데 화재로 소실되어 폐허로 있다가 7세기부터 벽돌로 재건되었다고 한다. 15세기, 참파왕국이 몰락하고 유적지도 밀림 속에 파묻혀 잊혀진 유적이다.
유적 곳곳을 거니노라니 지나간 아득한 세월과 월남의 역사가 읽혀지고, 버려진 듯 보여 너무 아까웠다.
다낭 인근의 미썬 유적 / 다낭과 후에(Hue)의 경계 하이번 고개
그 이후 월남전이 발발하자 최대의 격전지가 이 부근이어서 미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유적 대부분이 파괴되어 폐허가 되었는데 전쟁이 끝난 후 유네스코의 도움으로 복원을 하였다지만 제대로 복원과 관리가 되지 않아 버려진 유적이라는 느낌이다. 70여 개의 건축물 유적을 셀 수 있다는데 온전하게 형태가 유지된 건축물들도 더러 있어서 내부로 들어가 볼 수도 있다. 인도식 힌두교 유적들이지만 월남인들은 불교의 영향을 받아 불교와 힌두교의 혼합된 세계관을 신봉했던 까닭으로 모든 신상이나 제단의 모습들이 힌두와 불교의 혼합된 모습을 보여서 힌두사원인지, 불교사원인지 구분이 쉽지 않았다.
5. 오행산(五行山) 지옥 동굴
다낭 오행산 지옥 동굴 / 순진한 베트남 아이들
다낭에서 12km 쯤 떨어진 곳에 오행산(五行山/金,木,水,火,土/Marvel Mountain)이라는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산이 있는데 여기에 지옥 동굴이 있다. 동굴로 들어가면 처음 천정이 굉장히 높은 광장이 나타나는데 조명이 어두컴컴하여 꼭 지옥에 들어온 느낌이다. 괴상망측한 조각들로 가득 차 있는 동굴은 구불구불 미로처럼 얽혀 이어져 있고, 바깥에 나오면 주변을 둘러볼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