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92. 바라문의 여인인 바사타와 남편 바라돌라사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미치라국(彌絺羅國) 암바라원(菴婆羅園)에 계실 때였다.
바라문의 여인인 바사타(婆私吒)는 여섯째 아들이 막 죽자, 아들의 죽음 때문에 마음과 의식이 착란되어서 옷을 벗고 미친 듯이 달렸다. 쉬지 않고 달린 끝에 그녀는 미치라의 암바라원까지 이르렀다.
그때 세존께서는 한량없는 수의 대중에게 둘러싸여서 설법하셨는데, 마침 바라문의 여인인 바사타가 멀리서 세존을 바라보고 도로 본심을 되찾게 되자 부끄러움으로 땅에 주저앉았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울다라승(鬱多羅僧)을 갖고 와서 그녀에게 주어라. 내가 그녀를 위하여 설법하겠다.”
아난이 명령을 받고 즉시 울다라승을 가져다 주니, 바라문의 여인인 바사타은 옷을 받아 입고 부처님 처소에 와서 머리와 얼굴로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였다.
세존께서 바라문의 여인을 위하여 갖가지 법을 펼쳐서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는데,
옛적의 여러 부처님께서 법의 요체를 설한 것처럼 보시에 대한 법과 계율에 대한 법과 천상에 태어나는 법과 애욕은 깨끗하지 못해서 고뇌의 근본이니,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즐거움이 된다는 법을 말씀하셨다.
세존께서 그녀를 위하여 자세히 법을 말씀하시면서 그녀의 지극한 마음이 덮임[盖]과 얽매임[纏]을 벗어나려고 함을 아시고는 괴로움과 쌓임과 사라짐과 도인 네 가지 진리를 말씀하시니,
이 바사타 여인은 총명하고 이해가 빨라서 법을 들으면 능히 지니는 것이 마치 흰 천이 염색을 잘 받는 것과 같았다.
바사타 여인은 그 자리에서 네 가지 진리를 터득하여 법을 보고 법에 도달하고 법을 알고 의심을 벗어나서 저 언덕에 이르렀다.
스스로 직접 법을 증득하여 남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그 믿음이 부처님의 교법에서 물러나지 않아 무소외(無所畏)를 얻게 되자,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께 예배하면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세 가지 악을 벗어났사오니, 저의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삼보에 귀의하는 우바이(優婆夷)가 되어서 목숨이 다하도록 죽이지 않고 청정하게 믿겠으며, 도둑질하지 않고, 음탕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는 것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그 부인은 법을 듣고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나갔다. 나중에 바사타의 여인은 일곱째 아들이 죽었지만, 더 이상 근심하지 않고 괴로워하거나 추억하지 않았고, 또한 나체로 미친 듯이 달아나지도 않았다.
그러자 남편인 바라돌라사(婆羅突邏闍)가 게송으로 물었다.
당신은 옛날 아들이 죽었을 때
그를 생각함이 너무나 심하고
근심하는 생각이 마음을 얽어 매서
오랫동안 마시고 먹지도 않았소.
지금에 와서 일곱째 아들이
병에 걸려서 죽어 버렸는데
당신은 자애로운 어머니로서
어찌하여 슬퍼하지 않는 것이오?
바사타 여인도 즉시 게송으로 남편에게 대답하였다.
한량없는 겁(劫)으로부터 오면서
끝없이 몸을 받고 받았나니
그 은혜와 애착 때문에
자손의 수효는 셀 수 없이 많았네.
여기저기서 몸을 받아 났으며
상실의 고통도 한 번만이 아니니
그 나고 죽는 아득한 길에서
끝없는 고통을 받아 왔다네.
나는 삶과 죽음과
오고 가는 윤회를 알았나니
이 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도무지 슬퍼하는 정(情)이 없습니다.
남편인 바라문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당신처럼 말한 사람은
예로부터 본 적이 없는데
누구에게 그런 깨달음 얻어서
근심을 능히 잊을 수 있는 것이요?
바사타 여인이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바라문이여! 반드시 알아야 하오.
지난날 저 부처님께서
저 미치라국의
암바라원에서
온갖 고통을 끊는 법과
아울러 고통을 없애는 도와
8정도(正道)의 수행을 말씀하셨기에
편안하게 열반을 얻을 수 있었어요.
바라문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도 지금 가보고 싶소.
저 암바라원으로 말이오.
그리하여 세존께 법을 물어서
아들 생각하는 고통을 없애고 싶소.
바사타 여인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부처님 몸은 순금의 빛깔이며
둥근 광명은 두루 한 길인데
영원히 온갖 번뇌를 끊으시고
나고 죽음의 흐름을 벗어났다네.
그와 같은 위대한 길잡이[大導師]께서는
일체를 잘 조복할 수 있고
중생들이 모두 교화를 받기 때문에
진정으로 건넨다고 부르는 것이니
당신은 지금 빨리 준비해서
저 세존의 처소에 가셔야 하오.
바라문은 부인의 말을 듣고는 뛸 듯이 기뻐하면서 즉시 수레를 준비해서 동산으로 갔는데, 세존의 거룩하신 광명이 찬란히 빛나는 걸 멀리서 바라보고는 공경하는 마음이 갑절이나 더하였다.
동산에 도착한 그는 부처님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타심통(他心通)으로 그의 마음을 관찰하셔서 간절하고 지극한 그 마음을 아시고는 즉시 그를 위하여 괴로움과 쌓임과 사라짐과 도와 8정도 등의 법을 말씀하셔서 그로 하여금 열반에 이르도록 하셨다.
바라문은 법을 듣고 나서 네 가지 진리를 깨닫고서 이미 법을 터득하여 출가를 원하니, 부처님께서 즉시 허락하셨다. 그는 곧 출가하여 방일함이 없이 닦은 결과 사흘 밤 만에 3명을 갖추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사람에게
“아라한을 얻었다”고 수기하셨으니,
이로 인해 이름을 선생(善生)이라고 고쳤다.
이미 3명을 얻은 그는 마부 바라제(婆羅提)에게 명령했다.
“너는 타고 왔던 보배 수레를 타고 집에 돌아가서 바사타에게,
‘당신은 나를 따라 기뻐해 주시오.
왜냐 하면 부처님께서 지금 나를 위하여 네 가지 진리의 법을 말씀해 주셨고, 또 출가를 허락하셨고 3명을 얻었기 때문이니,
따라서 나에 대해 마땅히 청정한 믿음을 내야 한다.’고 말을 전하거라.”
그래서 바라제가 수레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바사타는 수레가 오는 것을 보고 마부에게 물었다.
“바라문께서 부처님을 뵈었느냐?”
마부가 아뢰었다.
“바라문께서 그 자리에서 네 가지 진리를 터득했으며, 네 가지 진리를 터득한 뒤 출가를 요청하자 부처님께서 허락하셨습니다.
그리고 출가하게 되자, 사흘 밤 만에 아라한을 성취했습니다.”
부인이 마부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좋은 소식을 전해 주었으니, 너에게 말과 천금(千金)의 돈을 상으로 주겠다.”
마부가 아뢰었다.
“나는 이제 말과 금전이 필요치 않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부처님 처소에 가서 미묘한 법을 듣는 것입니다.”
바사타가 말하였다.
“네가 그러하다면 참으로 매우 좋은 일이로다.
너도 출가하면 속히 아라한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바사타는 자기 딸에게 말하였다.
“너는 집안을 잘 꾸려가면서 5욕락을 누리거라. 나는 출가하고 싶구나.”
딸 손타리(孫陀利)는 즉시 어머니에게 여쭈었다.
“아버지께서도 오히려 5욕락을 버리고 집을 떠나 도를 구하셨으니, 저도 지금 따라서 출가하여 형제와 권속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의겠습니다.
가령 큰 코끼리가 떠나가면 작은 코끼리도 따라가듯이, 저 또한 아버지를 따라 출가해서 발우를 들고 다니며 걸식하겠습니다.
저도 살아가기 쉬운 법을 닦을 것이며, 살아가기 어려운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바사타가 말하였다.
“네가 하고 싶어하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니, 그 소원은 틀림없이 이루어질 것이다.
내가 너를 관찰하건대, 오래지 않아 반드시 애욕을 없애고 온갖 번뇌를 여읠 것이다.”
그리하여 바라문 바라사와 바사타와 손타리가 함께 동시에 출가하여 모두가 온갖 괴로움의 변제(邊際)를 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