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북인사묘역*
곽효환
평양 외곽 용궁리 재북인사묘역에 방문했을 때입니다. 고려 인종때 서경천도의 왕궁터로 大花宮이 지어지기도 했다는 이곳에 ‘수령님’의 유훈에 따라 묘없는 재북인사들을 위한 묘역이 조성되고 우여곡절을 거쳐 남쪽 인사들에게 처음 공개되었다지요. 안재홍 정인보의 묘비 앞에서 부산할 때 강원도 정선서 제헌의회 의원에 당선되었었다는 최태규 옹이 나타났습니다. 85세 된 옹은 지금은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 상무위원으로 처와 자녀, 여섯 식구가 평양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옹이 묘역에 안치된 몇몇 인사들에 대한 기억을 차례로 짚어 나갈 무렵 일행의 관심은 서너 줄 뒤에 있는 춘원 이광수에 모아졌지요.
춘원은 1950년 9월 18일 서울서 출발해 10월 20일 평양에 도착했고 폐결핵이 악화되어 만포의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차 안에서 작고했다네요. 평양에 온 지 닷새 만에. 옹은 가야마 미쓰로(香山光郞)의 친일 행적을 용서할 수 없어 그를 대상 인물에서 제외했는데 ‘위대한 장군님’께서 친히 북으로 온 것만으로도 과거를 반성한 것이라며 공화국은 과거의 과오도 용서하고 품는다고 했다네요. 이어 옹은 그가 조금 더 살았으면 북의 조국을 위해 큰 활동을 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지요. 묘역을 뒤로하고 나서며 나는 그가 거기서 세상을 떠난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무 그늘 하나 없는 한여름 뙤약볕 아래 얼굴만 벌겋게 그을렸습니다.
*평양 외곽 용성 구역 용궁 1동에 납북되거나 월북한 남측의 유명 인사 62명의 유해를 안치한 1,500평방미터 규모의 묘역. 2003년 말부터 조성하였으며 민족작가대회 때 처음으로 남측 인사들에게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