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8월 15일 목요일 맑음.
숙소에서 제공해 주는 아침 식사를 한다. 어제와 비슷하다. 빵과 잼과 과일 그리고 오믈렛 등. 체크아웃을 했다. 방 하나는 저녁 휴식을 위해 오후 9시 경에 퇴실하기로 했다. 요금은 50%만 받는다. 배낭을 한 방에 넣고 시내 구경을 한다. 제일 먼저 역사박물관을 가기로 했다. 택시를 Grab으로 연결했다. 국립 베트남 역사박물관은 1관(역사관) 과 2관(민족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2관은 길 건너편에 있다. 티켓을 구입해서 들어갔다. 두당 40,000동(2,000원)이다.
역사박물관 건물은 1932년에 완공되었다. 1958년부터 국립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단다. 60년이 넘었구나. 한국어 안내서도 있다. 대표적인 유물은 청동 북이다. 베트남 선사문화를 대표하는 것으로 허리 부분에는 2줄이 한조를 이루는 손잡이 4개가 부착되어있다. 나무를 깎아서 만든 불상도 인상적이다. 역사박물관이라고 하지만 전쟁의 역사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우리의 국립 중앙 박물관과 같은 곳으로 베트남의 고대부터 현재까지 역사를 아우르는 곳입니다.
한국의 박물관을 생각하면, 유물의 수나 전시의 질이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베트남 외세 항쟁의 역사들이 중국부터 미국까지 상세하게 잘 설명되어 있다. 과거 참파 왕국과의 싸움으로 확장한 베트남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다양한 석상들도 보인다. 2관으로 건너간다. 마당에는 오래 된 승용차가 한 대가 유리 관 안에 전시되어있다. 2관으로 들어가 둘러보고 나왔다. 오페라 하우스를 향해서 걸어간다. 하노이 오페라 하우스는 외관이 참 예쁘다.
우리나라 예술의전당 느낌. 유럽풍 건축물로 하노이의 랜드마크다. 건물이 예뻐서 사진 찍으러 많이 가는 곳이고 또 베트남 젊은이들이 오페라하우스 앞 계단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쉬는 공간으로 유명하다. 하노이 시민들의 졸업사진 풍경을 책임지는 곳이다. 이 앞에는 베트남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거리가 있다. 낮보다는 밤에 조명 받고 비춰지는 모습이 더 멋지단다. 바로 옆에는 힐튼 호텔이 자리 잡고 있다.
로터리를 가운데 두고 건너편에는 증권거래소 건물이 있다. 여기도 황소 동상이 있다. 미국에 비해서 규모는 좀 작지만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는 황소는 힘이 느껴진다. 많은 나라들의 증권거래소 건물에는 꼭 황소 동상이 있는 것이 재미있다. 이정이가 걸어가지 않겠다고 떼를 쓴다. 아버지를 가로막고 못 가게 한다. 엄마가 뭐라고 설득을 하니 또 포기하고 걸어간다. 점심을 먹으러 간다. 걷고 있는 주변은 고급 브랜드 매장이 많다. 금융가와 고급 호텔들도 보인다.
우리가 찾는 맛집은 골목으로 접어 들어가는 것 같다. 또 유명한 맛 집을 찾아간다. 일명 오바마 식당이란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 방문해 식사를 한 곳이다. 호치민에 있는 클린턴이 방문했던 식당이 생각난다. 조심스럽게 분짜 흐엉리엔(오바마 분짜 Bún chả Hương Liên) 식당을 찾았다. 들어서니 사람들로 꽉 차있다. 6층까지 올라가 겨우 자리를 잡았다. 벽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이 붙어있다.
메뉴판에는 오바마 콤보라는 메뉴도 있다. 쌀국수에 시 푸드 롤 그리고 맥주 한 병이 세트다. 우리도 분짜와 시 푸드 롤을 주문했다. 분짜(Bun Cha), 하노이에서 애용되는 분짜는 분이라는 쌀국수를 새콤달콤한 국물에 담갔다가 꺼내 먹는 국수로 우리나라의 메밀국수와 비슷하다. 국물은 느억 맘(Nouc Mam)이다. 국수 이외에 숯불에 구워낸 고기완자와 야채를 고명으로 추가하여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길거리에서 먹는 분짜가 제 맛이다. 단, 야채 속의 향채를 조심해야 한다.
좀 퍼져 보이는 국수를 국물에 담가 먹으니 달콤 구수한 것이 잘 넘어간다. 거기에 야채를 곁들여 먹으니 풍성해 보인다. 아주 잘 먹었다. 시 푸드 롤은 별로다. 먹고 있는 손님들의 표정도 모두 밝다. 한참을 계단으로 돌고 돌아 내려와 입구로 나왔다. 다시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이번 여행의 일정이 모두 끝이 났다. 딸과 아내는 남은 돈으로 물건을 산다고 쇼핑을 나갔고, 사위는 맛사지를 받는다고 나갔다
자고 있는 이정이를 보면서 숙소에서 시간을 보낸다. 더워서 밖에 다니는 것도 힘들다. 숙소 벽에 걸려있는 그림을 찍었다. 베트남 전통 의상을 입은 여인들의 모습이다. 아내가 저녁 식사로 반미(햄버거)를 사왔다. 짐을 하나씩 정리해서 배낭을 쌌다. 이정이와 침대에서 뒹굴다가 저녁 8시 30분에 숙소를 나왔다. 이제 공항으로 간다. 택시를 타고 하노이 역 앞으로 갔다. 공항버스인 86번 버스를 타기위해서다. 잠시 기다린 후에 86번 버스를 탔다.
이미 날은 컴컴하다. 갑자기 돌풍이 거리에 분다. 소나기가 쏟아진다. 강풍을 동반한 폭우다. 홍 강에 있는 다리를 건너가는 오토바이들이 힘들어한다. 비 피하랴, 바람 조심하랴, 힘들어 보인다. 멈춰서 그대로 비를 맞기도 하고 비틀거리며 밤길을 가는데 측은해 보인다. 세찬 비바람으로 희미한 가로등도 꺼질 것 같다. 우기라고 해서 비를 걱정했는데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에는 비를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마지막 가는 날, 비를 만나는구나. 그것도 버스 안에서.
우리는 물 한 방울 맞지 않고 노이 바이 국제공항으로 들어섰다. 카운터에서 티켓 팅을 한 후 짐 무게를 잰다. 모두 짐을 올리니 38kg이다. 3kg 오버란다. 1인당 7kg이 기준이란다. 별 무리 없이 통과했다. 우리 비행기는 내일(8월 16일 금요일) 새벽 1시 40분 출발하는 인천행 비행기다. 저가 항공 비엣젵 항공이다. 1시간 정도 연착되어 짜증이 났다. 아침 8시 40분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을 다 마친 후 본 죽 집에서 식사를 하고 이정이네와 헤어졌다. 여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