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버린 그날의 기억 ] - 남윤서
수학여행, 학생이라면 누구나 기다리고 설레는 그 날이 지옥같은 악몽이 되어버렸다.
2014년 4월 16일, “엄마 다녀올게” 하며 나선 집 현관문과 친구들과 함께 들어간 교문, 고속버스를 타고 달려가는 길, 선착장에 도착한 그 시간까지 단원고 학생들, 선생님들, 부모님들, 배에 타는 다른 사람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배에 타고, 쿵 소리가 났지만 안에서 기다리라는 선장의 말에 안심하고 기다리던 때, 배가 기울어지기 시작해 물이 차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순간, “엄마 보고싶어” 라고 문자를 보내는 그 순간까지 모두 한 순간의 악몽이라고 단정 짓고 싶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평소처럼 학교에 가기 위해서 일어난 나는 ‘세월호 침몰’ 이라는 긴급 보도를 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뒤이어 ‘전원 구조’ 라는 속보가 떴고 안심하던 그때, 모두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어야 했다. 곧이어 ‘전원 구조 오보’ 라는 속보가 다시 떴고, 한시가 급했던 그 순간에 나는 뉴스를 보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최종 피해. 전체 탑승자 476명 중 생존자 172명, 사망자 299명, 그리고 실종자 5명.
전체 탑승자 476명 중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4명. 324명, 324명.
해본 것 보다 못 해본 일들이 더 많은, 그 꽃다운 나이에 참담한 사고를 겪은 학생들이, 생존했다 하더라도 그 끔찍한 기억들을 마음속 한 귀퉁이에 꾸역꾸역 밀어 넣은 채로 남은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만약 그 생존자가 나였다면 절대 멀쩡히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
너무나 마음이 아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더욱 더 마음이 아팠다. 남겨진 가족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내가 가족이었다면 너무 아프고 힘들어 숨을 쉬기조차 버거웠을 것 같다.
5년이 지난 2019년 4월 6일, 영화 「생일」을 관람했다.
세월호 참사 후 남은 유가족들이 치러주는 수호의 생일에 대한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울음을 참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나는 절대 없다고 생각한다.
담담한 척 세상을 살아가려는 유가족들의 모습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드러나 더욱 마음이 아리는 영화였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이나 그 여운을 떨칠 수 없었다.
대한민국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잊으면 안될 이 사건이 점점 잊혀지는 것이 두렵다.
이 영화가 다시금 사람들이 세월호에 대해 추모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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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그곳에선 ] - 배소연
2014년 4월 16일 있어선 안 될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당시에 어렸던 난 그 소식을 듣고, 나는 '배가 침몰해? 에이 설마 그렇게 큰 일 이겠어? 금방 구조 되겠지.' 라는 반응을 제일 먼저 보였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온 세상은 세월호 사건으로 뒤덮혔고 그 때서야 아, 심각한 일이구나. 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너무나도 어렸던 난, 당시엔 아무 것도 하지 못 한 채로 그저 모두가 구조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었다. 며칠 뒤, 한 커뮤니티에 '세월호 침몰 사건, 전원 구조' 라는 기사가 뜬 것을 보고 안심이 되었고 또 너무나도 감사했었다. 그 긴 시간을 버텨준 승객들이, 또 열심히 찾아준 분들에게 너무 고마워서. 하지만 그 좋은 감정은 얼마 가지 못한 채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세월호 승객들을 전원 구조했다는 그 기사는 바로 오보였던 것이다. 오보라는 사실을 듣자마자 다시 세상 사람들은 좌절에 빠졌고, 제대로 된 기사를 내지 않고 오보를 낸 그 기자에게 아주 수많은 사람들의 비판과 비난이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오늘, 최근 개봉한 세월호 사건을 주제로 한 영화인 생일을 보게 되었다. 이 영화를 보고 참 많은 감정이 오갔다. 분노, 슬픔, 그리움. 내가 유가족이 아니어서, 그들의 슬픔을, 분노를 내가 직접적으로 느낄 수는 없다. 그래서 종종 생각하곤 했다, '그들처럼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이 내 곁에 없다면, 그 땐 조금이라도 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영화 생일은 우리가 느낄 수 없는 유가족들의 슬픔, 분노, 그리움들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자식을 그리워하는 부모의 슬픔도, 동생 예솔이의 그리움도 전부 다 말이다. 영화 생일은 다시 한 번 세월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그런 영화이다. 영화가 끝나고 한참을 일어설 수가 없었다. 아니, 일어서지 않았다. 착잡한 마음과 오묘한 감정이 뒤섞여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하였다. 부디 그곳에선 모두가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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