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8일 (수) Hobihu 둘째 날. 그동안 3기통 엔진이었다.
오전 4시. 어제 밤부터 내린 비가 새벽 내내 내린다. 지부티, 오만, 스리랑카, 말레이시아의 비는 잠깐 내리다가 멈추는 비 들이었다. 이렇게 밤새도록 길게 내리는 비는 오랜만이다. 모기향을 피우고 선실 문 해치를 열고 잠들었다가 빗소리에 깼다. 바람도 강해 마스트 우는 소리가 나고 가만히 흔들린다. 어제 오전에 정말 아슬아슬 잘 도착했다. 그때부터 강해진 바람이 풍랑 수준이 되었다. 오늘은 배 내부를 좀 정리해야 하는데, 젖은 옷가지들은 어디다 두지? 마구 흩어 진 짐들도 정리해야 하는데... 빗소리에 생각이 많다.
한국에 돌아가서의 일들도 마음에 소용돌이친다. 모든 게 사람 하나 마음먹기 달렸다. 가만히만 있어도 세상 행복할 상황인데, 괜히 이 사람 저 사람을 붙들고 시비다. 그리고 세상 전부로부터 미움 받는다. 그리고 매일 미움 받을 짓을 하고, 적반하장 원망과 저주를 멈추지 않는다. 수 없이 방법을 말해줘도 마이동풍. 어쩌면 그런 상황을 즐기는지. 또는 그렇게 해서 문제를 일으키고, 결국 그 자리를 벗어나려는 심층심리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유 없이 좌충우돌 하는 모습을 보니, 나 역시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내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좋은 세월을 어렵게 만든 것은 결국 본인이다. 빗소리에 한숨이 섞인다. 심란하다. 오늘은 무조건 선실을 치우자.
Hobihu 마리나가 있는 헝춘(Hengchun)의 시내는 작은 소도시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SIM 카드와 전기 콘센트도 쉽게 구했다. 다만, 택시 타기가 쉽지 않다. Grab 도 Uber도 되지 않는다. 오늘 택시 타는 법을 좀 물어 봐야겠다. Hobihu 마리나 비용도 확인할거다. 여기 전가와 물에는 따로 계량기가 없다. 마리나 비용에 다 부가 되어 있는 모양이다.
윈디를 확인하니 다음 구간에 계속 강풍이다. 그것도 딱 7월 5일 수요일경 강풍이다. 뒷바람 이긴한데 파도가 2미터 가량 될 거다. 괜찮을까? 일단 오늘 엔진 상태 점검하고, 오키나와에 한번 들렀다 가는 것으로 마음을 먹는다. 이제 다 왔다 무리하지 말자. 일정에 쫒겨 위험을 자초하지는 말자. 나에겐 ‘윤태근 선장’이라는 비장의 카드가 있다. 출발 전에 물어봐야지. 움무홧하하하! 윤선장님 늘 감사합니다.
오전 8시 40분. 문선장님이 오셨다. 같이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차를 가지고 오셔서 Hobihu 마리나에서 일하기 너무 좋다. 아침 도시락을 사 오셔서 함께 먹는다. 역시 맛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양이 적은 듯 적지 않다. 결국 먹다 남겼다.
9시 20분. 엔진 엔지니어가 왔다. 증세를 듣고 엔진을 점검한다. 인젝터 바로 위에서 연료 공급 라인을 풀어본다. 첫 번째 인젝터 위를 풀러도 엔진에 이상이 없다. 두 번째~ 네 번 째는 인젝터 위를 풀자마자 바로 엔진이 떤다. 그럼 오만 Hawana 마리나서부터 4기통 엔진을 3기통만 사용한 것이다. 그러니 엔진 출력이 약하고, 진동도 심하고, 배기관에서 연기가 나온 거다. 눈으로 보니 너무 확실하다.
엔지니어는 인젝터로 가는 파이프도 다 분해한다. 그 속에 더 뭐가 끼어있을지 모르는 거다. 그리고 이왕 인젝터 청소 하는 김에 인젝터 펌프도 뜯어서 청소한단다. 인젝터가 상당히 닳았다고 한다. 가서 체크해보고 인젝터를 교환할 수도 있단다. 한국 돈으로 한 개 12만원. 4개 48만원정도다. 마지막으로 인젝터 구멍에 압력 게이지를 넣어서 피스톤 압력을 체크한다. 4 실린더 모두 정상이다. 이렇게 눈으로 모든 이상을 다 체크하고 금요일에 가지고 와서 조립해 준단다. 그럼 날씨만 좋으면 토요일 기분 좋게 출항 가능하다. 현재까지 인텍터 청소 70~80만원. 인젝터 모터 청소 45만원. 혹시 인젝터를 갈게 되면 개당 12만원 이다. 상당히 신뢰가 가도록 한 단계씩 다 보여준다. 그러고 가격은 120~150만원 사이. 정식 견적서를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엔지니어에게 확답을 요구한다. 이것만 고치면 다시는 엔진 부조가 없겠는가? 당연하다! 고 큰소리친다. 나는 그 큰 소리가 아주 맘에 든다. 나와 엔지니어, 문선장님이 기분 좋게 사진을 찍는다.
엔지니어가 돌아 간 뒤, 일단 시내가서 전기 콘센트와 금요일까지 이틀 먹을 간단한 반찬을 산다. 금요일에 모든 식재료 준비를 다시 할 거다. 철물점에 있을 때, 엔지니어에게 연락이 온다. 인젝터를 새것으로 갈아 버리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하라고 한다. 이왕 손대는 것. 몇 년간 인젝터 걱정 없이 사용하자. 일단 한국까지 마음 놓고 Rpm 도 올리고 부조 없이 갈 것 아닌가? 대만 엔지니어가 명쾌하게 보여주고, 설명하니 믿음이 간다. 한국에서는 돈 낸다고 다 고쳐지는 게 아닌 것을 여러 번 보았고, 가격도 훨씬 비쌌던 것으로 기억난다. 만약 금요일 인젝터가 잘 고쳐지면, 대만 엔지니어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올릴 것이다. 좋은 엔지니어는 세일러들이 복이다.
오후 1시 문선장님과 헝춘 시내에서 스지면으로 식사를 한다, 맛있다. 가격도 두 그릇에 190대만달러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대만인들이 길거리에서 먹는 빙수를 먹는다. 갈색 설탕과 우리가 20년 전 빙수 갈던 방식과 같은 방법으로 얼음을 간다. 역시 맛나다. 나의 제안으로 스타벅스에 간다. 대만 스타벅스는 어떤가? 그런데 거리가 상당히 멀다. 덕분에 헝춘 시내 관광을 한다. 서양 손님들이 많다. 멋진 스타벅스 2층에서 세일링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오후 3시 시내로 나가기 전, 마리나 사무실에 간다. 금액 표를 준다. 하루에 370대만 달라다. 한국 돈 15,626 원이다. 31일 있으면 30일치로 계산해 준단다. 일 년 있는다고 별도의 할인은 없다.
어글리 코리언! 마리나에서 이것저것 묻다가, 이번에 우리는 입항 허가를 받는데 상당히 힘들게 받았다. 그런데 입항 허가 없이 그냥 들어 올 수 있느냐? 하고 물으니 절대로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2023년 초에 한국인들이 세일링 요트를 가지고 왔는데, 피항을 왔다고 해서 받아 주었다고 한다. 또한 그들이 닭고기도 아니고 산닭을 가지고 왔다고 한다. 동식물 반입이 안 되는 것은 상식 아닌가? 그런데 한국인들이 그런 짓을 했다며, 마리나 관리자가 떨떠름하게 웃는다. 망신이다. 여기저기 국제 망신을 떨고 다니는 세일러들이 있다. 원래는 한국돈 4,000만원 벌금인데, 대만에서 용서해 주었다고 한다. 정말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몰상식의 최대치다.
오후 4시. 일단 배에 일부라도 디젤을 실어 놓기로 한다. 다시 철물점에 가서 비닐과 노끈 30미터를 사고 종이박스를 얻는다. 문선장님의 차를 디젤로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다. 나는 에어컨을 많이 쐬어서 인지 컨디션이 별로 안 좋다. 문선장님의 차에 제리캔을 잔뜩 싣고 함께 주유소에 가서 제리캔에 디젤을 받는다. 그런데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다. 으실으실 한다. 철물점 옆 약국에서 종합 감기약을 사서 먹는다. 일주일치다. 미리미리 예방해야 한다.
헝춘 시내 철물점 주소
No. 22之1號, Hengnan Rd, Hengchun Township, Pingtung County, 946001 : 영문 주소
946001屏東縣恆春鎮恒南路22之1號 : 한문 주소.
대만의 기름 값은, 1리터에 26.7 대만 달러 (1,127원이다.) 첫 번째로 262.45 리터에 7,007 대만 달라를 넣었다. 주유소 에서는 제리캔을 팔지 않는다. 첫 번째로 기름을 넣고 다시 철물점으로 간다. 철물점에 가니 기름 제리캔이 총 6개 밖에 없다. 하나에 165 대만 달라다. 8천원정도다 품질이 상당히 좋다. 930 대만달러에 6개를 사서 다시 주유소로 간다. 두 번째로 120.06 리터에 3,206 대만 달라다. 내일 몇 캔 더 넣어야 한다. 오늘 기름만 382.51 리터 넣었다. 10,213 대만 달러다. 한국 돈 431,337원 어치다. 그래도 기름 값이 싸고 깨끗해서 좋다.
오후 6시 마리나에 돌아와 문선장님과 함께 기름통을 나른다. 젊은 문선장님은 제리캔 두 개씩 막 나른다. 나는 한 개도 간신히 나른다. 손목도 시큰 거린다. 그동안 나 혼자 어떻게 디젤을 나르고 급유하고 한 것인가?
엔지니어에게 35,435 대만 달라 (5% 할인한 가격, 한화 153만원이다.) 견적이 온다. 그대로 진행 하라고 한다. 제대로만 고쳐지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으랴! 금요일이 기다려진다.
오후 7시. 둘 다 녹초가 되어, (나는 진짜 녹초가 되었다.) 저녁 식사를 한다. 내가 먹는 대로 갓 지은 밥에 김, 김치, 햄계란, 오이 + 두반장이다. 문선장님이 맛나게 먹어주니 정말 다행이다. 이제부터 씻고 쉬자.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