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사람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내가 잘 아는 변기종(가명) 씨는 직업이 정화조 노동자다. 언젠가 변씨는 분뇨수거 노동자들이 겪는 수모는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비통하다고 하면서 나에게 괴로운 심경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직업상 그런 수모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하지만 그 수모가 인격의 침해를 넘는다면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이분과 같은 동료들이 겪는 수모에는 여러가지 있지만 어린 아이들까지 가세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 폐를 찌르는 노란 유독가스에 / 생명 위협 느껴가며 일하는데 / 방독면도 안전요원도 없구나 / 오늘은 이 동네에서 퍼고 / 내일은 저 동네에서 퍼고 / 날마다 똥을 퍼요 / 변기종 아버지는 똥을 퍼며 / 매일 똥과 같이 살아요. -
이렇게 동네 아이들이 변씨 자녀를 왕따로 놀린다고 한다. 아이들의 정서를 다듬어주는 동요라면 모르지만 사람을 비웃고 비아냥거리는 이런 노래는 누가 들어도 듣기 거북하고 울화통이 터진다. 변씨는 왜 이런 수모를 견디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똥 퍼는 변씨는 그렇다 치고도 그분의 아이들까지 이런 놀림감이 된다니 참으로 안따까울 뿐이다. ‘잘난 사람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 못난 대로 산다’는 노래도 있듯이 못났기에 똥을 퍼고 사는데 아이까지 미움을 받고 멸시를 받고 왕따로 따돌림을 받도 산다면 아이는 물론 부모도 분통이 터질 것이다.
말로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는 모양이다. 세상에는 자신의 행복만을 찾기 위해 사는 사람이 있듯이 남의 행복을 도와주기 위해 사는 사람도 있다. 물론 전자의 삶을 사는 사람이 훨씬 더 많겠지만 그러나 후자의 삶을 사는 사람도 많이 있을 것이다.
비록 변씨가 하는 일이 똥을 퍼는 일이지만 그것이 남의 똥이고 남을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는 분명히 남의 행복을 도와 주기 위해 사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변씨를 똥처럼 더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똥을 퍼고 사는 삶은 분명 그이만의 행복을 찾기 위해 사는 사람은 아닌 것이다. 자신의 삶에 괴로움이 따르고 그렇게 살고 있는 그는 분명히 남의 행복을 도와주기 위해 사는 사람일 것이다.
변씨는 처음엔 계약직이였지만 2년이 지나자 정규직으로 전환해줬다. 이 회사에서 일 하는 사람들 가운데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변씨는 사업을 하다가 망하고 전전긍긍하던 터에 친구가 소개를 해줘 흘러 들어왔다. 더러운 일을 하니 급여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세금을 떼고 한 달 165만원이 변씨 급여 봉투에 들어오는 돈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9년 8개월동안 급여가
13만원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변씨에게는 이런 직장도 없어진다고 한다. 각 자치단체 마다 관거공사를 하면서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의 정화조가 폐쇄되기 때문이다. 관거공사란 단독주택이나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 나오는 오폐수가 정화조에 머물지 않고 곧 바로 오수관을 통해 오폐수처리장으로 들어가서 정화시키는 시스템을 말한다.
하지만 변씨는 통을 퍼는 일처럼 어떤 일이든지 남들이 거부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나선다면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변씨처럼 똥을 퍼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해도 그는 분명히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