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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학교 지음 교육공동체벗 2016-11-21 |
마을 학교
성미산학교의 마을 만들기
마을이 가장 좋은 학교다
서울 마포구의 주택가 한복판,
운동장도 없는 작은 학교에서 일어난
특별한 생태교육, 전환교육 프로젝트.
마을이 있기에 가능했던
호혜적 관계와 반짝이는 교육적 경험들.
마을이 돌아왔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주택가 한복판. 미로 같은 골목을 돌아 돌아 가면 예상치 못한 곳에 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다세대 주택과 빌라가 빼곡한 사이에 위치한 운동장도 없는 작은 학교, 대안학교 성미산학교다. 이 책은 성미산학교가 지난 12년 동안 해 온 생태교육과정과 마을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다’에는 성미산학교의 생태교육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이들에게 성미산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운동장이자 놀 것, 먹을 것, 지킬 것도 많은 ‘보물창고’이다(〈성미산에서 놀다 - 숲놀이〉). 자연을 느끼고 직접 돌보며 생태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은 학교 공간 안에서도 이어진다. 아이들은 작은 생명체를 돌보며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감성을 키우고(〈생명이 있는 교실 - 주제탐구〉), 상자 텃밭과 화단을 가꾸며 학교 안에 작은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특별한 경험도 한다(〈우리는 성미산학교의 정원사들 - 농사와 원예〉). 생태적인 살림살이를 경험하고 삶의 기본기를 익히기 위해 살림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마을의 홀몸 어르신들에게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면서 돌봄과 나눔을 경험하기도 하고(〈할머니의 밥상 - 밥살림 프로젝트〉), 매일 생활하는 학교 공간에 아지트와 놀이터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상상이 현실이 되는 놀이터 - 집살림 프로젝트〉). 1년 동안 농장학교에서 생활하며 ‘농(農)’을 기반으로 ‘자립’과 ‘공동체’ 생활을 경험해 보고(〈좋은 노동과 지혜로운 교육 - 농장학교 프로젝트〉), 대안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과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삶의 현장을 만나는 것(〈모든 교육이 진로교육이다 - 지인지기와 굿워크 프로젝트〉) 역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마을이 세상을 구한다
2부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는 전환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이다. 성미산 지키기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마을 학교, 생태 학교로서 정체성을 다졌다면(〈지금의 우리는 이전의 우리와 다르다 - 성미산 지키기 운동〉), 2011년 3.11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겪으면서 성미산학교의 전환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는 더욱 본격화된다. 학교와 마을에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물건을 되살려 쓰거나 서로 공유하는 활동을 기획해 진행하고(〈물건은 버려지지 않는다 - 물건 프로젝트〉), 상암동의 버려진 나대지를 텃밭으로 만드는 실험을 한다(〈학교 대신 텃밭으로! - 버뮤다 삼각텃밭 프로젝트〉). 이 텃밭에는 화덕과 오븐도 설치되어 있는데, 바로 적정기술 팀의 작품이다(〈완전한 연소였다 - 적정기술 프로젝트〉). 적정기술 팀은 기술을 배우는 데서 더 나아가 이제 마을에 적정기술을 보급하고 마을 기술자로서 먹고사는 문제까지 고민하고 있다. 매점, 에너지 마켓 등 학교와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만들어 사회적 경제 활동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프로젝트에 이르면(〈우리는 왜 협동조합이었나 - 협동조합 두더지실험실〉) 마을 학교의 핵심이 곧 좋은 삶을 만드는 것에 있음을 확신할 수 있다.
나에서 우리로
3부 ‘나에서 우리로’는 마을이 있기에 가능했던 호혜적 관계들에 대한 기록이다. 학생들은 마을에서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며 함께하는 것의 즐거움을 배우고(〈마을에서 어울리다 - 마을어린이합창단과 성미산오케스트라〉), 송전탑 싸움을 하는 밀양의 할머니들과 관계를 이어 나가고, 학교 이웃에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을 위한 한글 교실을 만들기도 한다(〈할머니들과의 만남은 늘 즐겁다 - 할머니의 밥상에서 한글 교실까지〉). 졸업생들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내쫒길 위기에 처한 마을 카페를 지키기 위해 매주 카페 앞에서 공연을 하는가 하면(〈나무를 지키는 사람들 - 마을 카페 작은나무 지키기)〉, 마을의 소상공인들을 위한 특별한 쇼핑몰을 창업하기도 한다(〈응답하라, 성미산마을 - 성미산학교 학생에서 다정한마켓의 마을 청년으로〉). 마을에서 성장하는 것은 비단 학생들만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부모들은 ‘함께 전환하기 모임’을 만들어 지금 당장 여기에서 가능한 생태적 전환을 실천하기도 하고(〈아이의 어깨너머로 배우다 - 반찬 나눔, 그리고 함께 전환하기 모임〉), 안락하나 구속된 삶을 거부하고 불편하나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벗들과 모여 공부를 하고 기술을 배우기도 한다(〈불편하나 자유로운 삶 - 벗들과 모여 책을 읽고 기술을 배우다〉).
연대와 호혜적 관계가 살아 있는 마을 속에서 배우는 것은 바로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과 함께하는 것의 힘이다. 학교뿐 아니라 마을에서 4.16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활동을 계속하고(〈세월호, 외면하거나 감당할 수 없기에 ‘함께’ -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 프로젝트〉),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마을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글(〈“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 미니샵에서 성미산좋은날협동조합까지〉)을 읽다 보면 총체적 위기에 시대에 우리는 왜 다시 마을을 찾는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을은 가장 좋은 학교다
지난 10여 년 동안 성미산학교에서의 실천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마을이 가장 좋은 학교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 학교가 교육을 독점하기 전까지 마을은 일과 놀이와 배움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던 곳이었다. 생태 위기, 경제 위기, 사회 위기의 시대, 성미산학교가 ‘마을’이라는 화두를 갖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마을 학교는 대단히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실험이다. 근대적 삶과 교육을 전복한다는 점에서 급진적이고, 좋은 삶, 좋은 마을, 좋은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이다. 마을 학교가 곧 교육 혁명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