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한살 한살 먹을수록 시간은 왜 이리 빠른지 어느새 이만큼이나 나이를 먹은건지 앞자리 숫자가 바뀐건 아닌지 실감이 안난다. 예전엔 1월이 되자마자 성급하게 노란 복수초(설련화)에 목을 느리며 봄마중에 늦어질까 안달이였는데... 웬지 올해는 눈(雪)길이 미끄러워도 추워가 불편해도 이 겨울이 다섯달쯤 더디게 더디게 곁에 두고 싶다. 후떡 지나가는 바람같은 세월이 자꾸 더 아쉬워서 ... 동지를 지나고 일주일후면 낮의 길이가 노루 꼬리만큼씩 길어진다는데 여전히 이른 아침 산행길은 어스름하다.
2019년부터 울주군이 영남 알프스 9봉. 완등자에겐 인증서와 31.1g 은메달 증정으로 전국 등산인들에게 인기가 더 높았졌다는 영남 알프스는 가지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천황산. 재약산.고헌산.운무산.문복산으로 울산과 경남에 걸쳐 이어져 있는 1000m가 넘는 산군들이다. 오늘 우리는 그중 고헌산(1023m)을 간다.
먼길 울산 고헌산 등산로 입구인 외항제 10시40분쯤 도착. 여유없는 하차는 밀려드는 딋차량으로 좁은 도로에서 성급해지고 바로 등산로 따라 산행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거의 표고 500m에서 시작되는 등산로는 초입에서 부터 서서히 올라가기에 생각보다 힘이 덜 든다. 이름난 산행지라 그런지 많은 등산객들이 오르고 내리고.. 바람 한점없는 포근한 날씨탓에 겉옷도 벗었는데 얼굴엔 땀이 줄줄이다. 남쪽엔 이미 봄이 와 있었나 보다. 산에 오면 누구나 친절은 기본인 것 같다. 서로에게 기분 좋은 격려도 오가며 배려도 해주고 ... 만만치 않은 오름길과 너덜길에서도 기다려준다 . 한걸음 한걸음씩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저 건너편엔 신불산도 영축산도 멋진 품으로 함께 걷고 있었다. 시원한 산바람이 지나는 서봉에서 툭 터진 사방 을 바라보는 행복은... 이래서 등산은 보약 한첩보다 낫다고 하지 않던가~ 눈부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주름살 감추며 인증샷도 방긋. 다시 동봉으로 ~고헌산 정상 찍고. 정상 아래서 화려하게 펼쳐놓은 만찬으로 입도 눈도 호강하고. 과일 한입 입가심으로 여유없이 하산...
올라갈땐 쉬엄 쉬엄 .. 여유로웠지만 하산길은 낙엽속에 묻힌 돌맹이에 1000m. 급비알길 내리막으로 긴장 또 긴장이다. 넘어지지 않으려 발끝에 힘을 모으고 비탈길에 선 앙상한 어린 철쭉 나무가지 붙잡고 하소연도 하고 땅만보며 또 한발 내려선다. 얼마나 내려가야 하산이 끝일까~ 쉬엄없이 내려오며 거의 다리가 풀릴때쯤 고헌사 고즈녁한 사찰에 도착해 시원한 냉수로 갈증을 해소하고 조망없이 내려온 높다란 고헌산 정상 능선을 다시 바라보니 오늘 산행이 대견하기만 하다. 흥덕사앞 2시에 하산 완료. 시원한 막걸리 한잔과 쫄깃한 족발로 행복한 산행을 마감한다.
아침 버스에서 어미새를 연상게 하는 우리 총무님과 회장님은... 미국 다녀오신 김교영회원님의 푸짐한 떡과 쵸코렛.선물로 또 다른 회원의 잘 말린 곶감으로... 나눔의 즐거움에 입이 만개하셨다. 그저 산악회에 좋은일이라면 행복은 배가되어 회원들을 바라보는 눈이 꿀이 뚝뚝.... 팔순을 맞이하신 안형준님. 유근형님. 김인식님. 권혁봉님 께서 따스한 마음으로 다음주 산행후 삼겹살 회식을 베푸신다고. 하신다. 부디 백수까지 건강히 늘 즐거운 산행길에 함께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산행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온화한 날씨에 아이스크림 공장은 오문자 회원님이 원료 제공으로 다시 가동이 되었다. 청주 IC를 들어서는데 유난히 붉은 석양이 얼마나 황홀하던지 ...행복한 하루를 축복해주듯 아름답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회원님들 모두모두 무탈하게 지내시고 계방산의 겨울산행을 준비합시다. 눈도 많고 날씨도 진짜 겨울날씨가 예보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글을 주신 박은옥 이사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