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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재무제표 파악보다 영업 우선…주객 전도"
"감사인 지정제 확대로 기업 회계 투명성 확보해야"
자유수임제가 시행된 이후부터 감사인 지정제 재도입에 대한 회계업계의 목소리는 일관되게 이어져왔다.
현행 감사제도에서는 제대로 된 감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기업에 대한 '포장재'를 양산할 뿐이라는 비판은 지정제 확대의 필요성으로 언급되고 있다.
사실 감사인 지정제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제각각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배정기준이 대형회계법인에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시각도 있고, 중소회계법인 안에서도 상당한 시각차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이런 작금의 환경 속에서 회계법인별 유·불리를 떠나 '회계투명성 확보'라는 기치를 위해 감사인 지정제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업계 15위권 규모인 안세회계법인의 박윤종 대표이사.
경영학도의 길을 걷고 있던 1977년 민주화학생운동에 연루된 그는, 공무원의 꿈을 접고 회계업계로 눈을 돌리게 된다. 공익적 사업이자 무자본 창업이 가능하다는 점이 자신이 처한 상황과 맞아떨어졌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
이후 삼일과 안건 등 '대형'회계법인들을 거치면서 회계사라는 직업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다고 한다.
재무제표를 보며 숫자 속의 숨은 의미를 파악해야 할 회계사가 자유수임제 시행 이후로 영업현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분명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라는 것.
회계보수가 높은 것은 마케팅 비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업계의 기득권 층이 일부 이권을 내려놓을 줄 아는 자세를 가져야 변혁이 가능하다는 지론을 펼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회계사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문화를 자리 잡게 해 새로운 회계법인의 패러다임을 정착시키겠다는 포부도 빼놓을 수 없다. 안세회계법인이라는 거대한 실험체를 이끄는 주인공인 셈이다.
다음은 박윤종 대표와의 일문일답. (대담 = 김중순 기자, 사진 = 한용섭 기자)
Q. 안세회계법인은 업계에서 이미 자리를 잡아 가고 있지만 아직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안세'라는 이름이 가진 의미와 법인 연혁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한다.
기업의 회계투명성과 납세는 공익과 국익에 직결되는데, 안세는 ‘안전한 세상’의 머리글자로 회계투명성과 납세품질이 높은 안전세상을 이루기 위해 설립되었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안전한 회계세상, 안심인 세무자문, 안정된 세계경영을 지향하는 개념이다. 18년 전 대우그룹감사에 연루되어 없어진 안건회계법인의 자회사인 ㈜안건조세정보를 독립경영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안세회계법인을 창립했다.
Q. 대형회계법인이 가지지 않은 중소회계법인 나름의 '맨 파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색깔과 특징은 무엇이 있나.
대형회계법인은 1~2년차 수습회계사와 5년차 미만의 초급회계사가 대부분인 반면, 안세는 대형회계법인에서 7년 이상 근무했고 일반기업 실무경험도 있는 약 10년 경력의 베테랑 회계사가 주축을 이룬다.
따라서 안세의 회계사는 스스로 독립적으로 업무계약과 기획·현장수행능력을 갖추고 있어 상급자의 감독과 지시 등의 멘토링이 없어도 높은 품질의 업무수행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회사업무나 고정된 팀 조직 또는 다른 보스의 업무와 급여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업무를 직접 개발하고 업무에 적합한 팀을 그때그때 구성해 수행하는 소사장 개념 하에 자율 관리를 한다.
고정급여의 종속직원이 아니고 홀로서기의 사업자개념의 주인의식으로 일하는 특성이 있고, 한 가지 분야만이 아니고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내는 멀티 플레이어라고 보면 된다.
대형회계법인은 층층이 의사결정 과정이 있지만 우리는 다르다. 품질이 필요한 중소형 고객을 위한 신속한 서비스가 가능한 배경이다.
Q. 감사보수 경쟁을 막을 방법으로 감사인 지정제 확대시행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대형회계법인 위주의 지정으로 인해 중소회계법인에게는 그다지 실익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회계감사는 기업을 감시하고 조사하는 것이며 공익과 국익을 보호해야 하는 공공재이고, 도로나 행정전산망 같은 사회간접자본이므로 국가가 담당해야 할 업무다.
그러나 30년 이상 시장자율에 맡겨져 자유계약으로 덤핑수주가 만연해 회계사의 독립성이 상실되고 회계투명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IMF시대의 대우·기아사건, 저축은행·쌍용차·STX·동양그룹 금융사기 등은 모두 거액의 회계분식을 예방하지 못해 막대한 국민피해를 초래했고, 천문학적인 국민세금이 투입되었는데, 회계사가 독립성을 갖고 소신 있게 감사하였다면 중요한 분식을 미리 밝혀내고 경고해 치명적 사태는 예방할 수 있었다고 본다.
모든 기업 또는 적어도 상장과 코스닥 등록법인의 독립적 감사를 위해 전면적인 감사공영균형배정제가 실시되어야 하는데, 이는 감사보수 덤핑 등의 회계업계 생존권의 문제라기보다는 국민과 국가의 공익을 보호하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
감사공영제가 도입되면서 가격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표준수가제도 함께 입법화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회계감사는 투명공시를 할수록 높은 값을 쳐주는 사익재가 아니고, 기업의 분식회계약점을 밝혀내야 하는 공공재이므로 표준수가제(예를 들어 재산금액×0.2%등)가 도입되어도 가격카르텔 등의 공정거래문제에 저촉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료를 각자 연봉의 6%로 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감사공영제로 인해 회계사 인원이 많은 대형법인이 배정에 더 유리하다 하더라도, 공익을 보호하고 투자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면 공영배분과정에서의 대형과 중소형 법인 간 실익과 유리불리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Q. 안세회계법인은 일감 수주를 위해 무리한 영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인 운영의 철학이 따로 있나.
안세는 안전한 감사보고서, 세무신고서, 경영자문서를 창출해 세상을 안전하고 평안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각자 양심과 윤리 및 회계기준·세법령·기타 규정 등에 맞는 일만 해야 하며, 의심되거나 문제업무는 위험을 제거한 후 수임해야 함을 늘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분식회계를 원하고, 비상식적인 절세나 비논리적인 경영자문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다.
마구잡이로 일감을 수주하면 회계사의 독립성이 상실되고 회계투명성과와 납세공정성을 저해할 수도 있게 되며, 이로 인한 문제점이 누적된 후 곪아터지면 결국 국가와 국민의 공익과 국익에 심각한 손실을 끼치게 된다.
안세는 회계감사의 품질관리에 대해서는 중앙 집중의 상근조직을 운영하면서도, 각 회계사들이 부담하는 법인운영공통비는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각자 무리한 영업활동을 하지 않고 영업수입금액이 적더라도 업무 수임자와 실행자에게 충분한 소득이 지급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년이 없으므로 각자는 바로 눈앞의 단기이익을 위해 영업을 하지 않고, 투자자의 공익과 장기적 이익 관점에서 각자가 자주·자율관리하며 독립경영하는 시스템이다.
Q. 다소 경직적인 문화를 가진 회계업계 내에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지키고 있는 비결이 있는지. 직원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대부분의 회계사는 경영학과 졸업 후 일반기업에 취업할 수 있음에도 별도로 3년 이상 투자해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독립개업의지나 주인의식이 워낙 강해서 수습단계나 초임 5년차를 넘기면 자기소신에 따라 자유롭게 활동하는 독립개업을 선호한다. 또한 요즘 세대는 연공서열이나 상명하복을 불편해 한다.
게다가 회계·세무업무가 모두 자유계약이므로 각자의 개인적 노력과 연고 등이 영업활동에 결정적이다. 쉽게 말해 업무영업·수임자가 주인인 셈이다.
또한 가격도 자유이고 대부분 하향압력을 받으므로 담당회계사에게 소신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수임이 가능하고 현장업무도 효율적으로 집행된다.
특히 대형법인의 수직적 조직문화가 싫어서 자진사퇴한 회계사들에게, 이들이 원하는 대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 별 대안이 없다. 비결이 아니고 자연스런 생존전략이다.
수평문화라 해도 위험관리와 품질·안전 등 회계법인의 생존쟁점은 중앙집중으로 통제하고 있다.
Q. 회계법인 경영자로서 철학이 있다면.
원래 어릴 때부터 자율·자립정신으로 자라서, 타인을 지배하거나 통제·명령하는 습성이 없으며, 모든 것을 제 몸과 마음으로 손수 실행한다.
살아오면서 양지와 강자가 아니고 음지와 약자입장에 처한 경우가 많았고, 바위가 있으면 이기고 격파하기 보다는 낮은 곳을 메우면서 아래로 흘러가는 물과 같이, 여기 저기 흩어진 사람과 물자를 연결하는 것을 선호한다.
어디서나 아래로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수평을 이루고, 모든 생명체를 탄생시키고 생존시키는 물과 같은 유연성으로 흩어진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을 하나로 모아 안전한 세상을 창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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