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ementia & mild cognitive impairment ]
주요용어 | 치매, 알츠하이머형 치매, 혈관성 치매, 전측두엽 치매, 가성 치매, 경도 인지 장애, MCI, 기억력, 인지 기능, 정신행동 증상(BPSD) |
---|---|
분류 | 임상 심리학 |
치매란 기억력을 비롯해 언어 능력, 시지각 및 시공간 구성 능력, 관리 기능 등의 인지 기능이 연령이나 교육 수준에 비해 유의하게 저하되고 이로 인해 대인 관계, 직업 기능 및 일상생활 기능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복합적인 임상 증후군을 통칭하며, 병의 원인에 따라 알츠하이머형 치매, 혈관성 치매, 전측두엽 치매, 두뇌 외상에 따른 치매 등 진단명을 달리한다. 경도 인지 장애는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 기능이 연령, 교육 수준에 비해 유의하게 저하된 상태이나 치매에 비해서는 경미하며 일상 생활도 대체로 유지되는 치매 전 임상 단계를 일컫는다.
노화(aging)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유기체의 전반적인 기능이 회복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점차 소진해 가는 과정을 일컫는다. 인간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감각 기관의 기능이 저하되고, 운동 속도 및 반응 속도가 느려지며, 수면 시간이 감소하는 등의 신체적 변화가 나타난다. 뇌 역시 뇌 세포의 감소에 따라 뇌실과 뇌구가 확장되고, 해마, 전두엽, 측두엽 등의 용적이 감소하며, 아밀로이드 침전물이 축적되고 노인성 반(senile plaque)과 신경섬유 뭉치가 형성된다. 또한 주의, 각성, 기억 및 정서 기능을 담당하는 아세틸콜린, 도파킨, 세로토닌, 아드레날린과 같은 흥분성 신경 전달 물질의 활동이 감소한다.
이에 따라 인지 기능에 변화가 나타나는데, 특히 기억력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우선, 정보 처리 속도가 느려지고 부호화 과정에서의 효율성이 저하되면서 습득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인출하지 못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더라도 자발적 회상에 어려움을 보인다.
하지만 정상 노화 과정에서는 과거에 이미 장기 기억으로 습득해 둔 정보는 대체로 유지한다. 또한 고차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 및 실행 기능의 저하도 보고된다. 언어 능력의 경우 일상적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언어 표현 및 언어 이해력은 대부분 잘 유지되지만, 기억 인출 효율성의 저하로 단어 찾기의 어려움이 흔히 관찰된다. 말하고자 하는 단어가 혀끝에 맴돌며 잘 떠오르지 않는 설단 현상(tip of tongue)이 대표적인 예이다. 시지각 및 시공간 구성 능력 역시 일상생활에서는 대체로 잘 유지된다. 따라서 익숙한 상황에서는 보유한 기존 지식 체계를 활용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잘 처리해 나간다. 하지만 낯설고 복잡한 상황에서는 융통성과 순발력을 발휘해 신속하고 민첩하게 대처해 나가는 데에 어려움을 보인다.
치매란 정상 발달 과정을 거쳐 성숙한 뇌에 정상 노화 이상의 기능 저하 또는 손상이 초래되고 기억력을 비롯해 언어 능력, 시지각 및 시공간 구성 능력, 관리 기능(executive function) 등 여러 인지 기능이 정상 노화 상태를 감안하더라도 현저히 저하되며 이에 따라 대인 관계, 직업 활동, 독립적인 일상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는 복합적인 임상 증후군을 통칭한다. 치매 상태를 초래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병의 원인에 따라 진단명을 달리한다. 따라서 치매에 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리려면 신경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 의한 의학적 평가, 영상학적 검사, 임상심리 전문가가 주도한 신경심리 평가 등이 종합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정신 장애 진단 분류 체계에서는 ‘치매(dementia)’라는 용어가 통용되고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4판(DSM-IV) 역시, 치매를 “섬망, 치매 및 기타 인지 장애”의 범주 하에 병인에 따라 11가지 장애로 분류했으며, 정상 노화 과정의 인지 기능 저하에 관해서는 “임상적 관심의 초점이 될 수 있는 부가적 상태” 중 ‘노화에 의한 인지 기능 쇠퇴(age related cognitive decline)’로, 치매의 임상 전 단계로 알려진 경도 인지 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에 관해서는 “부록 B. 앞으로 연구를 위해 제안된 진단 기준과 축”에 ‘가벼운 정도의 신경 인지 장애(mild neurocognitive disorder)’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5판(DSM-5)에서는 치매 및 치매의 임상 전 단계까지 포함해 “신경인지 장애(neurocognitive disorder)”의 범주 아래 ‘주요 신경인지 장애(major neurocognitive disorder)’와 ‘가벼운 정도의 신경인지 장애(mild neurocognitive disorder)’로 분류하고 병인에 따라 각각의 아형(subtype)을 세분화했다. 여기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치매’라는 용어로 기술하겠다.
DSM-5(APA, 2013) 주요 신경인지 장애의 진단 준거 | ICD-10(1992) 치매의 진단 지침 |
---|---|
A. 다음에 근거해 한 가지 또는 그 이상의 인지 영역(복합 주의력, 실행 기능, 학습 및 기억력, 언어 능력, 지각-운동 기능, 사회 인지)에 대해 이전의 수행 수준 보다 유의한 인지 기능 저하의 증거가 확인되어야 한다. | (a) 특정 수준의 심각도(일상적 활동을 방해하고 독립적인 생활에 장해가 되는 수준)를 가진 인지 기능의 쇠퇴와 장애 |
DSM-IV | |
---|---|
치매 | • 알츠하이머형 치매 (Dementia of Alzheimer type) |
DSM-5 | |
주요 신경인지 장애 | 병인에 따른 아형 세분화(Specify whether due to) |
ICD-10 | |
치매 | • 알츠하이머 병의 치매(Dementia in Alzheimer's disease) |
치매의 원인 질환은 매우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연구 결과, 알츠하이머형 치매(dementia of Alzheimer's type, 이하 DAT)가 전체 치매 중 50-60%를 차지하며,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 이하 VaD)는 약 20-30%를 차지하고,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도 약 1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안창일 등, 2010). 우리나라에서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연구팀이 진행한 ‘2012년 치매 유병률 조사(보건복지부, 2013)’ 결과, 2012년 기준 치매 유병률이 65세 이상 노인의 9.18%인 54만 1000 명(남성 15만 6000 명, 여성 38만 5000 명)으로 나타났다.
우리 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빨라 이와 같은 추세라면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환자 수가 2030년에는 약 127만 명, 2050년에는 약 271만 명으로 매 20년마다 약 2배씩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2년 현재 전체 치매 환자 중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71.3%, 혈관성 치매는 16.9%, 기타 치매는 11.8%이다. 치매 중증도별 분포를 살펴보면, 최경도 치매 17.4%, 경도 치매 41.4%, 중증 치매 15.5%이며, 경도 인지 장애 유병률은 27.82%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1/4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치매의 위험은 65-69세에 비해 70-74세는 2.15배, 75-79세는 3.76배, 80-84세는 5.7배, 85세 이상은 39.68배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저학력자가 고학력자보다 치매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1 알츠하이머형 치매(dementia of alzheimer’s type)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여러 유형의 치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 중 하나이며 인지 장애이다.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뇌의 신경 세포에 노화가 진행되면서 기억력 저하가 서서히 나타나고 언어 능력, 시지각 및 시공간 구성 능력, 관리 기능(executive functioning) 등 점차 광범위한 인지 기능 감퇴로 확산되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에는 소지품을 둔 곳을 잊어버린다거나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해 되풀이하는 등 소소한 건망증 양상의 최근 일화 기억력 저하를 보이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 능력의 저하를 반영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거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장기 기억으로 유지하던 정보까지 망각하며 심한 경우 자신의 고향, 이름, 생일과 같이 기본적인 신상 정보조차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기억 문제와 더불어 시공간 처리 능력이 저하되면서 익숙한 장소에서도 방향 감각이 저하되거나 길을 잃고 헤매는가 하면, 심한 경우에는 친하게 지내던 사람, 익숙한 사물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실인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두엽 기능의 저하로 인해 목표 지향적 행동 수행에 요구되는 실행 기능 저하도 뚜렷해지는데, 초기에는 익숙하지 않거나 복잡한 판단을 요하는 활동을 수행할 때 기능 저하가 나타나다가 점차 과거에 능숙하게 수행하던 요리, 돈 관리, 집안 일 처리 등에도 실수가 발생하며, 종국에는 식사, 옷 입기, 대소변 가리기와 같이 매우 기초적인 자기 관리 행동에도 어려움이 발생한다. 언어 표현이나 이해력은 비교적 오랫동안 유지되어 일상적인 의사소통이 대체로 가능하다.
하지만 알츠하이머형 치매 초기에도 익숙한 사물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 양상의 단어 찾기의 어려움(word finding difficulty)이 빈번히 나타나며, 이를 보상하기 위해 잘못된 단어를 사용하는 착어 현상(paraphasia)을 보이기도 한다. 나아가 치매가 진행되는 동안 자발적인 언어 표현이 줄어들고 이해력이 감퇴하며 심할 경우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반복하는 반향어증(echolalia)이나 무의미하게 같은 말을 반복하는 보속증(perseveration)을 보이기도 한다.
I. DSM-IV (APA, 2000): 알츠하이머형 치매(Dementi of Alzheimer’s type)
A. 복합적인 인지 기능 결함이 다음의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1) 기억 장애(새로운 정보에 대한 학습 장해 또는 병전에 학습한 정보 회상 능력의 장해)
(2) 다음의 인지 기능 장애 중 한 개(또는 그 이상)
a. 실어증(언어 장애)
b. 실행증(운동 기능은 정상이지만, 행위 능력의 실행이 불가능함)
c. 실인증(감각 기능은 정상이지만, 물체를 인지하거나 감별하지 못함)
d. 수행 기능의 장애(즉, 계획, 조정, 순서유지, 추상적 사고 능력)
B. 진단 기준 A1과 A2의 인지 기능 장애의 정도가 사회적 또는 직업적 기능에 심 각한 장해를 일으키는 수준이어야 하고, 병전 수준보다 상당히 감퇴함을 나 타낸다.
C. 임상 경과는 서서히 발병하고 지속적으로 인지 기능 감퇴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
D. 진단 기준 A1과 A2의 인지 기능 장애가 다음 가운데 어떤 경우로 인한 것도 아니어야 한다.
(1) 점진적인 기억과 인지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다른 중추 신경계 질병(예: 뇌혈관 질환, 파킨슨병, 헌팅턴병, 경막하혈종, 정상압 수두증, 뇌종양)
(2) 치매를 일으키는 전신성 상태(예: 갑상선 기능 저하증, 비타민 B12/엽산 결핍, 나 이아신 결핍, 과칼슘혈증, 신경매독,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병)
(3) 물질로 유발된 상태
E. 인지기능의 결함이 섬망의 진행 과정 중에만 나타나지는 않는다.
F. 장애가 다른 Axis I 장애(예: 주요 우울 장애, 정신 분열증)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다.
II. DSM-5(APA, 2013):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주요 신경인지 장애(Major Neurocognitive Disorder due to Alzheimer’s disease)
A. 주요 신경인지 장애 진단 준거를 충족시키다.
B. 장애는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인지 영역에서 서서히 발병하고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C. 확실한(probable) 또는 가능성 있는(possible) 알츠하이머병의 진단 준거는 다음과 같다.
다음의 경우에 해당할 때 확실한 알츠하이머병(Probable Alzheimer's disease)으로 진단하며, 이 밖의 경우라면 가능성 있는 알츠하이머병(Possible Alzheimer's disease)으로 진단한다.
(1) 가족력 또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적 돌연 변이의 증거가 확인된 경우
(2) 다음 세 가지에 모두 해당하는 경우
a. 기억 및 학습 능력과 그 외 인지 영역 중 최소 한 가지 영역 이상에서 명백한 인지 기능 저하의 증거가 확인되어야 함(상세한 병력 탐색 또는 일련의 신경심리 검사에 기초해야 함)
b. 장시간의 안정된 절정기(plateaus) 없이 인지 기능이 지속적, 점진적으로 저하되어야 함
c. 혼재성 병인의 증거가 없어야 함(즉, 다른 신경 퇴화, 다른 대뇌 혈관성 질환, 다른 신경학적 또는 정신 장애 또는 신체 체계의 질병, 인지 장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타 상태 등이 없어야 함)
III. ICD-10(WHO, 1992): 알츠하이머 병의 치매(Dementia in Alzheimer’s disease)
(a) 앞서 기술한 치매가 있을 것
(b) 서서히 발병하여 서서히 퇴보한다. 대체로 발병 시간을 정확히 지적하기 어려우나 그런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어느 날 급작스럽게 깨닫는 수가 있다. 진행 과정 중에 명확한 절정(plateau)이 나타날 수 있다.
(c)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전신 또는 뇌 질환(즉, 갑상선 기능 저하증, 고칼슘혈증, 비타민 B12 결핍, 나이아신 결핍, 신경매독, 정상뇌압의 수두증, 경막하혈종)에 의해 야기된 정신 상태라는 임상 증거나 특수 검사 결과가 없어야 한다.
(d) 병 초기에 급작스런 졸중성의 발병이 아니어야 하고 반신불수나 감각 소실, 시야 결손 또는 협조 운동 불능 등의 국소 손상의 신경학적 징조가 없어야 한다(이러한 현상이 후기에는 병발할 수 있다 하더라도)
IV. NINCDS-ADRDA의 의사 알츠하이머형 치매(Probable Alzheimer's Disease)
다음과 같은 모든 사항이 포함된다.
1. 치매라는 것이 임상 검사를 통해 규명되고 간이 정신 상태 검사, Blessed 치매 척도 또는 유사한 다른 검사에 의해 입증되어야 하며 신경심리 검사를 통해 확증되어야 한다.
2. 두 가지 이상의 인지 영역에서 결함을 보여야 한다.
3. 기억력 및 다른 인지 기능이 점진적으로 감퇴해야 한다.
4. 의식의 장해가 없어야 한다.
5. 40세에서 90세 사이에 발병하며, 일반적으로는 65세 이상에서 발병한다.
6. 기억력 및 다른 인지 기능의 점진적인 결함을 설명할 수 있는 침습성 장애 또는 다른 뇌질환이 없어야 한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핵심 증상은 아니지만 병의 진행 과정 동안 우울, 불안, 과민하고 짜증스러운 감정 표출, 충동적 또는 공격적 행동, 의미 없는 말이나 행동을 반복하는 보속증, 탈억제 행동, 수면 장애 및 야간 수면 행동, 식탐이 늘거나 식성이 변하거나 식욕이 저하되는 식사 장애, 부적절한 성적 행동, 환청이나 망상과 같은 정신증적 증상 등 다양한 정신 행동 증상(behavioral &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BPSD)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정신행동 증상은 간병하는 가족들의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치매 노인의 요양시설 입소나 입원을 앞당기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윤종철, 이원혜, 최종배, 2008).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후 부검을 통해 알츠하이머형 환자들의 뇌에 아밀로이드 플라그와 신경섬유 뭉치(neurofibrillary tangle)가 많이 축적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아세틸콜린계 신경세포의 선택적 상실, 염증 반응의 활성화, 지방산의 과산화, 글루타메이트의 흥분성 독성 등과 연관이 있으며, 그 결과 대뇌 반구의 신경 세포들이 점진적으로 변성되고 대뇌가 위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기억력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측두엽의 해마와 후각내 피질(entrorhinal cortex)에서 시작해 대뇌 피질의 광범위한 영역의 세포 상실이 특징이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위험 요인으로는 고령, 여성, 출생 시 부모 연령 등이 있으며 두부 외상, 뇌 혈관 질환, 우울증 및 기타 중독 상태 등에 대한 과거력도 포함된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취약한 유전적 소인도 논의되고 있는데, 다운 증후군 가족력, 19번 염색체의 단백질 유전자로 알려진 ApoE4 유전자 보유 등이 그러하며, 14번 염색체의 presenilin-1 유전자, 1번 염색체의 presenilin-2 유전자, 21번 염색체의 아밀로이드 전구 단백질 등의 유전자 돌연변이도 발병 요인으로 확인되었다(Lezak et al., 2012).
중년 이후 인지적 활동, 사회적 활동, 유산소 운동을 포함한 신체 활동이 활발할수록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발병 가능성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다(Lezak et al., 2012).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치료는 약물 치료가 기본이지만, 이는 병의 진행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원인 치료라기보다는 일시적인 증상 호전 또는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 약물 치료 외에도 초기 및 경도의 DAT 환자들에게는 인지 기능의 손상을 지연 또는 보완해 줄 목적의 인지 재활 프로그램, 자존감 회복 및 정서 안정에 초점을 둔 지지적 심리 치료가 도움이 된다(안창일 등, 2010).
3.2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
혈관성 치매는 뇌경색, 대뇌 허혈 및 대뇌 출혈 등 혈관 손상으로 대뇌에 충분한 산소 및 혈액이 공급되지 못한 결과 뇌에 병변이 생기고 치매가 발생한 것이다. 혈관성 치매는 갑작스럽게 발병하고 단계적으로 증상이 악화되며 병이 진행되는 동안 임상 양상이나 증상의 심각도가 변동을 보일 때가 많다는 점,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다는 점에서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차이가 있다. 손상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혈관성 치매 환자들은 병의 초기부터 국소 신경학적 징후를 보이는 경우가 흔하며, 정서 표현이 둔해진다거나 주변 환경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무관심해지며 의욕이 저하되는 등 우울 증상을 동반할 때가 많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 질환, 협심증 및 흡연 등은 혈관성 치매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이에 대한 조절은 혈관성 치매의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미 뇌졸중을 경험한 환자라면 재발을 억제하여 추가적인 뇌 손상을 방지하는 것도 혈관성 치매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하는 데에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다(대한노인정신의학회, 1998).
• 사지의 마비나 약화
• 발음 및 구음 장애
• 언어 장애
• 느리고 둔한 동작
• 중심 잡기의 어려움
• 손발의 저림
• 연하(삼키는 기능) 곤란
• 잦은 사래 걸림
3.3 전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전측두엽 치매는 전측두 부위의 퇴화가 원인인 피질성 치매의 한 유형으로 이 역시 점진적으로 서서히 진행되며 알츠하이머형 치매와는 달리 일반적으로40-65세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나타나며 75세 이후의 발병은 드문 것이 특징이다. 또한, 초기에는 기억력이 비교적 유지되지만 행동 및 성격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다. 전측두엽 치매의 아형으로는 행동 증상(behavioral variant) 아형, 의미 치매(semantic dementia) 아형 및 진행성 비유창성 실어증(progressive nonfluent aphasia) 아형 등이 있다.
행동 증상 아형은 사회적 행동 및 성격에서의 변화가 뚜렷한데, 이 아형은 우반구 전측두엽 치매에서 주로 발견되며 안와내측(orbitomesial) 전두부의 위축, 신진대사 감소 등과 관련이 있다(Hodges, 2007). 이 아형의 환자들은 자신이 처해 있는 사회적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능력, 행동 통제 및 억제 능력이 약해지고 충동성이 증가한다. 또한 사고가 경직되고 융통성도 저하된다. 주변 상황, 상대방의 입장이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한다든지 제멋대로 행동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심하게 고집을 피운다.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격하게 화를 내고 심할 경우 공격적, 폭력적 행동을 보인다.
점잖던 사람이 염치나 예의가 없어져서 저속한 농담, 욕설 등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기도 하며, 충동성의 증가는 성욕 증가, 성적인 행동의 증가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이전과는 달리 폭식을 한다든지 단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등 식습관, 음식 선호도의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밖에도 반복적, 의례적, 상동증적, 강박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주변 상황, 주위 사람들에 대해 무관심하고 정서적으로 냉담한 것도 특징인데, 가족이 실패나 위기에 처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하거나 경사스러운 일에도 무심한 듯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자기 관리에 대한 무관심, 자발성 결여가 나타나 실제로는 스스로 할 수 있는데도 잘 씻지 않는다거나 평소 하던 취미 활동이나 대인 관계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들이 얼핏 보면 우울증처럼 비치기도 한다.
의미 치매 아형은 다른 치매와 달리 일화 기억, 자서전적 기억 등은 상대적으로 유지되는 반면, 언어 표현 시 단어 찾기의 어려움이 두드러지며 어휘의 양과 말의 내용이 빈약한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적합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저기”, “그거”와 같이 모호한 대명사, 비슷한 의미의 다른 단어 또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언어 이해와 관련해서도 전반적인 문맥에서 드러나는 단서를 통해 대략 알아들을 뿐,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는 단어에 대한 지식을 포함해 세상에 대한 지식 체계, 즉 의미 기억의 손상을 반영한다.
의미 치매는 좌반구 전측두엽 치매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측두극과 하측두 영역의 위축과 관련이 있다. 의미 치매 아형 역시 의례적인 행동, 강박 행동, 식습관이나 음식 선호도의 변화, 정서적 부적절성 등을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양측 전측두엽이 손상된 경우에는 식욕과 성욕을 비롯해 충동 및 욕구 조절의 현저한 장애가 특징인 클뤼버-부시(Kluver-Bucy) 증후군을 보이기도 한다.
의미 치매와는 달리 진행성 비유창성 실어증 아형은 말의 산출 능력이 손상되어 말을 머뭇거리며 느리게 하고 발음상의 오류나 문법적 결함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자발적인 언어 표현의 양도 줄어든다. 이 아형은 시공간 처리 능력, 언어 이해력, 기억력 등은 상대적으로 유지되지만, 언어 표현력이 떨어져 언어 기억력 검사에서 수행이 저조할 수 있다. 영상학적 연구 결과, 이 아형의 경우 전측 뇌섬(insula)을 포함한 좌반구 전두엽의 위축, 대사량 저하 등이 발견되었으며 피질 기저의 퇴화(corticobasal degeneration)와도 관련이 있다(Hodges, 2007; Lezak et al., 2012).
3.4 기타 치매
1) 헌팅턴병에 의한 치매: 헌팅턴병(Huntington disease)은 유전되는 진행성 신경 질환으로 선조체와 담창구 일부에서 GABA성 뉴런이 파괴되면서 불수의적이고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운동 장애가 핵심 증상이다. 헌팅턴병은 일반적으로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에 발병하고 14-17년 후에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Banichi, 2004), 70대 이후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우울증, 편집형 망상, 반사회적 행동 양상의 점진적인 성격 변화 등도 흔히 동반되며 신경심리학적 기능 저하도 나타난다. 특히 주의력, 전두엽 기능, 시공간 처리 능력의 저하가 두드러진다. 기억력의 경우 주의 집중력, 효율적인 정보 조직화의 어려움으로 자발적인 회상에 어려움을 보이지만 재인은 대체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알츠하이머형 치매와는 차이가 있다.
2) 파킨슨병에 의한 치매: 파킨슨병은 도파민성 뉴런을 생성하는 흑질과 청반의 이상으로 인해 기저핵과 전두엽으로 이어지는 도파민성 투사에 문제가 초래되는 신경학적 장애로 운동 서행, 사지의 진전(tremor), 근경직, 보행 장애 등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운동 기능의 이상뿐만 아니라 정보 처리 속도의 저하, 실행 기능의 저하, 기억 인출의 장애 등 인지 기능의 저하가 나타난다.
3) 루이소체병에 의한 치매: 파킨슨병의 경우 흑질, 청반 등에 국한된 루이 소체(Lewbodies)로 인해 도파민의 변성이 나타난다면, 루이소체병은 흑질뿐만 아니라 피질 영역 전반에 걸쳐 이와 같은 도파민성 뉴런의 변성이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이다. 루이소체병은 파킨슨병과 피질성 치매인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결합된 양상의 운동 장애와 인지 장애를 보인다. 일례로, 사지의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경직, 운동 서행 등 파킨슨병과 유사한 운동 장애를 보이는 한편, 알츠하이머형 치매보다는 기억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기는 하지만 주의력, 시공간 처리 능력의 손상이 현저하다. 또한 섬망이 동반되기도 하며, REM 수면 단계에서의 행동 문제, 정동의 불안정성, 정신증적 증상 등을 보이기도 한다.
3.5 가성 치매 (pseudodementia)
뇌의 구조적, 기능적 손상과 관련성이 적으면서도 다른 정신의학적 원인에 의해 치매와 유사한 인지 기능 저하 및 일상 생활 기능 저하를 보이는 경우를 가성 치매라고 하며, 히스테리성 가성 치매(hysterical pseudodementia)와 우울성 가성 치매(depressive pseudodementia)가 대표적이다(Hodges, 2007).
1) 히스테리성 가성 치매: 명확히 확인되는 신경학적, 의학적 원인 없이 갑작스럽게 현저한 기억력 및 인지 기능의 저하가 나타난다. 특히, 알츠하이머형의 전형적인 경과와는 달리 초기부터 자신의 신상 정보를 포함해 과거 생활 사건에 대한 정보를 극적으로 망각한다. 일반적으로 사별, 결별, 파산, 법적 분쟁과 같이 급격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와 같은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난다. 이들은 이러한 급격한 인지 기능 저하를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자신의 증상에 무관심할 때가 많으며, 인지 기능 검사에서 정답에 가까운 오류를 범하는 간서 증후군(Ganser’s syndrome)을 보이기도 한다. 법적인 문제에 연류되어 있을 경우 꾀병과의 감별이 중요하다.
2) 우울성 가성 치매: 노인성 우울증의 경우 슬프고 우울한 기분보다는 의욕 감퇴, 활동량 감소, 무기력, 피로감, 불면, 정신-운동 속도의 저하, 정신-운동 초조, 주의 집중력 저하 및 기억력 저하와 같은 신체적, 인지적 양상이 많이 보고되며, 이로 인해 치매로 잘못 진단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치매와 우울증의 감별이 대단히 어려울 뿐만 아니라 두 장애가 공존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울증으로 인한 기억력 및 인지 기능 저하는 우울 증상의 호전에 따라 회복이 가능하다. 또한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라 하더라도 우울 증상을 보일 경우 우울 증상이 호전되면 인지 증상 역시 다소 완화된다. 우울증의 치료 후에도 인지 기능 저하가 지속된다면 치매일 가능성이 높다.
구분 | 알츠하이머형 치매 | 우울증 |
---|---|---|
진행 경과 | 서서히 발병, 서서히 진행 | 급격히 발병, 빠르게 진행 |
인지 기능 검사에서의 수검 태도 | • 인지 기능 저하에 무관심 | • 인지 기능 저하 과장 |
사회적 기능 및 임상 양상 | • 초기에는 기능 저하 심하지 않음 | • 초기에는 기능 저하 심함 |
전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치매 발병의 예측 인자를 밝히는 것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치매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장년층과 노년층의 인지 기능 저하를 나타내는 다양한 용어가 등장했고 치매와의 관련성을 밝히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노화에 의한 인지 기능 쇠퇴(age related cognitive decline, ARCD)는 객관적인 인지 기능 저하의 증거가 있지만 해당 연령의 정상 범위 이내에 해당하는 정도인 경우를 일컫는다. 이에 비해 경도 인지 장애는 치매의 전임상(subclinical) 단계로 여겨지며 치매 조기 발견 및 예방 측면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노인 자신 또는 보호자, 간병인 등의 정보 제공자가 기억 문제를 포함해 인지 기능 저하에 대한 불편감을 호소하며 신경심리 검사를 통해 인지 기능 저하의 객관적인 증거가 발견되기는 하지만 일상생활 기능이 상대적으로 유지될 때 경도 인지 장애로 본다.
초창기에는 경도 인지 장애의 특징을 명백한 기억력 저하를 보이되 다른 인지 기능은 대체로 유지되는 것으로 여겼으나, 근래에는 기억력 저하에 국한하지 않고 뇌의 노화 과정에 따라 임상 전 단계의 인지 기능 저하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아래 그림과 같이 하위 유형을 분류한다(Petersen, 2004). 연구자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경도 인지 장애로 진단받은 대상자 중 10-41%가 1년 안에 치매로 이환된다는 보고가 있다(안창일 등, 2010).
경도 인지 장애와 관련해 DSM 체계에서의 분류를 살펴보면, DSM-IV에서는 “부록 B. 앞으로 연구를 위해 제안된 진단 기준과 축”에 ‘가벼운 정도의 신경인지 장애(mild neurocognitive disorder)’로 제시했으며, DSM-5(2013)에서는 ‘신경인지 장애(neurocognitive disorder)’의 범주 아래 ‘가벼운 정도의 신경인지 장애(mild neurocognitive disorder)’로 분류하고 병인에 따라 각각의 아형(subtype)을 세분화했다.
A. 다음에 근거해 한 가지 또는 그 이상의 인지 영역(복합 주의력, 실행 기능, 학습 및 기억력, 언어 능력, 지각-운동 기능, 사회 인지)에 대해 이전의 수행 수준보다 경미한 인지 기능 저하의 증거가 확인되어야 한다.
(1) 환자 자신, 환자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정보 제공자, 또는 임상가가 인지 기능의 경미한 저하가 있음을 염려함.
(2) 표준화된 신경심리 검사 결과, 또는 그렇지 못할 경우 수량화할 수 있는 임상가 평정을 통해 인지적 수행에서 경미한 손상이 확인되어야 함.
B. 인지적 결함이 독립적인 일상적인 활동 수행을 방해하지 않는다(예를 들어, 물건 값 지불, 투약 관리와 같이 복잡한 도구적 일상생활 활동은 유지하지만, 상당한 노력, 보상 전략, 또는 편의 도구 등이 필요할 수 있다).
C. 인지 결함이 섬망의 맥락에 한정해 발생하지 않는다.
D. 인지 결함이 다른 정신 장애(예를 들어 주요 우울 장애, 조현병)로 더 잘 설명되지 않는다.
원인에 따라 세분화할 것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전측두엽 퇴화(Frontotemporal lobar degeneration)
루이체병(Lewy body disease)
혈관성 질환(Vascular disease)
외상성 두뇌 손상(Traumatic brain injury)
물질/약물 유발형 (Substance/medication induced)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감염 (HIV infection)
프리온병(Prion disease)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
다른 의학적 상태(Another medical condition)
다양한 병인(Multiple etiologies)
불특정형(Unspecified)
집필 : 이원혜(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