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쓰기 그리고 살기
작문의 '작'은 작업할 때 '작'과 같은 말이다. 무엇인가 이루어내고 거두어들이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 곳 작업이다. 작문은 글을 가지고 뜻깊은 것, 보람된 것을 작성하고 제작하는 것이 된다.
앙드리 말로의 <인간의 조건>
중국의 1920년대 분쟁과 전쟁 등으로 자살 혹은 처형당하는 인물들의 비극을 다룬 작품
'인간이란 그가 행하는 바의 것이다.'
인간은 누구든지 자신이 하는 나름대로 자아의 처지며 운명을 만들어가는 것을 가리킨다. 각자가 행하는 바를 따라 자기를 만들어가는 존재다. 이것이 공부이고 배움이다.
현대에는 스마트폰으로 읽고 쓰는데, '찍고 읽기'와 '훑어 읽기'를 한다. 단숨에, 단 눈결에 수많은 페이지의 정보 또는 그림을 보고 읽게 된다. 읽기가 통신이고 소통이 되었다. 글짓기도 한순간에 읽기를 겸하게 되었다. 찍는 순간 글짓기가 되고 다른 사람이 읽게 된다. 사람의 존재도 디지털화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읽기는 주로 정보를 얻는 것이다. 정보란 짤막하고 단순하다. 실용성은 높지만 단편적이다. 이런 정보 읽기에 익숙해지면 읽기를 오래 못하고, 머리가 단순해지며 생각 또한 단출해진다. 오늘날 읽기를 하지 않는 이유가 이것이다. 디지털 읽기, 스크롤 읽기, 스마트폰 읽기에서도 정성을 들여 독서를 해야 한다.
'주경야독'이라는 말의 의미는 낮에 일(노동) 하고 밤에 책을 읽는다는 말이다. 생업이 중요하기에 낮에 해야 하고, 밤에는 책을 읽는다는 것인데, 반대로 독서가 생업만큼 중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생업과 독서가 맞먹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여가만 있으면, 틈만 나면 책을 읽었다.
'책을 본다', '신문을 본다', '잡지를 본다'에서 '본다'라는 의미는 영어로 'I see', 국어로 '알았다'라는 뜻이다. 다시 '알았다'라는 말은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라는 말이다. 책 읽기는 결국 책을 읽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고전은 클래식이라고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공자 같은 사람들의 책이나 말이 해당된다. '전'은 법전에서 전과 같다. 법칙, 마땅히 이렇게 저렇게 하는 법이라는 의미도 된다. 전적(고전 서적)은 사람들이 모범으로 받아들일 가르침으로 가득한 책을 의미한다.
이런 르네상스 이전과 이후에 크게 달라졌다. 조화, 통일, 균형, 명석함, 이성 등으로 대표되는 고전주의에서 자유로움, 개성, 열정, 상상, 다채로움 등의 낭만주의로 변화되었다.
정신보다 영혼, 머리보다 가슴, 이성보다 감성이나 감정에 의한 상상력에 치중하는 낭만주의다. 이는 현실을 넘어선 공상, 꿈의 세계, 신비를 동경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 내면, 강한 개성 등을 존중하게 되었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다시 사실주의, 자연주의가 등장했다. 시민의 등장과 연결된다. 규범을 읽는 고전주의, 영혼과 내심을 읽는 낭만주의, 리얼리즘으로 변하면서 사회현상을 읽기 시작했다. 작품 자체를 읽기 시작했다. 작품의 꾸밈새, 조직이 관심 대상이 되었다. 심리학에서도 기호와 텍스트 자체가 주요해짐에 따라 형식주의 이어서 구조주의가 강조되었다.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이마저도 변한다. 스크롤, 자유로운 이동, 한꺼번에 다수 페이지가 순식간에 연속으로 보인다. 그래서 급해지고 빨라진다. 깊이와 해석을 피해 간다. 날림 읽기다. 또, 주로 정보 위주로 전달된다. 그러다 보니 짧다. 정보의 짜임새, 꾸밈새가 돋보인다. 생각이나 사고, 무게가 들어설 틈이 없다.
급기야 생각도 경솔해지고, 성격에도 영향을 미쳐서 인스턴트 인생이 판을 친다.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소통을 함에도 결국 혼자다. 대중 속의 고독, 군중 속의 소외, 뭔가를 계속 주고받고 어울리지만 끝내 혼자다.
호모 핑거, 손가락 인간
그러에도 인터넷은 엄청나다. 2011년 이집트의 민중 승리 사례에서는 인터넷이 수소폭탄보다 더한 무기가 되었다.
생각한다는 것은 말하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말하는 것이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이 소리 없는 말이다. 말 없는 생각은 절대로 없다. 수사학이라는 학문도 처음에는 말하는 것을 잘 하는 쪽으로 발전했으나, 현대 수사학은 글을 잘 쓰는 방향으로 간다. 연설도 준비된 글을 읽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어로 교양을 휴머니티즈 humanities라고 하는 것은 인간성, 곧 사람됨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필독서는 머리를 위한 것이고, 교양서는 머리를 작용하면서 가슴을 뿌듯하게 만드는 책이다. 시, 소설, 수필 등 문학작품, 철학, 역사책 같은 것들이 해당된다.
글 읽기의 전략
1) 대의 읽기 : 글이 요점, 글의 부분들의 이음새
2) 문단 사이의 관계를 잡아내기
(1) 문단은 발전(-), 보충(~), 동격(=)으로 3가지이다. 발전은 앞문단을 발판 삼아 다른 주제나 의견을 써내고, 보충은 앞 문단을 뒷받침해 준다. 동격은 앞 문단과 같은 내용이거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다. 3단 구성을 하면 총 9가지 형태로 구분될 수 있다. 4단 구성은 이것보다 더 복잡하게 구성된다.
3) 문단의 주제문 잡아내기
4) 키워드 꼬집어 내기 : 요약을 깔고 글 전체의 키워드를 짚어낸다. 제목으로 삼을 수도 있다.
※ 정리 : 대의 잡기 - 문단 이음새 잡기 - 문단 주제문 잡기 - 요지 잡기
글은 권력의 도구이다.
글을 쓰는 사람 자신의 주장과 생각을 남들에게 내세우기 위한 구실을 한다. 심지어 억지로라도 남들에게 덮어씌우기 위해서 글쓰기가 활용되기도 한다. 어쩌면 글쓰기는 자기선전, 자기 과시를 목적으로 삼게 된다.
'어때, 내 생각이!'
'이래도 내 말 안 믿을 거야!'
'나 여기 있소!'
하고 부르짖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자기가 자기임을 확인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기 인식, 내가 나임을 확인하는 일!
남들 앞에 우쭐대기 보다 먼저 자기를 자기로 인식시키고 인정하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 각자는 비로소 내가 되고 주체가 된다. 내가 스스로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길, 그게 글쓰기이다.
글쓰기를 통해 우리 각자는 '세계 내 존재'가 된다. 남들과 어울리고 세상과 더불어서 하나가 된다. 내가 사회 속에서, 또 세상에서 남과 더불어 사회인으로서, 심지어 세계인으로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
글을 쓰는 순서
1) 발상 및 구상 : 소재, 주제, 키워드
(1) 친숙한 소재로
(2) 용도, 속성, 통계, 사회 모습, 환경, 효과, 역할, 비유 등 다방면으로 생각해 본다.
2) 개요(out line) 그리기 : 도입 - 발전 - 매듭
3) 어떤 독자를 상대로, 무엇을 말하기 위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네 가지 글로 구분
: 논증, 설명, 묘사, 서사
(1) 논증 : 글쓴이의 생각과 주장, 정당성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
연역법, 귀납법 등 명쾌하고 간결하게, 이음새에 접속부사, 부사 어구 등 표시, 논리적으로 마지막이나 결론은 강하게 강조해라. 논설, 광고, 카피, 논문 등
(2) 설명 : 정보나 경과, 사건을 세세하게, 구체적으로 풀이하는 글, 6하 원칙
(3) 묘사 :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온몸의 감각으로 느끼 것, 그림 그리듯이 인상을 쓰는 글
(4) 서사 : 사건을 엎치락뒤치락 스토리를 펼치는 글, 갈등 - 발단 - 경과 - 결말,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