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맞는 트랙경기.
2002년 도민체전에 참가한 뒤로 대축전을 비롯 몇번 달려본 종목인데 최근에는 2010년 부산대축전 이후 3년 만인 것 같다.
지난 겨우네 스피드와는 담을 쌓고 지냈다가 최근 들어서 겨우 부상의 언저리에서 벗어나고 있는 판이라 스피드를 생명으로 하는 트랙경기에 참가 한다는 자체가 엄청나게 큰 부담.
기록이나 순위의 문제는 둘째 치고라도 간신히 안정화가 되어가는 부상이 도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에 연습하는 동안 단 한차례도 1500을 다 달려보진 않았다.
400 위주로 몇차례 달리는 감각만 찾아보려 했을 뿐.
이번 도민체전은 고향인 김제에서 열리는데 공교롭게도 이 대회에선 처음으로 고향팀의 선수로 참가하게 된다.
그간 10년이 넘게 역전마라톤에선 김제 선수로 참가했지만 도민체전은 한동안 내가 전주팀 선수조직을 이끌고 있었고 그 뒤로도 대회관계자로 노가다만 했을 뿐인데...
그런 대회니까 몸 상태가 어느정도 되는 상태로 달리게 되었으면 좋으련만 아쉬움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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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도착한 김제공설운동장, 아침부터 햇살이 강렬한 가운데 두가지 일을 한꺼번에 준비한다.
대회 관계자의 신분으로 여기저기 잡일을 하다가 유니폼과 배번을 받고선 선수로 전환, 운동장 주변의 도로에서 워밍업을 하는데 날씨가 워낙 덥고 햇살이 어찌나 강한지 몸이 준비 되기는 커녕 점점 더 늘어지는 듯.
아무래도 어제 오후에 달린 것이 득보다는 실이 컸나보다.
4분 언저리의 페이스로는 상당시간을 달려도 별다른 데미지가 없는데 그보다 빨라진 속도에는 몸이 받쳐주질 못해 다리 뒷근육에 후유증이 남는다는 것.
괜한짓을 했나보다!
그냥 조깅만 하고 살짝 숨이나 트일 것을...쩝!
11시30분에 남자 일반부 1500경기가 시작되는데 출발점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니 딱 두갈래로 나눠진다.
한가락 해본 놈과 그렇지 않는 놈.
출발점에서 선 자리 또한 엘리트 물을 먹어본 여섯명은 앞줄에 서고 나머지는 한발짝 뒤에서 우르르~
예전 생각은 잊어버리고 지금 몸이 가능한 수준으로만 달려야 된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그 페이스에 맞춰 트랙을 돈다.
랩타임 1'20"로 달리게 되면 최종기록이 딱 5'00"가 나오는데 그것이 지금의 내가 달릴 수 있는 최고치일테니 거기에 맞춰~
초반 2바퀴까진 놀아본 물이 다른 6명 이후로 범버쿵들 중에선 맨 앞에서 갔는데 3바퀴째 두사람이 앞질러 가더니 점점 거리를 벌린다.
추가로 추월을 허용하지 않은 정도로 경기를 마감 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피니쉬 라인을 지나는데 기록원들이 5'08"라고 불러준다. 순위는 8위.
몸 상한데 없이 무사히 마친 것으로 만족.
하지만 사람들 많은데서 좀 챙피한 감은 없지가 않다.
이게 다 좋은 추억이 될 것이고 몸이 회복되는대로 훈련할 의지를 키워주는 약이 될게다.
점심을 먹고선 원평으로 건너가 장년마라톤 경기를 진행하기 위해서 또다시 땡볕 속 노가다 시~작!
5Km 로드레이스로 펼쳐지는 이 경기는 각 시군에서 남자 일반 5명, 여자 3명, 그리고 중학생 5명이 함께 달려서 각 부분별 순위를 메기는 방식인데 '달리기 좀 합네!' 하는 모든 선수가 날려놓고 인간경마(?)를 펼치는 판이라 참으로 흥미롭다.
대회 주로를 정비하고 돌아온 다음엔 싼타페를 몰고 유도차량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룸미러를 통해 선수들의 달리는 장면이 생생히 전해온다.
선두권의 순위싸움을 지켜보며 '이것을 동영상으로 찍을 수만 있다면 대박일텐데!'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선두가 너댓 차례나 바뀌는 치열한 접전 끝에 최후에 승자는 김상기 선수가 된다.
참고삼아 선수들의 순위를 기록해 놓자면
1위 김상기 (정읍) 17:21
2위 류진석 (순창) 17:33
3위 김동규 (익산) 17:37
4위 안계원 (전주) 17:45
5위 김재복 (군산) 17:48
진재덕, 나종태, 전준수, 김갑수, 박성우
윤석빈, 강진기, 김승형, 신하길, 유정종
박일훈, 김정연, 이용현, 한승옥, 곽정호
최석기, 김동준, 이승현, 신용비, 박여송
박진수, 이은은, 윤석노, 김형근, 전상면
정준호, 구연서, 김상필, 정복원, 홍성호
이흥식, 최용준, 공종식, 최종섭, 서종오
경기를 마치고 현장에서의 정리가 끝난 뒤 전주로 넘어오는 길에 오리알터 금평저수지에 들러 잠시 숨을 돌리고 삼천동에서 민물매운탕으로 뒷풀이.
그리고 집에 돌아가선 자정이 될때까지~
일요일에도 김제 운동장에서 강풍과 햇볕에 시달리며 경기진행.
전주로 돌아와선 컴퓨터 세팅에 저녁 술한잔과 뒤풀이까지~
에구 핑핑 돌아가는 주말과 휴일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