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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차이나반도 중에서 태국의 방콕과 캄보디아의 씨엠립, 그리고 베트남의 호치민 무이네 나트랑 다낭 호이안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아내인 챠밍여사와 함께한 15박 16일간의 여정이었다.
본래 이번 여행은 금년 5월 터키의 이스탄불을 거쳐서 그리스 아테네와 산토리니까지를 계획한 여행이었다. 그런데 아내의 건강이 나빠지더니 급기야 발을 다치기까지해서 어쩔 수 없이 다음으로 미루어야만 했었던 일이 있었다. 차차 회복의 기미가 보여서 지난 6월에 항공권 티켓팅을 하려는데 갑자기 챠밍여사가 이번여행은 동남아로 가고싶다고 거듭 요청하기에 급거 항로를 방콕으로 들어가 다낭에서 나오는 방향으로 선회를 했다.
'부탁이 있어.'
항공권을 구입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었다.
아주 진지한 표정의 챠밍여사 앞에서 순간 나는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때고 요구 내지는 하명을 하시면 그저 순순히 따르는 편인 우리의 관계속에서 새삼 '부탁'이라는 표현이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하고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는 나에게 씨익 웃으며 아내가 말했다.
'난 바램이 있는데...... 우리 아들의 마음속에 예쁜 엄마의 모습으로 아주 오래오래 기억되고 싶어. 그래서...... 내가 예쁘게 나온 사진들을 모아서 작은 한권의 사진첩으로 만들어서 하늘나라로 떠날때 꼭 아들에게 건네주고 싶어. 그러니까...... 당신이 좀 도와 줘. 당신 사진 좀 찍잖아? 이제까지는 사는게 바빴는지 힘들었는지 그런 생각을 못했었더랬어. 그러니까 더 늦기전에 내 모습을 조금이라도 예쁘게 남길 수 있게 도와주었으면 해.'
수많은 생각들이 내 가슴속을 휑하니 뚫고 지나갔다.
여자란.......
엄마란.......
인생이라는게.........
그래서 그날부터 새로운 구상에 고심을 거듭했다.
view.
오로지 뷰다. 나이스 뷰를 찾자.
나의 여행은 주로 죽어라 걸어서 역사와 문화를 찾는 여행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이제부터는..... 적어도 이번만은 뷰(view)다.
하여 애초부터 이번 여행을 (챠밍여사의 인도차이나 화보촬영 여행)이라고 소제목까지 만들어 놓고 시작한 여행이었다.
초입의 프로필 사진 한장만 봐도 어느정도 짐작이 되지 않겠는가?
어느 여성잡지의 표지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만 같은 저런 사진 한장만 남겨주어도 이번여행의 목적에 소기의 달성이 아닐까?
갓 첫돌을 지낸 윤태리의 할머니 챠밍여사.
57세의 연세에 경의를 표하면서 위 사진을 바칩니다.
ㅋㅋㅋ
그리고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이번 여행기의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이 여행기는 한사람만을 위한 지극히 개인적인 화보촬영기란 느낌이 강해져만 갈것이다.
하지만 한번쯤 보아줄만 하진 않을까?
혹여...... 태국. 캄보디아.베트남에 가시면........ 영상이 아름다운 곳에 찾아가셔서.......
저희보다 아름다운 사진 찍으실 수 있도록 팁을 나누어 드리는 안내서 정도로 여겨주심........
우리의 관심과 바램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손녀 윤.태.리.
요녀석을 그냥 여행용 가방에 폭 싸서 데려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행중에도..... 언제라도....... 녀석은 항상 우리의 화제.........
두 돌만 지나면 엄마 아빠 품을 떠나 할아버지 할머니와 여행을 할 수 있을거라는 챠밍여사의 말에 어서 어서 그날이 오기만을.......
요녀석의 기억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아름답게 남겨줄 수 있는 여행지는 과연 어디가 있을까?
할머니는 아들의 기억에 오래오래 남고 싶다는데....... 할아버지는 태리의 기억속에 오래오래 남고 싶어요.........
손녀 윤태리의 돌잔치가 있고나서 사흘 지나 우리는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방콕으로 가기 위해서.......
그간의 모든 여행은 달랑 비행기표 하나만 가지면 나머지 모든것을 현지에서 그때그때 해결하는 방식의 완전 자유여행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사전에 약간의 준비와 한 두가지 사전 예약도 갖춘 스케줄이 따른 여행이었다. 챠밍여사를 위해 약간의 배려가 따른것일 뿐, 여전히 우리의 여행은 각자가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서 하는 여행이다. 로컬버스를 타고 수상보트를 타고 걸어서 국경을 넘고...... 모든것을 스스로 해결한다.
거기에다 해외여행하면서 면세점 쇼핑에 올인하다시피 하는 여행자들을 거의 혐오의 수준으로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나는 여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에선 현지인과 외국여행자들과 맘껏 부딪치고 정을 나누고 마음과 문화를 나누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엔 결코 인색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다섯시간의 비행시간을 기꺼이 감수해 냈다.
카오산로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번째 다시 찾는 카오산이지만 나는 그다지 여기 카오산의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다는 표현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쉽게 적응되지 못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겠다. 카오산에 오면 나는 항상 씨엠립의 펍스트리트가 그리워진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이야기 할때면 왜 (방콕) (방콕) 하는지를 모르겠어'라는 챠밍여사를 위해서 한번쯤 다녀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곳일 뿐이다.
그리고 결론적인 챠밍여사의 느낌과 소감은 실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다루게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카오산로드의 한가운데 (리카인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카오산의 밤문화에 젖어들기도 하고, 짜오프라야강의 디너쿠르즈에 올라 강을 오르내리며 야경에 흠뻑 취해보기도 했다.
방람푸와 카오산과 람부트리를 포함하는 방콕의 올드시티를 거의 걸어서 투어를 했다.
메끌렁마켙(기찻길시장)과 담논 싸두억시장(수상시장)과 짜뚜짝시장(주말시장)도 모두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제 서서히 방콕이 지루해져갈 즈음에 우리는 룸피니공원 옆에서 출발하는 카지노 버스에 올랐다.
태국의 아란 국경을 통과해 캄보디아 국경에서 비자 신청을 했다. 그리곤 뽀이펫을 거쳐 씨엠립에 도착했다.
앙코르 유적군이 우리를 반겨준다.
씨엠립은 언제나 정겹다.
앙코르는 언제나 처럼 변함이 없이 그자리에 있었다.
잠엄함. 신비로움. 경외심. 그리고 어떤 그리움과 아련한 아픔들이 묻어나고 있다.
숲에 들어서서 앙코르 유적들을 만나면 나는 언제나 가슴이 설렌다. 아무데라도 그냥 드러누워 이대로 마냥 잠들고 싶어진다.
나.는.앙.코.르.가.마.냥.좋.기.만.하.다.
앙코르 투어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씨엠립에서 정말로 정말로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알.럽.씨.엠.립.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베트남 호치민(사이공)까지 가는 다이렉트버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갔었다. 그런데 어디에도 다이렉트버스는 없었다. 운영상의 문제로 해체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결국 우리는 호치민까지 8시간이면 갈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고 프놈펜을 거쳐 13시간이 걸리는 익스프레스 버스를 이용해야만 했다. 주간 이동이라 주변경관을 구경하며 갈 수는 있었으나, 씨엠립 출발때의 미니버스 상태와는 달리 프놈펜에서 바꿔탄 익스프레스 버스의 상태는 그다지 썩 좋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힘이 들었다.
호치민 여행자거리 골목 안쪽에 위치한 호텔은 나에게는 천국이었으나 챠밍여사에게는 첫느낌이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좁고 가파른 계단으로 5층(우리나라로 치면 6층)을 오르내려야만 했으니 말이다. 더우기 그 방은 내가 특별히 부탁을 해서 얻은 방이었다.
ㅎㅎㅎㅎㅎㅎㅎ
뭐라 딱히 표현할 길이 없을만치 뷰(풍광)이 빼어났던 6층의 그 방....... 낮은 낮대로. 새벽과 저녁은 또 그대로..... 야경은...... 와!!!!!!!!
침대에 그대로 누워서 너른 창문을 통해 내다볼 수 있는 시시각각 같기도 하고 또 다르기도 한 도심의 뒷모습 풍경들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진다.
너무나 멋졌다. 결코 잊지못할 숙소였다. 결국엔 챠밍여사도 이 멋진 풍경에 빠져들어 6층의 계단길을 기쁘게 감수했다.
호텔을 나서면서 부터 여기나 저기나 펼쳐지는 여행자거리 특유의 분위기........
우리도 그들 사이에 뛰어들었고 함께 그 분위기에 흠뻑 취했다.
그렇게 시작한 호치민(사이공)..........
'여기요?'
'생맥주 두 잔이요.'
'없어요?'
'그럼 사이공 두 병에다 얼음이요.'
업소마다 (하이네켄)(버드와이저)를 팔려고 도우미까지 두고 열심이다. 그것마저 안되면 (타이거)를 굳이 권하는데......
챠밍여사..... 오로지 생맥주다.
없으면 사이공 맥주를 얼음 가득한 비어잔에 따라서 마시는것에 필이 꽃혔다. 고놈시 사이공이 맛이 다른것보다 어쩌고 저쩌고 하다나..........
안주는 무이네에서 먹은 코코넛 소스가 들어간 가리비 비비큐...........
떠나오는 날까지 못잊어서 찾고 또 찾던 무이네표 (가리비 구이)......... 우리의 먹방 또한 참으로 위대했다.
알.럽.베.트.남.먹.방.
호치민 투어 또한 모조리 걸어서 완주.
그 무더위 속에 걷다가 지치면 길거리표 쓰어다(아이스 커피)...... 또 걷다가 지치면 아무 카페나 들어가 커피나 사이공 맥주.......
통일궁. 노틀담 성당. 중앙우체국. 벤탄시장........ all pass.......
참 씩씩한 챠밍여사...... 잘 걷는다. 잘도 싸돌아 다닌다......... ㅋㅋ
챠밍여사가 처음 접하는 슬리핑버스.......
신통방통 여간 재미있어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무이네로 가는 5시간의 슬리핑버스 여행이 전혀 지루하지가 않나보다. 그것은 곧바로 다음날 무이네를 떠나 나트랑(나짱)을 거쳐 호이안으로 향하는 장 장 17시간의 야간 슬리핑버스 여행에서도 여실히 그대로 드러난다.
무이네 에서의 오토바이 투어.
1박2일간의 무이네 여행은 온통 렌트한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다.
화이트 샌드. 레드 샌드. 피싱 빌리지. 요정의 샘물.
그리고 마지막 여행지로 찾은 호이안과 하루 다녀온 다낭........
챠밍여사가 가장 만족해 하고 즐거워했던 '바나 힐'. 바나힐은 정말로 동남아 속(베트남) 프랑스 였다. 뷰가 예쁜 화보촬영의 최적지 였다.
마지막 사진은 내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장소는 다낭시내 한시장(cho han)이 건너다 보이는 리버사이드 공원이다.
여기서 나는 챠밍여사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달러와 환전한 돈(내가 가진 경비 전부)이든 지갑을 아내의 손에 쥐어주면서 마음껏 혼자 쇼핑할 시간을 한시간 주었다. 길건너 한시장에 가서 마음껏 쇼핑할 기회를 주겠다고....... 이 자리에서 한시간 기다리겠다고....... 아내를 길건너 한시장 입구까지 데려다 주고 와서 기다리고 있는 중.........
한참 지나 챠밍여사가 돌아왔다.
무엇을 샀을까?
답은 여행 후기에...........
챠밍여사를 기다리면서 내 생각은 오로지 하나........ 다음의 유럽여행.........
우린 다음에 유럽으로 간다.
무조건 이스탄블을 기점으로 삼고...... 그리스. 이탈리아. 몰타. 모로코........ 어디든지........
인도차이나 여행을 시작하면서................ 피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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