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자동차의 방문을 마치고 식당으로 향하는 도중, 현대 중공업 홍보실에서
전화가 왔다.당초 2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일정을 3시로 변경하는 것이 어떻겠는지?
아무래도 시간이 촉박할것 같아 제안을 한단다. 여기서도 연로한 방문객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보인다. 중식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으로 연장됨에따라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한 마음 식당에서의 중식은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테이블 당 12 명이(6 명씩
마주보고 앉을 수 있다) 착석 할수 있는 긴 테이블이 넓은 홀 저 끝까지 진열되어
있어 좌석을 마음대로 선택 할 수 있다. 테이블에는 밑 반찬과 불고기 정골용 가스
레인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입장객은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전반 경기를 마치고
쉬는 선수들처럼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많은 대화가 오고 간다. 단 하나 아쉬운 것은
금주. 방문객들에대한 양사의 금기 사항으로 명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대 중공업 본관 입구에 마련된 고 정주영회장 기념관, 아산 기념관은 일행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거인(巨人)의 숨결이 머물고 있는 곳. 현대 조선소의 전경을 본 따
만든 축소판 조감도, 정성들여 진열된 고인의 어록과 사진들은 거인(巨人)의 살아 온
발자취를 극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진주알 같은 고인의 어록은 언제나 되새겨 보아도 마음속에 깊은 감동을 일으킨다.
많은 경험에서 얻어진 진리를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

" 생각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습성을 만들고, 습성은 성품을 만들고, 성품은 인생의
운명을 결정한다 "
" 무슨 일이든 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해 내는 것이다."
" 일을 행동으로 하면 괴롭다. 그러나 마음으로 하면 즐겁다 "
" 담담(淡淡)한 마음을 가집시다. 담담한 마음은 당신을 바르고 굳세고 총명하게
만듭니다."

직원들의 안내로 일행은 홍보실로 안내 되었다. 홍보실의 분위기는 현대 자동차의
그것과 유사하다. 차분하고 아늑한 분위기, 회사의 특별 배려인가? 일행을 맞은
임원들은 용산고 후배들이다. 상무급 부장급 임원들이 모두 용산고 후배들이고 보니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운 분위기다.


상무급 임원의 환영사
" 홍연표 선배님께서 동기생들을 모시고 온다고 해서 무척 놀랐습니다. 홍연표
선배님께서는 울산의 터주 대감으로 고등학교 뿐만 아니라 ROTC 선배이기 때문에
자주 만나서 이것 저것 많은 가르침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많은 동기생들을 모시고
와서 저희 후배들이 이자리에서 선배님들에게 인사를 올리게 된 것을 무척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처럼의 기회이니만큼 세계 제일의 조선소를 잘 보고 가시기
바랍니다. 감사 합니다."

다음 연사는 ROTC 울산지구회 수석 부회장이 등단하여 홍연표 회장에 대한 인간적인
면모와 공적에 대한 찬사를 거듭하며, 존경하는 선배의 동료들이 방문하는 자리를 빌려
인사를 드린다는 내용. ROTC 조직에서도 홍회장의 막강한 영향력을 읽을 수 있었다.

여기서 잠깐, 이번 산업시찰을 위해서 홍연표 회장이 펼친 노고에 대해서 언급을
피 할수가 없다 어떤 행사이건, 그 행사가 성공하려면, 특정인의 배후 협조가 필수
적이다. 이번 행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바로 그 특정인 역할을 해준 사람이 홍연표
회장이다.

우선 울산지역 산업 시찰이 정론화 되었을 때, 그는 성금 3 십만원(산업 시찰 모금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선뜻 기증 했고, 현대 자동차를 접촉하여 환영사를 평소 친분이
있던 부사장이 하도록 교섭 하였고, 현장 검증도 MVP 코스로 하도록 하였으며, 선물도
보통에서 MVP선물로 준비 하도록 막후 교섭을 해 놓고 있었다.

현대 중공업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조선업을 구제하기
위하여 정부에서는 강력한구조조정 지침을 내렸다. 현대 중공업도 6개 분야로
분사하는 과정에 있었가 때문에 회사 분위기가 싸늘하고 외부 방문객에게는 신경조차
쓰기가 번거로운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홍회장은 막후 교섭을 벌려 용산고 후배
임원들로 하여금 영접 하도록 교섭을 하였고, 계획에 없던 선물까지 준비 하도록 주선을
한 것이다. 그의 동기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
후배 임원의 환영사를 듣고보니 갑자기 친근 감을 느낄 수 있었다. 홍보영 영화 상영,
황금색 감사패 증정, 답례로 고급 타올 수령, 등의 절차가 일사 천리로 진행 되었다

홍보용 영화는 그 내용만으로도 이미 일행을 자제할수 없는 충격과 감동에 젖게한다.
현대 중공업이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는 항상 세계 최고, 최초, 최신,
최다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끊임없이 추구하고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다
현장 안내는 버스에 분승한채 직원의 부인이 자원 봉사 차원에서 진행되었다.
아무래도 설명이 미흡한 점이 있어, 필자의 오래 된 기록을 되살려 부언하고자 한다.

현대 중공업 울산 조선소의 총면적은 1천 8백만평, 현대 자동차의 울산 공장 부지,
150 만평에 비하면 그 규모를 가늠 할 수 있다. 입이 절로 벌어진다. 드 넓은 현장에는
사방이 온통 선박 뿐이다. 건조 중인 선박, 내장을 마무리하는 선박, 시운전을 기다리는
선박, 바다 한가운데서 선주에게 인도되기를 기다리는 선박.
선박의 형태도 다양하다. 유조선, 탱크선, 컨테이너 선, 일반 화물선, 현재 눈앞에
건조중인 선박은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분간이 안간다

언젠가 고인이 중동회의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참석함 사장단 임원들에게 들려 준
이야기가 떠 오른다.
" 배를 만드는 것은 어려울 것이 없다. 우리가 하는 건축공사를 .육지에서 수상으로
장소를 옮겨서 건축하는 차이일 뿐이다.."
평소 사물을 평면적으로 관찰하여 구조를 단순하게 해석하는 고인의 탁월한 능력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평면적 사고는 때로는 문제의 해답에 쉽게 접근할수있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설명에 의하면 2016년 말 현재 주인에게 인도된 선박 수 누계는 2 천척을 넘었다고
한다. 창사이래 50년 만에 대형 선박 2천척이라면 1년에 40 척, 매달 3척이상을
만들어 주인에게 인도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파트 한채 지으려면 최소 1년은
걸린다. 그런데 아파트보다 큰 덩치를 한달에 3척씩이나 건조 한다니, 보통 놀랄일이
아니다. 만들고, 만들고,또 만들고, . . . .

버스를 타고 현장 답사를 하던 중 유별나게 시선을 끄는 Dry-dock이 있다. 육상 선박
건조장, 2000년도 초에 세계 최초로 시도 된 육상 선박 건조 공법은 우선 선박 건조
기간을 단축하고 공사 금액을 절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선박 건조는 Dry-dock 에서 건조하여 완성되면 Dry-dock에 물을 채워
바다에 진수하는공정을 밟는다. 이 경우, 가로 x 세로 x 높이, 수만 m3에 달하는 Dock을
만들어야하고 걵조 작업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사전에 설치한다. 뿐만 아니라 작업을 할때는
Dock을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에 작업아 보통 번잡한 것이 아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하였던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주문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dock만으로는 역 부족. 드디어 육상 건조 공법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리라.
건조 방법에도 혁신이 있었다고 한다. 대형 선박 길이는 보통 200m 이상이다. 초기에는
이를 12 불럭으로 분할하여 지상에서 제작한다. 완성 된 불럭은 대형 크레인으로 선체로
옮겨져 다시 조립하게 된다.
기술의 발달로 이 불럭의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12 불럭에서, 6 불럭으로, 최근에는
3 불럭까지 줄어들었다고 한다. 즉, 선체를 3 등분하여 지상에서 만든다는 이야기가
된다.
신기술 개발이 꾸준히 이루어져야만 가능 한 일이다. 고도의 기술로 작업의 단순화,
공기 단축, 원가 절감, 경쟁력의 우위, 세계 제일의 조선소 위치를 유지 할 수 있는
비결인가보다.
일행이 현장에 도착 한 순간, 첫 번째로 느낀 감정은
“ 야! 정말 크다! 높다! 그리고 굉장하다!”
자신이 지금 선체의 어느 부분을 보고 있는지 조차 감지되지 않고 있지만 보이는 모든
것이 어머 어마하게 크다. 남 몰래 자신의 신체 길이와 비교 해 보고는 벌린 입을 다물
줄 모른다.
엄청난 쇳조각이 육중한 크레인에 들려져 이리저리 옮겨지고, 한 쪽에서는 용접공이
푸른 색 불꽃을 틔기며 용접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용접은 로봇이 하나 마무리 용접만은
반드시 실력을 갖춘 용접공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우리는 지금 세계 최대, 최고의 조선소 현장에 와 있는 것이다. 역시적인 순간이다.
손자들에게 들려 줄 수 있는 훌륭한 이야기 소재가 될 수 있다.
보안상의 문제로 사진 촬영이 일제 금지되어 사진 기록을 남길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

현대 중공업의 일정을 마치고 울산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 40분 경, 계획대로
차질없이 진행된것이 천만 다행이다. 울산역에 대기하고 있는 동안 도시락이 배달되었다.
늦은 도착 시간을 우려하여 기차안에서 석식을 해결하면 귀가 시간이 단축된다는 총무이사의
아이디어다.

울산역을 출발 한지 2시간 10여분 후, 수서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7시 15분 예정대로
기차 안에서 도시락 석식이 이루어졌고, 오늘 하루동안의 일과를 곱씹으며 많은 대화가
이루어졌다. 모두의 표정이 밝고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은 것 처럼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수서역 하차 후, 동료들은 무리지어 흩어지며 작별 인사를 나누기에 여념이 없다. 선물
보따리를 들고 멀어저가는 동료들의 어깨너머로 밝은 내일이 보인다.
" 모두들 건강하게 오래 같이 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