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신인문학상 시부문 심사평
---강익수 씨와 김행석 씨의 시에 대하여
시인은 언어의 꽃밭을 가꾸는 사람이며, 시는 언어의 꽃다발이라고 할 수가 있다. 언어의 꽃다발에는 수많은 사람과 사람들이 그 향기를 따라 몰려오고, 언어의 꽃다발은 영원히 시들 줄을 모른다. 꽃이 모든 생명들의 결정체이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시 역시도 시인의 생명의 결정체이기 때문에 아름답고 그 향기가 천리, 만리 퍼져나간다. 가장 간결하고 명확하고 최소한의 언어로 최대한의 의미를 충전시키고, 청동보다 더 오래가는 문체로 언어의 꽃을 피워내는 것은 모든 시인들의 꿈이라고 할 수가 있다.
[세상 끝의 집] 외 4편을 응모해온 강익수 씨의 시들은 엄격한 자기 절제와 금욕으로 언어의 꽃을 피우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그 시인의 길은 한없는 나태와 게으름의 산물인 [늑대의 길]을 지나,“어떤 고난도 포용한 세상 끝의 집”([세상 끝의 집])에서 오랜 자기 절제와 금욕의 산물이라고 할 수가 있다.“지나가던 불자/ 제 몸 던져 불공 올리면/ 출렁이는 죽비// 적막한 하늘에/ 발우도 없는/ 청빈한 공양”([거미])의 언어의 사제는 드디어, 마침내 그 법력의 크기로 “고 작은 것이 어디다 그런 중력을 가졌을까 소나무를 꺾어놓고 축사를 무너뜨리고 도로를 마비시키더니 학교를 일터를 정적 속에 가둬버렸다”([눈 내리는 풍경])의 시구처럼 이 세계를 전도시키고, “산허리 돌고 돌아/ 산을 오르는 사람들/ 산은 조금씩 수척한 모습이지만/ 봉우리마다 산객들이/ 취산화서로 피어나는 꽃송이 같다”([길])의 언어의 꽃다발을 창출해낸다.
[황학동] 외 4편을 응모해온 김행석 씨의 시들은 일상생활의 언어의 꽃이며, 무기교의 기교라고 할 수가 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그곳”, “그곳에 가면/ 굽 닳은 구두들은 헐렁한 바지들과 어울려/ 꽹과리 장단이 없어도 언제나 흥겹다”라는 [황학동], “잘 난 사람만 사람 노릇 하는 것이 아니듯/ 키 작은 나무도 멧새도 직박구리도/ 다 함께 숲이라는”[따뜻한 숲],“다른 것은 다 잊어도/ 사라지지 않은 것은/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금강에서], “험한 길, 젖은 길에서”“구두를 보면/ 그 사람의 전부를 안다는 아저씨”([구두를 고치며]),“부엌에 쪼그려 앉아/ 김치 담그기를 끝낸 아내”에게서 “곰삭은 새우”를 보는 [젓갈] 등, 김행석 씨의 시들에는 일체의 꾸밈이나 가식이 없다. 물소리가 물소리로 들리고, 숲에서는 새들이 노래하고, 꽃이 피면 벌과 나비들이 몰려오듯이 더없이 정직하고 솔직한 일상생활이 언어의 꽃으로 활짝 피어난 것이다. 최고급의 시적 기교는 무기교의 기교이며, 이 무기교의 기교는 온몸으로, 온몸으로 시인의 삶을 살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간결하고 쉬우며, 순수한 한국어로 만인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시를 쓴 김행석 씨에게도 뜨거운 성원의 박수를 보낸다.
시는 언어의 꽃다발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 언어의 꽃다발을 가장 아름답고 멋지게 엮어내는 것은 강익수 씨와 김행석 씨의 몫일 것이다.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 애지신인문학상 심사위원 반경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