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네 번째 눈 오다
심영희
어제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수시로 안내 문자가 발송되었다. 춘천에서 가까운 화천에 눈이 시간당 4cm씩 내린다는 소식이다. 나에게 제일 걱정은 내일 아침에 자동차 위에 쌓인 눈을 치울 걱정이다. 눈을 깨끗이 치워 놓아야 언제든 외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오후에 외출할 예정이니 주차장에 해가 비칠 때까지 기다리려고 하였는데 결국 해가 주차장 반쯤 왔을 때 장갑과 수건 밀대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걱정보다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서 안심이다. 밀대로 자동차 위 눈을 쓸어내리고, 수건으로 더 꼼꼼히 닦아주었다.
조그만 자동차 위에 앉은 눈을 치우고 무슨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만족하며 기분 좋게 집으로 올라왔다. 점심을 먹고는 계획대로 풍물시장에 갔다. 오늘이 장날이라 귤을 사러 간 것이다. 주차장을 들어서니 계속 빈자리가 없다. 그런데 맨 마지막에 거의 갔을 때 옆으로 세워 놓았던 자동차 한 대가 시동을 켜는 게 아닌가. 비상등을 켜고 나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곧 차가 빠져나간 자리에 내 차를 주차했다. 기분이 엄청 좋았다.
바로 앞 과일 노점에서 귤 두 박스를 샀다. 귤도 상품이 괜찮았다. 자리를 옮겨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러 갔다. 셀프주유소지만 기름을 넣어 달라고 하면 잘 넣어준다. 어떤 주유소에서는 절대로 안 넣아주고 배우라고 하는데 나도 절대로 안 배운다. 그 이유는 셀프주유를 하다 화제가 잘 난다는 뉴스를 여러 번 봤기 때문이다.
또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오는 사람이 얼굴과 손에 화상을 입어 많이 찌그러진 얼굴인데 그 이유가 여고생 때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손님 차에 주유를 하고 있을 때 그 옆에서 다른 손님의 담배 불로 인해 화재가 발생해 자기 손과 얼굴이 그렇게 되었다고 하는데 마음이 안 좋았던 기억이 자꾸 떠오른다.
귤을 사고 자동차에 기름을 넣어 가지고 아파트 마당에 도착하자 바닥에 눈은 녹은 쪽보다 안 녹은 쪽이 더 많이 남아 있고, 아예 외출을 포기한 자동차 위에는 하얀 눈이 그대로 앉아 있다. 내일이면 이번에 온 눈은 모두 녹겠지만 지난해에도 3월까지 눈이 내렸으니 앞으로 또 눈이 올 것이니 그때도 나는 자동차 눈 치울 걱정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