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0 기상
어제 밤에 그랜드 바자를 들렀다가 숙소를 들어서니 거의 12시가 되어 간다. 침대에 머리를 눕히는 순간 다시 눈을 떴다.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이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 예정에 없던 항공편 이동이라 수화물로 부칠 것과 아닌 것을 분류해서 다시 짐을 챙겼다. 호텔에서 공항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제공해 준다고 하여 버스 시간에 맞춰서 숙소를 나선다. 버스가 몇 군데 호텔을 순회하며 투숙객들을 공항으로 샌딩하는 모양이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서만 10여명이 이른 새벽의 어둠을 뒤로 하고 공항으로 향한다.
05:20 우루무치 공항
어제 새벽에 노숙했던 그 공항이다. 공항 이름이 텐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 지역에서 제일 유명한 지명인 천산산맥의 이름을 딴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을 떠날 때 고온건조한 사막기후라 더위를 걱정했는데 아직까지는 큰 더위를 겪지 않았다. 해가 없는 아침 저녁으로는 매우 시원하다.
탑승권도 셀프로 뽑도록 되어 있고 수화물도 셀프로 부치도록 되어 있어 스마트한 윤스리가 먼저 도전해 본다. 히메님과 윤스리님은 무사히 수화물을 부쳤다. 나와 세종아빠님은 직원이 있는 카운터를 통해 수화물을 부쳤다. 세종아빠님 수화물 속에 짝퉁 아닌 짝퉁 같은 아이패드가 들어 있어 재검사를 받았다. 보안구역에서 나와 히메님은 배터리를 꺼내 놓지 않아 가방을 열어야 했다. 윤스리님만 어느 곳에도 걸리지 않아 스마트한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탑승장이 제일 먼 곳에 있어서 한참을 걸었다. 내 느낌에는 항상 먼 탑승구가 걸리는 것 같다.
08:30 쿠차 공항 도착
어제 밤새 야간열차를 타고 와야 할 곳을 철도회사에서 기차편을 일방적으로 없애버려 훨씬 비싼 비용으로 1시간 20분 만에 비행기로 도착했다. 우리가 이용한 공항중에서 가장 작은 공항인 듯 하다. 비행기에 내려서 100m정도 걸어서 밖으로 나올 수 있어서 아주 좋다.
중국의 화장실에는 화변기가 주로 배치되어 있는데 물이 내려 가는 방향이 문쪽일 때도 있고 안쪽일 때도 있다. 그러면 볼 일을 볼 때 어느 방향으로 앉아야 하는 지 헷갈릴 때가 많다. 물이 내려가는 방향을 기준으로 앉아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항상 문쪽으로 앉아야 하는 것인지 우리끼리 이야기해도 답을 찾을 수가 없다. 결론은 내가 앉고 싶은 대로...
이번 답사에서부터 DD의 새로운 기능을 찾아 냈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절차량을 부를 수 있는 기능인데 시간과 거리에 따라 요금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당일 30분 정도면 차량이 섭외되고 요금에 대한 실랑이를 최소화할 수 있어서 이번 답사에서는 아주 적절한 아이템이 된다. 다만 승용차가 배정될 수도 있고 SUV가 올 수도 있는데 승용차일 경우 트렁크에 캐리어 4개가 실리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우리 입장에서는 SUV가 오는 것이 더 좋다.
오늘은 SUV가 배정되었고 기사도 붙임성이 있어 보여서 운이 좋다. 오늘은 웬지~ 아주 잘 될 것 같다.
10:30 천산신비대협곡
공항에서 협곡까지는 약 70km 정도 떨어져 있다. 가는 길의 풍경이 아주 좋다. 모두 낯설고 신기한 풍경에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른다.
윤스리가 천산신비대협곡을 목표가 가는 것이 아니고 그 속에 있는 아애석굴을 가는 길에 있는 천산신비대협곡을 보는 것이라고 강변하다 모두에게 눈치를 받는다. 윤스리는 불교 문화재답사도 좋아하지만 자연 풍경을 보는 것도 아주 좋아한다. 이 때까지 불교, 불교만 하고 다녀서 이번에는 윤스리가 좋아하는 자연 풍경도 최대한 넣어서 동선을 짰다. 가는 길 내에 윤스리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연신 동영상을 찍으며 좋아 죽는다. 좀 있으면 더 좋은 곳이 나타나서 다 지울 거라고 히메가 악담(?)을 한다. 나도 히메 의견에 한 표다.
세종아빠님은 65세 이상이라 무료이고 나머지는 각 41위안을 내고 협곡 안으로 진입한다. 들어가니 석굴 앞으로 가는 전동 셔틀버스가 있다. 세종아빠님이 성큼성큼 앞장서서 그 쪽으로 향한다. 이러면 무조건 셔틀을 타야 한다. 순간 윤스리의 눈빛이 흔들린다. 히메가 눈치빠르게 편도로 끊으려고 하는데 세종아빠님이 단호하게 왕복으로 끊으라고 한다. 졸 셋이서 아무리 까불어봐야 게임은 끝이다.
아애석굴에 약사여래가 석장과 보주를 들고 있는 벽화가 있어서 개방하기를 바랬지만 그 기대는 말 그대로 기대일 뿐이었다. 혹시 모형이라도 있나 싶어서 찾았는데 그것도 없다. 이러면 관광객 모드로 다녀야 한다.
협곡에서 나온지 얼마되지 않아 차가 막힌다. 아예 꼼짝을 하지 않는다. 기사님께 물어보니 앞에서 트럭이 충돌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우리쪽 차선에서 중앙선을 넘어 온 차량 때문에 2차선이 3차선으로 되어 반대편 차량도 가기 힘들어서 더 막히는 듯 하다. 오늘도 무사히 넘어가지는 않는다. 이러면 또 점심을 굶어야 한다. 더 보고 싶은 욕심으로 밥을 건너뛴 적은 많지만 이번 답사에서는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밥을 못 먹게 된다. 2시간을 훨씬 지나서야 길이 뚫린다.
천천히 진행하다 사고 현장을 보니 우리측 차선에서 두 승용차가 추돌했는데 그 옆에 아주 큰 공터가 있어서 바로 처리가 가능해 보이는데 사고현장을 통제하는 경찰이 없어 차가 더 밀리는 듯 하다. 공안들은 좀 전에 중앙선을 침범한 모든 차량 사진을 찍어서 단속하고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30분도 안 걸려서 양방향 모두 뚫릴 말한 사고인데 여기서는 공안들이 단속하는데 신경을 더 쓴다.
이동하는 도중에 비가 내린다. 그런데 차가 또 멈춘다. 멀리서 보니 트럭끼리 사고가 나 있다. 사고처리를 하고 있는 중인데 좀 전에 있었던 2차 사고를 보고 우리끼리 온갖 해석을 하며 난리를 쳤었다. 한치 앞도 못 보는 미련한 답사객들이다. ㅋㅋ.
잠시 차에서 내려 비와 모래바람을 맞아 본다. 잠시의 여유를 누리며 장난스럽게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여기도 성질 급한 사람은 주도로를 벗어나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다.
또 통신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중국은 인터넷 검열이 심해서 우리나라 앱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그걸 우회한다고 알려져 있는 이심을 사용했는데도 계속 차단을 당하는 듯 하다. 핫스팟도 쓰고 우회하는 앱도 깔고 해서 하루하루를 버틴다.
16:20 수바시 고성
원래 계획보다 약 서너시간이 늦었다. 꼭 가고 싶었던 곳이라 오늘이 아니면 갈 수가 없어서 늦더라도 가야 했다. 네비상의 도로는 무슨 이유인지 막혀 있어서 돌아서 진행한다. 시간이 더 소요되었다.
고성 입구에서 지금은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위험하다고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이런 낭패를 또 만난다. 일단 외부에서 전경만 당겨서 살폈다.
못들어 가면 운명이려니 생각하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다시 입구로 가니 바람이 여전한 데도 개방을 한다. 재수다..
바람을 맞으며 잰걸음으로 살폈다. 윤스리와 히메는 바람을 맞으며 연신 웃음을 흘리고 다닌다. 우리나라로 치면 폐사지인데 반쯤 무너진 불탑이 우리의 감성을 맘껏 자극한다. 이곳에 있는 동서 두개의 사원은 구차에서 가장 번영했던 절집이라고 한다. 현재 동쪽 사원은 비공개라서 멀리서 당겨 찍었다. 구마라습이 강의했던 곳이 있고 현장법사도 법회를 열었던 곳도 있다.
18:00 쿠차박물관
개방시간이 7시 30분까지라서 서둘러 박물관으로 왔다. 방금 보고 왔던 수바시 사원에서 나온 사리함의 복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진품은 오타니가 약탈해서 도쿄박물관에 있다고 한다. 시급 박물관이라서 그런지 불교 유물은 많이 전시되고 있지는 않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볼 수 있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우리가 계획했던 곳은 다 갈 수 있었다. 오늘 부른 기사는 눈치가 빨라서 한 발 빠르게 움직인다.
원래 박물관 앞에서 기사를 보내려고 했는데 우리를 호텔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박물관 관람을 치고 나와서 기사에게 양고기 잘 하는 곳으로 안내해 달라고 했는데 현지인 맛집인 듯 하다. 오늘 우리도 굶고 기사도 굶어서 저녁을 같이 하자고 했더니 처음에는 거절하다가 간곡한 권유로 같이 저녁을 먹었다. 히메는 양고기가 어제보다 맛있다고 하고 윤스리는 차가 맛있다고 한다. 식당에서 맥주를 팔지 않아 세종아빠님과 나는 약간 아쉬워했지만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쳤음을 자축하며 맛있게 먹었다.
호텔로 오는 길에 기사가 수박과 자두를 사준다. 우리도 과일을 샀는데 조금 후에 과일 안주 삼아 시원한 맥주나 한잔 할 예정이다.
오늘 숙소는 게스트하우스다. 숙소 예약 담당은 히메님인데 경험삼아 잡았다고 한다 .공동공간과 부엌이 있어 마음에 들어 한다.
오늘까지 아무 일 없이 지나간 날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계획한 것은 다 했다.
첫댓글 답사 초반은 우여곡절이 많군요
Hard한 답사일수록 남는 것도 많은 법ᆢ
더 이상 괴롭힘이 없도록 부처님께 빌든지 문두루 신공을 펼치든지 해야겠습니다
아무쪼록 건강하고 무사한 답사 바랍니다^^
문두루신공 꼭 부탁합니다..ㅎ
4분의 힘든여정이 우리에겐 시원한곳에서 편하게 고품격 답사를 즐길수
있게해주심에 감사드림니다
또 오랜만에 윤스리님 모습뵈니
반갑습니다 답사길에서도 뵈올수있기를ㆍㆍㆍ
소헌님. 잘 지내시죠?
함 봬야 하는데, 어찌하다 보니 기회를 놓치고 있네요. 올 여름 휴가는 이 길에서 보내게 됐습니다. 아쉬운 대로 우선 노마드가 열씸히 쓴 답사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엄청 부럽습니다
선생님 몫까지 열심히 살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