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동자 구도기를 다시 시작하면서
삼개월 정도나 연재를 계속하였던 선재동자 구도기를 모두 과감하게 삭제하고, 새롭게 다시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수정할 부분도 상당히 있었고, 한자를 삭제하여 순수한 한글본으로 만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글로만 만들면 좋은 점은 한글이 친숙한 요즈음의 경향도 반영하고, 본 경전을 귀로 듣고자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한자가 섞여있다 보면 청각처리하는 소프트웨어가 두번 반복하게 되는 단점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화엄경에서 입법계품은 전체 80권 가운데 21권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입법계품은 선재동자가 보살도를 배우고 보살도를 향하여 나아가기 위하여 53 선지식을 찾아가는 끝없는 구도기입니다.
대방광불화엄경은 팔만 사천이라고 하는 불경의 바다 가운데 가장 방대한 경전입니다. 그 중에서 선재동자 구도기에 해당하는 입법계품은 59권에서 80권에 이르는 총 21권에 이르는 경전으로 화경경 전체 분량의 사분의 일 이상을 차지하여 이 입법계품도 또한 상당히 방대한 경전으로서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서는 단 한권이라 할지라도 내용상으로 차분하게 읽기가 쉽지 않을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한권을 크기에 따라 대체로 세분하여 차례대로 올려서 휴대폰이나 모바일 기기가 발전한 요즈음에 틈틈히 몇 페이지라도 간단히 읽거나 들어 볼 수 있도록 시도하여 보았습니다.
선재 동자의 구도기를 통하여 저는 우리 불교가 모든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대승불교에서 그 지향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가르침이라는 이치를 새삼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자신도 이롭게 하고, 다른 사람들도 이롭게 한다는 자리이타와 스스로도 깨닫고, 다른 사람들도 깨닫게 한다는 자각각타의 불교의 정신은 대승 불교가 지향하는 제일의 목표라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하여 등장한 선재 동자의 모습은 그 험난하고 끝이 없고 심원한 구도행을 통하여, 구경에 이르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철저하게 구도의 여정이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선재 동자의 구도기를 통하여 갖가지의 직업과 갖가지의 지위를 가진 수많은 선지식들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특별히 주목하여야 할 부분은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부처님의 도를 깨우침에 있어서 재가자와 출가자의 구분이나, 지위의 고하, 신분의 차별, 직업의 귀천이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선재 동자가 구도의 여정 가운데서 만나보게 되는 선지식들은 재가자와 출가자의 구분이 없고, 양자가 일관되게 통관하는 체제의 대승 불교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대승불교는 재가자들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분출할 수 밖에 없는 역사적인 종교 운동이자 종교 혁망이라는 생각을 확신하게 됩니다.
대승불교는 우리가 일상 생할에서 만나 보게 되는 보편적인 인간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어렵게 달성되는 도행, 선불교. 이지적 깨우침으로 이루어진다는 난행도와 주로 염불 신앙으로 이루어져 쉽게 공부할 수 있다는 이행도를 두루 포섭하고 있습니다.
불교는 믿음과 이해와 수행과 증득을 모두 중시하며, 범부, 우자, 강자, 약자, 선지식을 모두 차별하거나 구분하지 않고 포섭하고, 또한 구경의 대도 과정에서 배제하지 않고, 일체의 모두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거두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대승불교는 보살 일승의 종교입니다. 따라서 성문, 독각, 보살, 삼승을 뛰어넘는 불승 일불승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불타에 대한 관념도 다른 종교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일어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모든 존재는 일체의 모두가 보살이요, 부처입니다.
대승불교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인간이 차별이 없는 보살이라는 신념에 있습니다. 보살은 불타와 전혀 차별이 없는 동등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신념의 인간상을 기반으로 건립되어 있습니다.
화엄경 입법계품에서는 선재라는 하나의 인간을 내세워서 먼 길을 떠나는 구도여행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선재 동자를 통하여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디쯤 가고 있는지 계속하여 마음 속에 의문을 품고 함께 구도 여행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그 구도 여행의 종착역은 그렇게 쉽게 나타나거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오직 부처가 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 생사윤회를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 생사가 둘이 아닌 마음, 그리고 어떻게 보살도를 배우고 닦아 나아 가야 하는가, 어떻게 보살행을 실천하며 성취할 것인가를 사유하면서, 선지식을 공경 공양하면서 믿고 나아가는 과정을 나태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재 동자의 구도 이야기는 우리에게 우리 모두는 이미 본래부터 청정한 성품을 지닌 부처이다. 이것을 굳게 믿고, 함께 모든 이들이 궁극의 행복을 위해 세상 속으로 나아가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대변하여 우리에게 말해주고 일깨워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대승불교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선재동자가 지향하는 것은 바로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선재동자와 함께하는 구도기는 우리가 점차적으로 차제에 따라 심원한 궁극의 깨달음에 들어갈 수 있음을 밝혔주고 있습니다. 돈오 점수의 입장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겠지만, 법성은 원융하기 때문에 이러한 차별상을 관념에 두지 말고, 우리 모두가 평등한 법계에 함께 들어가 보기를 원합니다.
아울러 입법계품의 한문 원문과 전문을 모두 다 참고하시거나 보고자 하시는 분들은 제가 운용하고 있는 불교 아미타불 아미타정토 다음 카페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거듭하여 말씀드리자면, 이렇게 따로 편집한 목적의 하나는 귀로 들을 수 있는 기능을 사용하여 들을 수 있게 하기 위하여 한자를 모두 삭제하고 한글로만 작성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상당히 많을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앞으로 계속 노력하여 보완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2월 25일
혜천 안종률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