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했습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새해 덕담으로 이만한 덕담을 찾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진언은 수많은 뜻이 함축되어 있어 해석을 하지 않지만, 굳이 해석을 해 보자면
훌륭합니다. 행복하세요. 멋있네요. 잘했어. 참 잘될꺼야, 합격하세요. 소원성취하세요 등
밝은 뜻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은 시간도 공간도 모두 실체가 없는 것 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념적인 시간과 공간에 의지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 것은 생각도 해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인간은 지혜로워서 오래전부터 12시간과 24절기를 만들어 놓고
시간에 맞는 생활을 했고, 절기에 맞추어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인도에서는 인생 4주기에 따른 삶과 각 주기에서의 삶의 목표를 세워
인생의 새 출발의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20세 까지는 면학에 힘쓰는 學生期(학생기),
40세 까지는 가정을 이루어 대를 잇게 하는 家住期(가주기),
60세 까지는 숲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林住期(임주기),
60세 이후는 집을 떠나 방랑의 여행을 떠나는 遊行期(유행기) ...
인생은 '평범한 삶'이 아니라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삶의 방식, 지향하는 것, 해야할 것들도 변해야 한다 는
인도인들의 삶에 철학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95년에 제가 인도를 여행하면서 인도인들이 이와같은 삶을 사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인도인들은 인사법도 예사롭지 않더군요.
어느 누구에게나 “나마스테” 라고 인사를 나눕니다.
“당신의 영혼에 깊이 경의를 표합니다” 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새해가 되면 항시 한해의 꿈을 이루기 위해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할 것 입니다.
그러나 '꿈을 꾸고 실천이 없으면 개꿈이 되는 것' 입니다.
화엄경의 뜻을 간략하게 만들어놓은 법성게에
“初發心時便正覺(초발심시 변정각)” 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즉, 처음 마음을 지속하면 부처를 이룬다 는 뜻입니다.
중간도, 끝도 처음처럼 한결같은 마음이 깨달음, 성공, 합격의 정도입니다.
부처님께서 “ 이 세상 온갖 것들이 우연한 것 없고, 기적도 없다” 고 했습니다.
종종 기적이 일어났다는 말들을 하는데,
그것은 그 일의 원인을 보는 눈이 없기 때문에 기적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콩심으면 콩나오고 팥심으면 팥이 나오는 것입니다.
팥심어 놓고 콩나게 해달라고 전지전능한 신에게 간절히 기도해도 팥이 나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씨앗도 안 뿌리고 열매 맺길 기다리지 말라“ 고 하셨습니다.
원인 없는 결과란 없는 것처럼 시작과 끝이 하나요 원인과 결과도 하나라는 것입니다.
깨달음을 얻는 수행자들은 먹고, 입고,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면서 목숨을 건 수행을 했고,
역사에 이름을 남긴 수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아무리 힘든 시기라 하더라도 내가 곧 본래 부처임을 믿고 실천해 나아가면
못이겨낼 어려움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개꿈이 되지 않도록 초심을 잃지 말길 바랍니다.
일본에서는 새해가 되면 스님들이 신도 집에 찾아가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600년전 잇큐(一休)스님은 어느 해 설날 신도 집에 지팡이 끝에 해골을 하나달고 갔는데
신도는 반갑게 맞이하는 순간에 해골을 보고 깜짝 놀라서
“큰 스님 오늘 같이 좋은 날 망측스럽게 어찌 해골을 가지고 찾아 오셨습니까?”
잇큐스님은 “오늘이 무슨 좋은 날이냐? 설이 자꾸 지나가면 마침내 모두 해골이 될 터인데
죽는 것이 그렇게도 좋으냐?
해가 바뀌어 해골이 눈앞이니 어찌 급하지 않은가.
복을 적게 지으면 지옥보를 받을 것이요,
할 일을 게을리 하면 성취하기 전에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니 무슨 일을 하든 부지런히 정진해야 할 것이다. “
신도는 새해 첫날 스님에게 복받으라, 건강해라, 부자되세요, 하는 소리를 듣길 원했는데
잇큐스님의 해골 법문은 아무래도 새해 첫날 듣기에는 섬뜩하고 가슴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스님의 법문은 한치의 거짓도 없는 진실입니다.
새해가 됐다고 모두들 희망을 갖고 기뻐하지만
그것은 죽어서 해골이 될날이 멀지 않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어가는 것 입니다.
살아가는 재미란 '죽어가는 재미에 불가한 것' 입니다.
결국 새해를 맞이했다는 것이 오히려 두려운 일입니다.
이 사실을 재대로 깨달은 사람들은 올 한해를 정말로 열심히 살것이고
연말이 될 때 쯤에는 어느 해 보다 많은 성취와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에서 병들고, 늙고, 죽음이 없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그런 행복은 지구상 수많은 영웅호걸도 부처님도 누리지 못했습니다.
젊어지는 약, 죽지 않는 약은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없을 것입니다.
있다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諸行無常(제행무상)” 의 가르침은 거짓말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부처님 가르침은 변하지 않는 진리입니다.
人生의 비극은 여기에 있습니다.
불교의 출발은 이 비극의 인식 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이 생로병사의 해결방법을 부처님께서는 “집착을 놓으라”는 것 입니다.
별로 신통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 될 지는 모르지만 이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청춘과 건강과 장수를 바라고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 이고,
'고통의 원인' 이 되는 것입니다.
늙고 병들고 죽는 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알아차림 함으로써
행복해지고 결국에는 깨달음으로 가는 길입니다.
화엄경에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했습니다.
그러니 한 살 더 나이들어 간다고 서운해 하지말고,
주름이 늘어간다고 펼생각, 뜯어고칠 생각말고
'영원히 함께 할 마음을 보는데 힘써야' 합니다.
우리의 몸뚱아리는 우리의 일부분일 뿐 결코 전체가 아닙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 이라고 하는 이유, 위대한 이유는
몸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감정과 통찰력, 직관의 존재들 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사띠하시길 바랍니다.
_()_
첫댓글 다음 주엔 모두들 어떤 다른 자리에 앉아 다른 모습을 보며 수행하고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 지네요!^^;; 탈의할 몸뚱아리 보담 영원히 함께할 마음을 보는 순간 평온해지는 것을... 집착을 놓으면 행복해 지는 것을... 알면서도 순간순간 잘도 까먹습니다. 한번 구르면 3년밖에 못산다하여 여러번 굴러서 오래살았다는 법문중 말씀처럼 끊임없이 사띠(알아차림) 하겠습니다. 스님. 고맙습니다. _()_